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는 세계적 금융위기 속에서 경제 살리기를 군사·사상문제보다 먼저 기술했습니다. 그러나 경제회생 방식은 개혁·개방이 아니라 주민 노동력을 대규모로 동원하는 1950년대의 천리마운동을 강조했습니다.
신년사는 김정일 위원장이 작년 12월24일, 천리마운동이 시작된 평안남도 남포에 있는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를 시찰한 의미를 강조하면서 '새로운 혁명적 대고조'란 표현을 반복했습니다. 신년사는 '천리마'란 단어를 11번 사용했는가 하면 '강선의 봉화'란 용어도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강선은 김일성 주석이 1950년대에 천리마운동을 시작한 공장 이름입니다. 북한이 이러한 용어를 사용한 것은 1950년대 천리마운동을 재현해 경제성장률이 높았던 1950, 60년대의 천리마 대고조 시기로 돌아가겠다는 발상입니다.
그러면 이 같이 주민 노력을 동원하는 방식으로 경제가 살아날 수 있을까. 북한은 2001년 공동사설에서 실리와 효율을 위한 경제 관리체계의 개선을 외치며 제한적인 개혁과 개방을 시도했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그 이후 시장 통제조치를 발표했지만 계속 실패했습니다.
경제침체가 더욱 심해지자 이번엔 다시 50년대로 회귀하겠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그러나 현대화된 최신 기계와 설비를 갖고도 경제를 살리지 못하는 국제 경쟁체제 하에서 중앙통제와 노동력 쥐어짜기 방식에 의해 경제를 회복하겠다는 발상은 바위에 달걀을 던지는 것과 같습니다. 더욱이 1950년대에는 북한 주민들이 의욕을 갖고 자발적으로 노동에 참여했지만 먹을 것이 없어 지칠 대로 지친 지금에 와서는 북한 주민들의 노동 의욕이 크게 저하되어 있기 때문에 노동 생산성을 기대할 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 방식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하겠습니다.
또 신년사는 김 위원장의 건재를 과시하며 체제를 단속하려는 내용도 많이 들어있습니다. 예컨대 '장군님께서는 무한대한 정력을 지니시고 ... (중략) ... 방방곡곡에로 전설적인 강행군을 하고 계시다'라고 밝히고 있는가 하면, '인민은 수령을 절대적으로 신뢰해야 한다' '사상적 일색화를 이루어야 한다' '이색적 생활풍조를 불허한다'는 등의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이것은 김정일 위원장의 와병으로 해이해진 북한 주민들을 단속하고 외부에서 유입되고 있는 정보와 자본주의적 요소를 차단함으로써, 체제 동요를 막으려는 데 그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방파제 밑구멍으로 새어드는 거센 물결을 손바닥으로 막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세계사의 조류는 모든 나라가 이념의 장벽을 넘어 개방, 정보소통, 민주화의 길로 가고 있기 때문에 북한도 이를 막지는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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