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청(漢城)이 아니라 서우얼(首爾)이다

서울의 중국어 표기에 관한 남한 언론인 문명호 씨의 ‘한청이 아니라 서우얼 이다’라는 제목의 논평입니다. 논평내용은 논평가 개인의 견해입니다.

서울시가 19일 수도 서울의 중국어 표기를 한자로 음이 비슷한 서우얼(首爾)로 정하고 중국에게도 서우얼로 불러주기를 바라고 있다. 서울의 수(首)자는 뜻이 머리수이니 으뜸 되는 도시를 상징한다. 서울시가 한자 표기를 서우얼로 고친 것은 중국인들이 오랫동안 이웃나라 수도 이름을 그들이 편리한대로 한청((漢城))으로 불러왔고 또 현재도 그렇게 쓰고 있기 때문이다. 한청이란 조선왕조 5백년간 불러왔던 명칭으로 중국인들에겐 한민족 아닌 ‘한족(漢族)이 사는 마을’로 해석될 수 있는 맞지 않는 명칭이다.

한국은 광복 후 1946년 8월 15일, 첫 광복절 때부터 대한민국 수도를 서울로 부르기 시작했고 영어 표기로는 Seoul을 쓰고 있다. 따라서 한국이 수도 서울의 한자 표기를 발음이 비슷한 서우얼로 정하고 외국에 그렇게 불러 달라고 하는 것은 당연하고 당연한 일이다. 한국의 바램에 앞서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가 서울을 서울로 표기하고 그렇게 부르고 있다.

그런데 유독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중국만 이를 존중해 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가령 중국의 수도 베이징(北京)을 청나라시대 명칭인 옌징(燕京)으로 부른다던가, 처음 외국인들이 부른 광둥식 발음대로 페킹으로 부른다면 중국인들은 어떻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외국인들은 처음 한동안 페킹으로 부르다 현지 발음에 맞게 불러 달라는 중국의 희망에 따라 베이징으로 고쳐 부르게 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서우얼로 불러 달라는 한국의 기대가 간단치 않은 모양이다.

물론 중국 네티즌들의 긍정적 반응도 있는 것 같다. “한청을 서우얼로 고치는 것이 도리에 맞는 일이다. 현지 발음에 가깝다니 말이다.” 그러나 이 같은 긍정적 반응은 아주 드물다. 그보다 조소적이거나 뒤틀린 심사가 많이 보이고 있다.

“우리가 우리의 중국어로 다른 나라 도시를 어떻게 부르건, 자기네들이 웬 간섭인가.” “우스워 죽겠네. 너희들이 뭐라고 해도 나는 계속 한청으로 부르겠다.” “고구려가 어쩌고저쩌고, 단오절이 자기네 거라는 등 어쩌고 하더니, 한국, 이 쓰레기 같은 것들” 등등...욕지거리를 하는 중국인들도 있다.

중국이 타국의 지명을 어떻게 표기하고 어떻게 부르는 가는 중국인들이 정할 문제이긴 하다. 그러나 상대국의 지명과, 표기나 발음이 가깝고 또 상대국이 정한 명칭을 존중해 주는 것이 옳은 일이다. 가령 한국도 북한을 지원해 한국전에 참전했던 공산국 중국을 중공(中共)으로 불러왔으나 수교와 더불어 중공이라고 쓰지 않고 중국으로 부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북한의 평양에 대해선 한자음 그대로 핑랑(Ping Rang)으로 쓰고 있지 않은가. 중국이 한국이 부르기를 바라는 서우얼 대신 계속 한청으로 부른다고 해도 하는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국제적 관례와 예의에 어긋날뿐더러 혼란만 더하게 할뿐이다. 그보다도 도량이 넓은 것으로 알았던 중국과 중국인들에 대한 이미지대신 아직도 중화주의 패권주의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중국인들이란 부정적 이미지가 커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