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중국서 체포 탈북민 아빠 “네 살 아들 북송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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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주말 중국 선양에서 네 살을 갓 넘긴 아들과 함께 체포된 탈북 여성의 남편 이태원 씨는 9일 중국 당국의 인도주의적 처우를 강력하게 호소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이태원 씨와 전화로 인터뷰했습니다.

북중 접경 지역인 랴오닝성 선양에서 현지 시간 4일 오후 탈북자 10명이 중국 공안에 체포됐습니다. 이들 중에는 네 살을 갓 지난 어린이와 그의 어머니가 포함돼 있어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는데요. 2년 반 전쯤 먼저 탈북해 이들을 기다리던 이 어린이의 아버지는 9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아내가 절대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을 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태원 씨: 와이프한테 할 말은… 제발… 마지막 순간까지 맥을 놓지 말고, 어떻게든 한국에 올 수 있으니까…나쁜 마음 먹지 말고, 제발 살아서 한국으로 왔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북한 사람들이 그런데 잡히면 나가서도(돌아가서도) 처형당하고 죽으니까 거기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많고 하니까 제발 그런 일이 없이 한국으로 무사히 왔으면 좋겠습니다. 힘을 내고…

이 씨는 아내와 아들을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한다고 울먹이며 말했습니다. 인터뷰 도중에도 종종 말을 잇지 못한 이 씨는 중국 당국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이들을 송환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이 씨: 중국 정부에 할 말은 어린 네 살 아이가 북송 돼 나가면 아무리 공산주의라도 네 살 어린이까지 죽일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 어린 나이에 관리소 같은 정치범 수용소에 들어가서 평생을 나오지 못하고 정말… 그러니까, 제발 중국 정부는… 북송을 좀 막아주고, 어린 생명이랑 아이 엄마랑 한국으로 오게끔 제발 도와줬으면 좋겠습니다.

이 씨의 아내는 지난 4일 오후 1시경 중국 은신처에서 함께 있던 일행 중 네 명이 먼저 은신처를 떠나 제3국으로 향했는데 이날 오후 5시경에 체포됐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 씨의 아내는 한국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 씨에게 전화해 은신처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 씨: 그래가지고 (먼저 간 일행이) 잡혔다니까, 원래 있던 안전가옥이 노출돼 있을 수 없는 형편이니까 다른 안전가옥으로 옮긴다고 저희한테 전화가 온 거죠. 그러니까 아마도 (그 후에) 브로커 분이 다른 안전가옥으로 옮기라고 했는데, 옮긴 곳에 가니까 벌써 포위하고 있다가 잡았다고 하더라구요.

다음날인 5일 저녁 7시에서 9시 사이에 아는 사람의 인맥을 통해 선양 북터미널 근처 경찰서에 탈북자 10명이 전날 체포돼 있다는 사실만 확인했다고 이 씨는 말했습니다. 그러나 6일 오전에는 다른 데로 이송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이 같은 사실을 선양 한국 총영사관에 알리고 계속 연락을 주고 받고 있지만 중국 측에 인도주의적 처우를 호소하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이 씨: 저희가 주중 총영사관과 수 차례 통화를 했고 지금도 하고 있는데 그 분들이 자기네 선에서는 찾아갈 형편도 안되고 중국 측에 북송 안되게 인도주의적 요청을 하는 것 밖에 못한다고 하더라고요. 그 분들은…그리고, 중국 측에서도 사정을 알아보고 있다는 답변, 그리고 면담을 요청하니까 중국 측에서 불허를 하고 있다고 오늘 통화했을 때까지도 영사관 담당자 분이 말씀하시더라고요.

이 씨는 한국 외교부 '민족공동체해외협력팀'에 선양의 공안국에 수감돼 있을 것이라는 정보를 들었다며 협력을 요청했지만 5일이 지난 9일 현재까지 뾰족한 답변이 없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민족공동체해외협력팀'은 한국 외교부가 해외 체류 중인 탈북자의 한국행을 사건 발생 초기부터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13년 설립한 탈북자 관련 상설 전담조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