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죽은 사람의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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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남한의 임진강 하류에서 북한여성의 시신이 발견되었습니다. 16일에도 임진강 하류에서 생후 6개월로 추정되는 영아 시신이, 지난 5일과 2일에는 김포와 인천 강화군 교동도 인근 갯벌에서 어린이 시신이 각각 발견되었습니다. 영아와 어린이 시신도 모두 북한에서 떠내려 온 것으로 결론 났습니다. 북한주민의 시신이 남한과 일본으로 떠내려오는 사례가 많습니다. 바다에서 조난당한 배에 타고 있던 사람들의 시신도 많고 장마철에 익사한 북한주민의 시신이 임진강에 떠내려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시신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북한당국은 남측이 시신을 송환하겠다고 통지해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송환하지 못한 북한주민의 시신은 남한의 무연고자 시신 처리 규정에 따라 지역행정기관에서 화장하여 무연고자 시신보관소에 보관합니다.

북한주민들은 인권에 대해 잘 알지 못 합니다. 북한당국은 개인보다 국가가 더 귀중하며 개인의 인권위에 국가의 자주권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므로 국가의 이익과 요구를 위해서 개인의 생명, 인권을 희생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주민이 없습니다. 당과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는 개인의 생명을 서슴없이 바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지도부는 주민들의 생명권을 좌지우지 할 권한을 독점하고 심지어 구원할 수 있는 사람도 국가에 손해가 되는 경우에는 내버립니다. 1980년대 버마 양곤에서 남한 수뇌부 테러 작전에 참가했던 대남공작원 강민철이 체포되었습니다. 북한당국이 주민의 생명을 귀중히 여긴다면 테러를 자행했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고 그를 조국으로 데려갔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북한당국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지만 테러를 인정하지 않았고 강민철이 북한사람이라는 것을 끝까지 부인했습니다. 그는 외로운 옥살이를 25년간 했지만 북한사람인 그를 누구도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는 결국 감옥에서 병에 걸려 사망했습니다. 북한당국의 입장에서 볼 때 버마 사건을 인정하면 북한이 테러 국가라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될 것이니 따라서 국가를 위해 공작원이 희생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북한에서는 대동강 밑으로 굴을 뚫다가 물이 터져 그동안 힘들게 뚫어놓은 굴이 모두 물에 잠기게 되는 상황에 처하자 잠기지 않은 굴을 지키려고 나오지 못한 군인들을 그대로 두고 굴을 막아 버렸습니다. 자강도에서는 지하 군수공장이 폭발하기 시작하자 다른 직장들이 폭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일하던 노동자들이 나오지 못한 상황에서 굴을 막아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것에 대해 항의하는 주민은 거의 없습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으니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국가를 위해 목숨 바쳐 싸운, 살아있는 공작원도 버리는 국가에서 죽은 시신을 버리는 것쯤은 대수롭지 않은 일일 것입니다. 별 볼 일 없는 주민이 사고사로 떠내려갔는데 남한에 머리를 숙일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북한주민의 시신이 발견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북한당국의 자존심을 훼손한다면 찾아오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입니다.

남한에서는 평범한 주민의 사고사가 나도 경찰과 군인, 배와 비행기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하여 시신을 찾아 가족에게 보내줍니다. 그것을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남한주민들이 작년에 바다에 빠져 북한 해군에게 구조를 요청한 남한 주민을 코로나가 퍼진다는 이유로 해상에서 사살하고 시신을 불에 태우는 장면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겠는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인간은 살아있을 때 존중받아야 하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고 죽어서도 존중을 받아야 합니다. 인간은 죽을 때도 존엄 있게 죽을 권리, 죽어서도 존중을 받을 권리를 가집니다. 최근 북한지도부는 인민을 가장 귀중히 여기는 ‘인민대중 제일주의’, 인민을 하늘처럼 받드는 ‘이민위천’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쪽에 외롭게 남아있는 북한주민의 영혼은 구천을 떠돌며 북한당국의 이 구호가 허위라고, 당신들은 속고 있다고 절규하고 있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현아,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