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병사들, 돈 내고 휴가 받아

북한 신의주의 압록강 둑에서 보초를 서고 있는 북한 병사들.
북한 신의주의 압록강 둑에서 보초를 서고 있는 북한 병사들. (AFP PHOTO/Frederic J. BROWN)

0:00 / 0:00

앵커 : 북한군 병사들은 부대에 돈이나 물품을 바쳐야 휴가를 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식이 입대하면 살림이 거덜 날 지경이라고 현지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겨울철을 맞아 북한에서 휴가를 받는 군인들이 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1년에 한 차례의 정기휴가와 표창휴가조차 제대로 주지 않던 인민군 당국이 최근 들어 갑자기 휴가를 보내는 이유는 부족한 보급품을 병사들을 통해 조달하기 위해서라고 소식통들은 지적했습니다.

8일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요즘 휴가를 받아 고향으로 돌아오는 군인들이 부쩍 늘고 있다”며 “군인들이 특별휴가를 받으려면 먼저 자신의 집에서 군부대에 바칠 과제물을 마련할 능력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예전에도 군부대들은 부족한 보급량을 채우기 위해 염소 1마리, 쌀 1백kg, 자동차부속 외에도 부대꾸리기에 필요한 창유리와 뼁끼(페인트) 등 식량과 자재를 가져올 수 있다는 병사들에게만 휴가를 주어 주민들의 빈축을 사왔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이유로 부대의 우선 휴가대상자는 자연히 부대에 필요한 자재와 식량을 바칠 수 있는 군인들로 지정되었고 간부들과 잘 사는 집 자녀들은 이를 빌미로 1년에도 수차례 휴가를 받아 거의 집에서 생활하고 있어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겨울철이 되면서 휴가군인들이 부대에 바치는 물품의 내용이 바뀌고 있다고 소식통은 언급했습니다. 겨울에는 교통이 불편하기 때문에 운반하기 어려운 식량이나 자재 보다는 간편한 현금으로 상납하고 있다는 것 입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9일 “인민군 병사들에게 휴가는 곧 영양보충을 의미한다”며 “최근에는 1회 휴가에 최소 50만원(북한돈)이상이 들기 때문에 고향의 부모들이 휴가를 원하는 자식들의 휴가비용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요즘 군인들의 휴가가 잦아진 것은 부대의 식량사정이 그만큼 어렵다는 증거”라며 “형편이 좋은 군인들은 휴가를 마치고 복귀한지 한 달 만에 다시 휴가를 받아내 다른 병사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반면 가정형편이 어려운 군인들도 부모들에게 끊임없이 휴가비용 마련을 요구하고 있어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는 ‘휴가비용마련’이라는 항시적인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소식통들은 “북한의 군부대에서 ‘휴가는 곧 돈’이라는 공식이 만들어졌다”면서 “휴가군인과 휴가를 못가는 군인들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이로 인해 병사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