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한의 유력 일간지가 창간 45주년을 기념해서 대북문제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남한 국민들이 북한 정권과 북한 동포를 다른 시각에서 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다시 말해서, 남한 동포들이 북한의 정권과 일반주민을 차별화해서 대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오래전부터 북한의 정권과 주민을 구분해서 서로 다른 정책을 펴야한다고 주장해왔는데, 남한 국민들이 같은 입장에 있다는 점이 이번 조사에서 분명하게 밝혀졌습니다.
북한의 전쟁도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63%는 북한의 군사도발 가능성이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같은 질문에 대해서 2008년에는 48.8%, 2007년에는 48.1%가 북한의 군사도발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답변했었습니다. 불과 1년 사이에 남한 국민 세 명 가운데 두 명 꼴로 북한의 군사모험주의를 걱정하게 되었는데, 아마도 북한군의 천안함 공격이 큰 영향을 미친 듯합니다.
반면에 대북 쌀 지원에 대한 찬반의견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66%가 찬성한다고 답변했습니다. 사실 남한 정부는 북한에 지원하는 쌀이 군량미로 전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북한과 같은 통제된 사회에서 분배의 투명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대부분의 쌀이 군대로 흘러들어가는 것이 사실입니다.
국제 감시단이 일반 주민들에게 쌀을 나눠주고 그 현장을 확인해도 감시단이 철수하면 바로 나눠줬던 쌀을 걷어간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최근에는 북한군이 100만 톤의 군량미를 비축해놓고 있다는 정보까지 공개된 바 있습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남한의 대북정책 방향을 묻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40% 정도가 가능한 한 북한을 지원해서 개방하도록 유도해야 하고, 45%는 북한을 도와주되 북한으로부터 받아낼 것은 받아내야 한다고 답변했습니다. 받아내야 할 것이란 군사위협 제거, 납북자 송환,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등 군사적, 인도주의적 사안들일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남한 국민의 85% 정도가 북한을 도와줘서 개방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입니다.
남한 국민 세 명 가운데 두 명 꼴로 한편으로 북한의 군사도발을 걱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대북지원을 해야 한다는, 얼핏 보기에 상반된 의견을 갖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북한주민을 탄압하고 남한을 군사적으로 위협하는 김정일 정권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갖고 있으면서도 독재치하에서 고통받는 북한 동포들은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 남한의 민심이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는 제가 지방을 돌며 대중강연을 하면서 현지 주민들로부터 확인한 민심이기도 합니다. 바야흐로 남한 국민들이 북한 정권과 북한 동포를 다른 눈으로 보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런 남한의 민심은 앞으로 한반도 통일의 방향을 결정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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