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전시용 기름·쌀 빼돌려 폭리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인민군 장병들과 함께 공훈국가합창단공연을 관람하는 모습.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인민군 장병들과 함께 공훈국가합창단공연을 관람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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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군이 전쟁훈련에 돌입한 부대들에 전시비상물자를 일제히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하지만, 일부 군관들이 기름과 쌀을 빼돌려 자기 주머니를 채운다고 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11일부터 북한이 지상군과 공군, 해군을 동원해 대규모 군사훈련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함경남도 지방의 주민 황 모 씨는 "지금까지 움직이지 못하던 군대 차들이 오랜만에 기름을 채워 넣고 기동을 시작했다"면서 "식량도 군인 1인당 일주일 분량이 지급됐다"고 15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북한군은 '키리졸브' 한미합동군사연습이 시작되던 지난 11일부터 민간과 군 병력을 총동원해 종합전술훈련을 시작했습니다.

이번 훈련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최고사령관으로 된 이래 가장 크게 진행하는 훈련으로, 북한군 총참모부는 2호 전시보급창고를 개방하고, 쌀과 기름을 공급했다는 게 소식통의 주장입니다.

하지만, 일부 군관들 속에서 전시 물자를 빼돌리는 행위가 급증해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황 씨는 "오랜 간만에 휘발유가 공급되자 후방군관들이 저마다 기름을 빼돌리고 있다"면서 "함흥시 휘발유 장사꾼들은 기름이 갑자기 터져 나오자 도람 통을 확보하느라 여기 저기 연락하는 소동도 일어났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일부 군관들은 기름을 급하게 처리하느라 절반 가격에 팔아넘겨, 1kg당 1만 5천 원 하던 휘발유 가격이 좀 내렸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에 정착한 한 북한군 출신 탈북자는 "휘발유 한 바께쯔만 팔아도 군인 3명이 배불리 먹을 수 있다"면서 "운전수들이 휘발유 공급장과 잘 짜면 기름 몇 도람통은 능히 농간질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쌀도 군인들의 비리 목록 1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황해북도 지방의 한 주민도 "4군단 병사들은 훈련기간 백미 1kg씩 지급받기로 되었는데, 상관들이 다 떼먹고 병사들은 강냉이밥도 없어 허우적대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부 후방군관들은 병사들에게 줄 백미 대신 옥수수와 밀로 바꿔치고, 쌀은 장마당에 빼돌리는 식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그는 주장했습니다.

전시물자 농간행위가 도를 넘자 북한 군부도 사전차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함경남도 주민 황 씨는 "군 지휘부에서 훈련기간에 쌀과 기름을 농간질한 군관들과 무단 탈영자들을 전시법으로 처벌하라는 지침을 내렸다"면서 하전사들이 많이 탈영한 이유가 군관들의 비리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군관들의 비리에 불만을 품은 병사들이 탈영해 민가를 습격하고 있다"면서 "요즘 입대하는 하전사들은 예전 아이들 같지 않아 군관들도 다루기 어렵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전시법은 북한군이 전쟁과 같은 비상시에 적용하는 군법으로, 평상시보다 더 가혹해 이번 훈련에서 처벌될 군인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