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북한의 장마당을 통해 경제적 인권을 들여다봅니다.
(장진성) 외부세계는 장마당을 단순히 북한 주민의 생존 공간으로 보는데, 이미 그 단계를 넘어서 이제는 도매와 소매 간 균형이 제대로 갖추어진 시장으로 봐야 합니다.
탈북자 장진성 씨가 최근 워싱턴의 한미경제연구소에서 열린 '북한 사회에서 시장의 역할'이란 제목의 토론회에서 밝힌 말입니다. 장 씨는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에서 작가로 활동하다가 지난 2004년 탈출해 한국에 정착했습니다.
장 씨는 이처럼 북한 주민이 시장을 통해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 의존도는 커지면 커졌지, 결코 작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장 씨는 그 가장 큰 이유로 특권층의 기득권 보호를 꼽았습니다.
(장진성) 북한 정권은 주민들에게 수령신격화를 강요하지만, 특권층 자녀들의 시장 이권이 걸려있기 때문에 정권 자체가 지금 시장 논리에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
즉, 장마당 경제가 15년 이상 계속되면서, 지방당과 중앙당 간부들, 혹은 그 가족들이 장마당 상인의 뒤를 봐주고 각종 이권과 돈을 챙기거나 외화벌이에 혈안이 돼있다는 설명입니다. 장진성 씨는 대표적인 사례로 오극렬 노동당 작전부장의 아들 오세옥, 김원홍 전 국가안전보위부장의 아들 김철, 북한 내 권력 2인자로 꼽히는 최룡해 당 비서의 아들 최연철 등을 들었습니다.
이러다보니 북한 당국이 시장을 통제하기보다는 오히려 시장의 경제운용에 기대는 상황이라고 장진성 씨는 말했습니다.
(장진성) 북한은 개혁과 개방을 국가 정책 차원에서 추진하는 게 아니라, 그저 제한적으로 허용했기 때문에 외화벌이 기관을 포함해서 여러 조직들이 자체 부를 쌓아가는 과정입니다. 이런 조직과 개인들이 계속 정책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시장 의존도가 커지는 또 다른 이유는 북한 주민들의 급격한 가치관 변화 때문입니다.
(장진성) 시장이 생기기 전까지는 북한 주민들을 충성 가치만 알고 있었습니다. 시장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물질가치로 바뀌었습니다. 이런 가치관의 변화가 의식 변화로 이어져서 과거에는 조직 연대로만 생존하던 사람들이 모두 뿌리치고 개인 연대만을 갖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결국은 기관을 이탈해서 시장으로 편입한 것입니다.
지난 2009년 북한이 화폐개혁을 단행하자 거의 폭동 수준의 시위가 일어나고, 최근 외화를 환전소에서 원화로 교환하라는 당국의 지시가 내려와도 외화를 보유한 주민들이 절대 움직이지 않는 게 대표적인 방증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2009년 11월 30일부터 구권 100원을 신권 1원으로 교환하는 화폐개혁을 실시했다가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등 부작용에 직면했습니다. 또 이미 북한 주민들 사이에는 '시간이 돈'이라는 자본주의적 시간관념이 일상에 자리 잡았다는 지적입니다.
(장진성) 과거에는 북한 정권이 주민들을 공짜로 동원시켰어요. 그러나 이제는 동원대가 압박하게 되면 '오늘 일당, 내 몸값은 얼만데?'라며 자기 몸값을 계산할 줄 알게 됐습니다.
이렇게 되자, 북한은 수령이 절대적 권위와 권력을 갖고 당군정을 통치하는 수령유일체제를 보호해야 하는 명분과 시장 세력의 압력이 커지면서 체제에 충성하는 세력이 이탈하는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장진성 씨는 말했습니다.
(장진성) 결국 북한 정권은 체제 방어 차원에서 수령 신격화, 수령주의 명분을 고집할 수밖에 없고, 한편으로는 이것이 현실과 괴리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를 무엇으로 메꾸냐면, 바로 강권 정치로 북한 주민들을 조금 더 억압하고, 인권 유린을 강행하는 방식 등, 철권통치로 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일본의 민간단체인 RENK는 한국 내 대북 관련기관의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이 2009년 말 화폐개혁 이후 8개월간 시위 참가자를 포함해 최소 52명을 공개 처형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RENK에 따르면, 북한은 2010년 신권 위조 화폐를 만들어 돌렸다는 죄목으로 리 모 씨 등 2명을 처형했고, 이에 앞서 2009년 12월 함흥과 청진에서 시위 참가자를 각각 2명씩 처형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북한인권실태 조사를 위한 유엔 현장사무소가 다음 달 서울에 설치될 예정인 가운데, 시민사회와 탈북자, 정치인 등이 한자리에 모여 북한인권법 통과를 촉구했습니다. '올바른 북한인권법을 위한 시민모임'과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은 최근 서울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북한인권법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습니다. 집회에는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장, 북한 정치범 수용소 출신 탈북자 등 100여명이 모여, 무게감을 더했습니다. 집회 참석자들은 특히 북한인권법의 핵심 규정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의 행태를 거세게 비판했습니다. 참석자들은 그러면서 2월 중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원안대로 북한인권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문수 위원장은 "지난해 말 유엔총회에서 유엔안보리가 북한지도부를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할 것을 권고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며, "전 세계 여러 나라가 자국의 북한인권법을 통과시켰는데 북한 동포들의 인권 해방에 가장 앞장서야 할 한국 국회는 아직도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 중국 당국이 작년 5월 구금한 인권변호사 푸즈창 씨에게 인터넷에 올린 글을 근거로 공공질서 문란 등의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중국 공안당국은 푸즈창 씨가 2011년 이후 작년까지 인터넷에 올린 수천 개 글 중 28개를 근거로 푸즈창 씨에게 공공질서 문란과 분열 선동, 민족 간 증오 조장 등 세 가지 혐의를 적용했다고 영국 BBC 뉴스가 푸즈창 씨의 변호사들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세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되면 푸 변호사는 최고 징역 20년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당국이 푸즈창 씨의 체포 근거로 제시한 글에는 2012년 "공산당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서는 하루도 생존할 수 없다"고 비판한 글이 포함됐습니다. 푸즈창 씨는 2014년에는 "당국은 신장위구르자치구가 중국에 속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식민지처럼 대해서는 안 된다"며 소수민족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푸즈창 씨의 변호인인 모사오핑 씨는 "중국 헌법이 모든 국민에게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며 "의견이 틀렸다면 비판받을 수 있으나, 범죄 행위로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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