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8일 북한에서 연포온실농장 건설 착공식이 크게 진행되었습니다. 김정은의 참가 하에 진행된 착공식에서는 공업도시, 과학도시인 함흥시와 함경남도 주민들에게 사철 푸른 남새를 공급하기 위해 100여 정보의 남새온실농장을 최상의 수준에서 건설할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북한지도부는 온실농장 건설을 “인민대중제일주의 정치의 상징, 이상으로만 미래형으로만 여겨오던 현대적 온실농장을 현실로 만드는 사업”이라면서 “온실 뿐 아니라 살림집 1,000여 세대를 건설하고 학교와 문화회관, 종합봉사시설 등이 갖추어진 하나의 농장 지구를 10월 10일까지 끝내기 위해서 새로운 연포창조정신, 연포불바람을 일으키라”고 호소했습니다.
그런데 건설이 시작되자마자 주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건설에 필요한 자재를 마련하기 위한 현금, 부식물과 장갑 등 현물 과제가 주민에게 할당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로 인한 국경 봉쇄가 2년 넘게 지속되면서 ‘고난의 행군’ 못지않게 생계가 어려운 시기에, 국가에서 뭘 주어도 부족한 상황에서 오히려 지원물자와 자금을 내라고 하니 주민들의 불만이 없다고 하면 이상한 것입니다.
국가가 진행하는 각종 건설을 주민들로부터 돈을 모으고 노력을 동원하여 추진하는 것은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당국의 관행이 되고 있습니다. 이번 온실농장 착공식 때에도 김정은은 “인민군대가 건설을 도맡아 해도 앞으로 그 덕을 보게 될 것은 함경남도인 만큼 도가 건설에 힘껏 기여하는 것은 응당한 일”이라면서 “온실 농장 건설이 힘있게 추진되도록 각방으로 원호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북한에서 국가가 추진하는 대규모건설을 주민들의 주머니를 털어서 추진하는 이유는 공장이 제대로 가동하지 않아 국가 예산 수입이 터무니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자금이 매우 부족한 조건에서 나라를 경영하려면 나라 살림을 쪼개가며 해야 합니다.
그러나 북한지도부가 나라 살림을 하는 것을 보면 정말 실정을 너무 모릅니다. 가난한 나라 주민들에게 우선 필요한 것은 온실 채소가 아닌 알곡과 일반 채소입니다.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의 도시 주변에서는 주민들이 텃밭을 이용해서 온실 농사를 짓고 있고 거기에서 생산된 채소가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온실에서 생산한 오이, 고추, 토마토는 1kg당 가격이 1만 5천 원~2만 원에 달하는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온실 농사는 비용이 많이 듭니다. 현재 북한에는 1kg에 4천원 정도하는 입쌀을 구입할 여력이 안 되어 2천 원짜리 강냉이로 끼니를 에우는 집이 반이 넘고 강냉이밥조차 배불리 먹지 못하는 집도 10%에 달합니다. 현재 북한주민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비싼 온실 오이나 고추, 토마토가 아니라 식량과 야외에서 경작되는 값싼 채소입니다. 그리고 온실에서 채소를 생산해도 함흥시 주민들은 별로 덕을 볼 수 없을 것입니다. 경성군 주민들은 3년 전에 건설한 중평온실농장에서 생산한 채소를 구경조차 못했다고 합니다.
북한당국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대규모 건설 중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 너무도 많습니다. 북한정부는 2012년, 강원도 세포 지구에 대규모 목장을 건설하여 주민들에게 고기와 우유를 공급하겠다고 했습니다. 세포 등판 개간을 위해 수많은 북한주민들과 군인들이 돈과 물자 노력을 바쳤습니다. 그러나 준공식이 끝난 지 5년이 되어오는 오늘에도 세포지구에서 생산된 고기와 우유를 먹어본 주민이 거의 없습니다.
주민들이 온실 남새나 고기를 마음대로 먹도록 하자면 국가의 경제발전수준이 일정 정도에 도달해야 합니다. 북한은 1인당 국민소득이 1,300 달러 정도에 달한다고 하나 국방비에 투자하는 자금이 너무 많아서 주민들의 생활에 돌아가는 몫은 많지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뜩이나 부족한 자금을 온실 남새에 투자할 것이 아니라 알곡과 일반 채소 생산에 투자하는 것이 실제로 주민들의 생활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북한지도부는 환상에서 벗어나 현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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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