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북한 인민에게 휴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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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하순과 8월 초 남한의 수많은 회사와 공장들은 이 때에 문을 닫고, 직원들 대다수는 휴가를 떠납니다. 바로 여름 휴가철입니다. 말 그대로 사람들은 휴가철, 어디론가 떠나고 있는데요, 다들 어디로 가는 걸까요?

얼마 전까지 남한 사람들은 휴가 때 해외로 참 많이 떠났습니다. 신형코로나비루스가 생기기 전까지 남한 사람들은 매년 1,500만 명씩 해외로 여행을 갔습니다. 남한 사람들은 마음만 먹으면 해외로 갈 수 있었습니다. 당국자의 허락을 받을 필요도 없고, 사증을 받을 필요도 없습니다. 8월 초, 공항은 사람들로 가득 차고 매일 10만 명 이상씩 출국했습니다. 사람들의 주된 목적지는 가까운 나라 즉 중국, 윁남, 타이왕국 등인데요. 이들 나라에서 4-5일 보내는데 600달러 정도면 충분했습니다. 남한에서 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은 2,500달러 정도이므로 600달러는 그리 큰돈이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 신형코로나비루스 때문에 상황이 사뭇 다릅니다. 중국은 사실상 쇄국정책을 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국가들이 여전히 방역 조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비행기표 가격도 옛날보다 두 배나 비쌉니다.

결국 남한 사람들은 국내로 휴가를 가고 있는데요. 남한에서 려행증 같은 게 있을리 없습니다. 국내 이동을 통제하는 북한 같은 나라는 사실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휴가철의 남한 사람들은 다른 문제에 직면합니다. 바로 려관입니다. 려관들은 가격을 아주 비싸게 받을 뿐만 아니라 려관을 찾기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신형코로나비루스 이후 남한 국내 여행은 많이 비싸졌습니다. 사실상 해외여행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최신 통계를 보면 한 가구, 즉 3~4명 가족의 휴가비는 1,000달러 정도라고 합니다. 몇 년 전에는 같은 돈으로 저렴한 중국 여행이 가능했습니다.

그럼 구체적으로 사람들은 어디로 갈까요? 제주도나 강원도인데요. 주로 바다가 있는 곳입니다. 지금 남한 언론들은 강원도로 떠나는 사람들로 가득 찬 고속도로 사진을 연일 보도합니다. 강원도에는 설악산이 있는데, 금강산에서 40km만 남쪽으로 가면 있는 산입니다. 금강산과 대체로 비슷한 산이지만, 설악산에는 혁명유적지 대신에 불교 사찰, 절들이 많습니다.

제주도도 많이 가는 지역인데요. 사람들은 어떻게 제주도로 갈까요? 청취자 여러분은 배를 타고 간다고 믿겠지만, 이러한 사람들이 극소수입니다. 거의 비행기를 타고 갑니다. 이것도 믿기 어렵겠지만, 서울과 제주도를 연결하는 비행기는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노선입니다. 아침 6시부터 저녁 9시까지 거의 5분마다 비행기가 출발합니다. 7월 말부터 매일 4만 명씩 제주도에 도착하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이러한 휴가 문화는 북한 인민들에겐 딴 나라 얘기입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우선은 경제문제입니다. 북한은 휴가를 즐길 수 있는 소득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이유가 더 큽니다. 인민들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지속하는 북한 사회에서 남한처럼 휴가를 간다는 것은 꿈 꿀 수 없는 일이죠. 해외는 말할 필요도 없고, 국내 이동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금강산과 같은 유명한 관광지는 고급 간부가 아니라면, 집단 여행만 가능합니다. 물론 특권층은 삼지연 초대소와 같은 곳으로 휴가를 가기도 하지만, 그들은 극소수중의 극소수입니다.

휴가와 관련해 남한에서는 몇 년 전부터 재미있는 현상이 보입니다. 의식적으로 휴가를 가지 않거나, 집에서 휴가를 보내는 사람들이 늘어난 겁니다. 집에서 랭풍기를 틀고 그야말로 아무것도 안 하는 자유를 누리는 것이죠. 어디를 가든, 어디를 가지 않든 휴가를 얻을 수 있는 자유가 북한 주민들에게 보장되길 바랍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ANDREI LANKOV,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