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인권, 인권] 유엔에 북 정치범수용소 철폐 청원서 제출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11회 북한인권.난민문제 국제회의'에서 북한 북창관리소(18호 관리소)에서 28년간 수용됐던 탈북자 김혜숙씨가 직접 그린 북한 정치범수용소 일대의 지도를 보여주며 수용소 내에 만연한 폭력과 강제노동, 공개처형 등의 실태를 증언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11회 북한인권.난민문제 국제회의'에서 북한 북창관리소(18호 관리소)에서 28년간 수용됐던 탈북자 김혜숙씨가 직접 그린 북한 정치범수용소 일대의 지도를 보여주며 수용소 내에 만연한 폭력과 강제노동, 공개처형 등의 실태를 증언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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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북한 정치범수용소에 대한 유엔 차원의 조사를 촉구하는 청원서를 최근 제출한 국제적 노력을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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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김혜숙

) 저는 13살 어린 나이로 1975년 2월말에 18호 관리소로 들어갔습니다. 그러다 40세가 넘어 28년 만에 2001년에 그 곳에서 나오게 됐습니다. 이유도 몰랐습니다. 단지 할아버지가 6.25전쟁 때 월남했다는 이유로 가족을 따라 관리소로 들어갔습니다. 글자나 산수를 조금 알면 학교를 졸업시켜서 탄광으로 내몰아 일을 시켰습니다. 저도 1979년부터 1990년까지 석탄을 캐내는 채탄장에서 13년간 일했습니다.

탈북자 김혜숙 씨는 북한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됐던 최장기수 탈북자입니다. 올해로 오십 줄에 들어선 김 씨는 현재 전 세계를 돌면서 북한의 인권 실태를 고발하고 있습니다. 김 씨는 자신이 수감생활에서 ‘해제’된 뒤에야 비로소 왜 수용소로 끌려갔는지 알게 됐지만, 자신의 여동생 둘과 남동생은 40년이 넘도록 관리소에 있는데도 아직 이유를 모르고 있다는 현실에 분노합니다.

김 씨의 형제자매처럼 아무 영문도 모른 채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된 사람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실태를 재조명하는 국제회의가 열렸고,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심각성을 제기하는 대규모 국제회의가 미국 워싱턴에서도 개최될 예정입니다. 이런 가운데, 세계 40 여 개국 인권 단체들과 저명한 인권활동가들로 구성된 ICNK, 즉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가 얼마 전 유엔 인권이사회에 북한의 정치범수용소 철폐 요청에 나설 것을 청원해 주목을 끌었습니다.

ICNK는 탈북자 등을 상대로 조사해 작성한 북한 정치범수용소에 대한 보고서도 함께 공개했습니다. 이 단체가 유엔 인권이사회에 청원서와 함께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에는 여섯 곳의 거대한 정치범수용소가 있고 20만 명가량의 수감자가 수용돼있습니다. ICNK 회원단체인 페르수스 스트레티지의 제러드 겐서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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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러드 겐서

) 매년 25%가량의 수용자들이 기아와 질병, 고문에 의해 죽어가며, 지난 수십 년간 40만 여 명의 수감자들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겐서 대표는 가장 큰 문제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 삼대를 모두 수감시키는 연좌제라고 말합니다. 이밖에도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된 이유로 불건전한 이념을 가졌다거나, 어떤 식으로든 정권을 비판했거나, 외국 신문을 읽었다거나, 주체사상과 모순되는 다른 종교를 믿었다거나 하는 행동이라고 겐서 대표는 밝혔습니다.

물론, 피의자들은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 통보받지도 않으며, 어떠한 사법 절차도 거치지 않습니다. 정치범으로 간주된 즉시 납치되어 자백이 나올 때까지 고문을 받게 되며, 유죄 선고가 나면 사형을 당하거나 수용소로 보내집니다.

이같이 끔찍한 사실은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ICNK는 진단했습니다. ICNK의 회원단체인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윤여상 소장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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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상

) 북한 정치범수용소에 대해서 국제사회가 잘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실질적으로 정확하게 내용을 아는 분들이 많지 않고요.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실상, 그리고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보고서가 언론에 공개된 날, 정치범수용소 출신 탈북자들은 ICNK 관계자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수감자들이 하루 20개의 옥수수 알을 먹으며 12시간 이상 채광, 벌목 등의 강도 높은 노동을 한다며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한 탈북자는 쇠똥을 뒤져서 나오는 곡식 알갱이를 찾아 먹을 정도라고 증언했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세계기독교연대 CSW의 벤 로저스 동아시아 팀장은 자유아시아방송에 ICNK의 이번 청원서 제출로 국제사회가 북한 수용소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되고, 나아가 유엔이 수용소 조사를 착수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로저스 팀장은 북한 내 정치범수용소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인도적 범죄 상에 대해 어느 정도 국제사회가 인지하고 있음에도 효과적인 대책이 채택된 바 없었다면서, 모든 유엔 기구는 정치범수용소가 폐쇄될 때까지 북한당국과 논쟁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인권 유린의 대명사인 북한의 정치범수용소. 과연 가까운 시일 내에 유엔이 조사에 착수하게 될 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버마 선거관리위원회는 최근 치러진 상·하원 43개구와 지역의회 2개구 등 45개 선거구 보궐선거에서 집계를 마친 40개 선거구 모두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 후보가 당선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수치 여사도 옛 수도 양곤의 빈민층 지역인 카우무에서 85%의 높은 득표율로 당선됐습니다. 상·하원 총의석은 664석이지만 민주주의민족동맹이 후보를 낸 모든 선거구에서 승리한 것은 앞으로 버마 정치 일정과 관련해 의미가 크다는 평입니다. 미국의 AP통신은 “이번 선거는 2015년 수치가 대통령 직에 나서는 길을 열었다”고 분석했습니다. 버마 대통령은 의회에서 간접선거로 선출되는데 이번 보궐선거 결과를 보면 민주주의민족동맹이 차기 총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영국의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는 “2015년 총선 때까지 군부가 민주화와 개혁 약속을 지키고 마음을 바꾸지 않는 것이 민주화 과정의 큰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 국제사회가 대규모 재정 지원을 통해 시리아 반군을 돕기로 했습니다. 알 아사드 정권 축출을 간접 지원하기로 한 것입니다. 서방 국가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세계 70개국은 최근 터키에서 '시리아의 친구들' 회의를 갖고 반군 병사에 급료 지급을 위한 기금 조성 등 1억 달러 규모의 현금과 물자를 지원한다고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습니다. 반군 병사에 대한 급료는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아랍에미리트 등 걸프 국가들이 매달 수백만 달러 기금을 마련하고 시리아국가위원회를 통해 이를 지급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정부군에서 이탈하는 병사들도 급료를 받게 됩니다. 이는 시리아 정부군 병사들의 이탈을 가속화해 알 아사드 정권의 기반을 흔드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당초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국가들은 회의에서 시리아 반군에 무기를 직접 지원할 것을 주장했으나 미국과 터키 등이 전면적 내전으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반대해 반군에 대한 급료 지급이라는 절충안을 도출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