북한이 집중호우에 따른 대규모 홍수 피해에도 국제사회에 손을 내밀지 않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2005년 이후 한 차례도 국제사회에 일반 지원을 먼저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회주의 조선'의 체면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식량난과 자연재해에 따른 어려움에도 2005년부터 유엔을 통한 국제사회에 '지원요청(Appeal)'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엔 산하 인도지원조정국(Office For the Coordination of Humanitarian Affairs)은 북한이 1996년부터 2004년까지 해마다 식량 부족에 따른 총체적인 어려움으로 지원을 요청한 바 있지만(Consolidated Appeal) 이후로는 아무런 요청이 없었다고 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DPRK has had appeals in the past, notably for the bad harvests between 1996-2004 (each year), when there was a Consolidated Appeal.)
유엔 인도지원조정국의 스테파니 벙커 대변인은 북한이 2007년에 홍수 피해를 입어 이례적으로 자연재해에 관한 특별 지원을 요청한 적이 있을 뿐(Flash Appeal) 이외의 경우에는 국제사회에 먼저 손을 내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between those years(2005~2010) there was no appeal, at least not through the UN!)
이처럼 북한이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지만 세계식량계획과 유엔아동기금 등 유엔 기구와 비정부단체가 스스로 식량과 의료 등 여러 인도주의적 지원을 해 왔다고 벙커 대변인은 덧붙였습니다.
또 벙커 대변인은 그동안 북한이 어려운 환경에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것과 관련해 북한 당국이 지원요청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유엔기구나 비정부기구의 인도주의적 지원은 받아들이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북한은 지난달부터 내린 집중호우로 5천 세대 이상의 집과 350여 동의 공공건물, 1만 5천여 정보의 농경지가 물에 잠기고 인명피해까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국제적십자연맹(IFRC)의 확인 결과 북한 주민은 수인성 질병인 설사병과 정신적 충격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번에도 국제사회에 긴급구호요청을 하지 않아 식량과 의약품, 구호 장비 등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국제사회에 구호요청을 하지 않는 것은 ‘사회주의 조선’이 자본주의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자존심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2007년 홍수 때에는 한국 정부가 시멘트와 철근, 트럭 등 4천800만 달러 상당의 긴급 구호물자를 보내주고 각 민간단체도 식량과 의류, 의약품 등을 지원했지만 최근에는 천안함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돼 북한이 먼저 손을 내밀기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유엔 인도지원조정국에 따르면 8월 현재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은 하반기에 책정된 중앙긴급구호기금 500만 달러를 포함해 약 1천800만 달러($18,196,007)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현저히 부족합니다.
유엔 인도지원조정국은 북한의 지원요청도 없지만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도 크게 줄어 중앙긴급구호기금에 의존하는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관측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