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북한의 김정은 신화(神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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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이 김정은 세습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우상화 작업을 본격화함으로써 김일성 가문의 3대 우상화 세습이 국제사회의 웃음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김정일 생존 시부터 김정은에 대한 우상화 작업을 은밀히 추진해왔습니다. 그 한 예로 김정은은 3세 때 '광명성 찬가'라는 한시(漢詩)를 붓으로 옮겨 쓸 정도로 천재 꼬마였다고 선전해왔습니다. 이 시는 김일성이 아들 정일에게 하사한 것으로 '광명성'은 김정일 위원장을 의미한 것입니다.

그런데 간지체, 즉 간단히 변형시킨 한자로 쓰인 시를 세 살배기 꼬마가 정규한자인 번자체로 바꿔 썼을 정도라니 마법의 손이라도 가졌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김정일 사망 직후 김정은은 할아버지와 아버지 때 그랬던 것처럼 '당과 인민의 최고 영도자'가 됐고 천출위인(天出偉人)으로 묘사되었습니다. 조선중앙TV는 최근 들어 김정은 생모인 고영희까지 거론함으로써 우상화 작업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와 아울러 북한 당국은 김정일의 시신을 미라 형태로 만들어 김일성과 나란히 평양 금수산기념궁전에 보존키로 했습니다. 또 김정일 생일을 '광명성절'로 지정하고 각지에 동상과 초상화, 영생탑을 만들기로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사망한 부자의 미라를 나란히 보존하고 부자의 동상도 함께 건립한 나라는 지구상에 북한 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면 김정은 우상화가 성공할까.

과거 김일성 부자에 대한 우상화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김일성의 항일 빨치산 활동을 통한 카리스마가 있었고 김정일이 20여 년 동안 권력승계를 치밀하게 준비해온 기반이 튼튼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에 비해 김정은은 이제 30세밖에 되지 않은 나이에 카리스마, 지도력, 업적이 전무한데다 권력승계 준비 기간도 불과 2년 밖에 되지 않은 짧은 기간이었습니다.

더욱이 김일성 부자는 철저한 폐쇄, 통제정책 실시로 외부로부터의 정보유입을 차단시킴으로써 북한 주민들로 하여금 위만 쳐다보고 무조건 따라오게 만드는 우민(愚民)정치에 성공하였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시대 상황은 그때와는 너무나 달라졌습니다. 북한 당국이 아무리 폐쇄체제를 고수하고 개방, 개혁을 거부한다할지라도 홍수처럼 밀려드는 외부정보를 막는 데는 한계가 있고 외부정보에 접한 북한 주민들의 의식도 변하고 있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인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과거 소련의 솔제니친, 사하로푸나 체코의 하벨과 같은 반(反)체제 인사가 북한에서도 나타날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위로부터 강요되는 세습 신화는 머지않아 그 허구가 들어나면서 깨지고 세인의 웃음거리로 끝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김정은을 우상화하는 것은 김정은의 집권을 위해서라기보다 그를 이용하여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세력의 계책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김정은을 둘러싼 권력자들이 당분간은 집단지도체제 형식을 유지하겠지만 핵문제와 개방, 개혁 같은 중대한 문제를 놓고 의견차이가 나타날 경우 정략적 결합이 깨지면서 권력투쟁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김정은 우상화 세습은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