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 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 최근 급변하는 북한과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김여정 ‘기록 갱신’ 발언… ICBM 다발 발사 가능성?
[기자] 마키노 기자님. 안녕하십니까. 지난달 26일, 북한은 약 한 달 만에 순항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이후 지난 2일,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한국에 입항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4일 비난 담화를 발표했는데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미국 항공모함의 한반도 전개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 순항미사일은 단거리, 중거리 목표를 공격하는 무기입니다. 주로 한국을 공격하려고 하는 노림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유사시 탄도미사일뿐만 아니라 순항미사일 등 여러 가지 수단으로 한국을 동시에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미 항공모함의 한국 입항은 한미연합훈련 실시에 따른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매년 3월마다 하는 한미 연합훈련은 대규모 군사훈
련이고 보통 6개월 전부터 훈련 일정이 결정되기 때문에 지난 조 바이든 정권 당시 결정된 훈련 계획에 따라 이번 입항이 실행됐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올해 연말까지 미국에 대한 위협을 최대한 높이려 하기 때문에 이러한 입항을 군사력 강화의 명분으로써 이용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4일 담화에서 “우리도 전략적 억제력 행사에서 기록을 갱신할 수밖에 없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이 이야기한 ‘기록 갱신’이 무엇인지를 주목하고 있는데요. 미 본토 방위에 불안감을 느낄 수 있는 도발을 하겠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동시에 여러 발 발사하는 새로운 도발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젤렌스키-트럼프 회담 노딜은 예상 밖 ‘사고’
[기자] 지난달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있었습니다. 광물 협정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 회담은 두 정상의 고성과 설전으로 ‘노딜(no deal:결렬)’로 마무리됐습니다. 2019년 하노이 회담의 노딜이 생각나는 모습이었는데요. 지난 4일,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원조를 전면 중지할 것을 지시했고, 같은 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광물 협정에 서명할 준비가 돼 있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밝혔습니다. 두 정상의 회담,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마키노 요시히로] 젤렌스키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결렬과 2019년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에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미국 정보 소식통에 들은 바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회담의 결렬은 ‘사고’였다고 합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사전 협의에서 광물 협정에 서명한다는 것이 완전히 합의됐었다고 합니다. 백악관 집무실에서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대화도 이미 각본이 준비돼 있었다고 합니다. ‘웃는 얼굴로 대화한다’, ‘우크라이나의 전후 안전 보장 이야기는 안 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에 감사의 말을 한다’ 등 사전 합의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밴스 부통령이 바이든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과정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너무 반발해 이런 시나리오가 무산됐다고 합니다.
반면 2019년 하노이 노딜은 원래 합의가 어려운 회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제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김정은 총비서는 2018년 6월에 열린 싱가포르 회담 당시부터 비공식적으로 영변 핵시설만 포기하기를 원했고, 그 대가로 대북 제재 해제 등 많은 것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미국은 하노이 회담 이전에 북한이 주장하는 스몰딜(부분합의)에 응하지 않고, 적어도 영변 핵시설과 그 이상의 비핵화 조치를 포함하는 빅딜(포괄적 합의)이 아니면 합의하지 않는 노딜 대응을 사전에 결정했다고 합니다. 그 이후 미국과 북한을 둘러싼 전략적인 환경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북한은 전술 핵무기나 초음속 미사일 등을 연구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러시아와 북한 사이에서 가능한 안정된 관계를 구축하고 싶은 노림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다시 하노이 회담이 열린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총비서의 제안에 응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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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미국-우크라이나 정상회담 결렬 이후 유럽 정상들과 캐나다 정상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젤렌스키 대통령을 환대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협상과 관련해 지형 변화가 있는 듯합니다. 앞으로 종전 협상이 어떻게 전개될지, 그 과정에서 북한군 파병 문제는 어떻게 다뤄질 것으로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제가 일본 자위대 간부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군사 지원을 하지 않을 경우, 오는 여름까지밖에 싸우지 못한다고 합니다. 우크라이나는 1년에 200만 발 정도의 탄약을 소비하고 있고, 미국은 300만 발 정도의 탄약을 제공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크라이나 군이 쓰고 있는 장거리 드론(무인기)에는 미국이 제공하고 있는 위성 정보가 필수적입니다. 그리고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 발견과 무력화 대응은 미국 본토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듣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압력을 가하면 우크라이나는 종전 협상에 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광물 협정이 미국에 경제적인 이익이 되는 협정이지만, 사실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에서도 큰 의미가 있을 수 있습니다. 미국 자본이 광물 자원 개발을 위해 우크라이나에 들어가면, 만약 러시아가 다시 우크라이나에 침투했을 때 우크라이나에 일하고 있는 미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이 러시아와 싸워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안전 보장이라고도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안이 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는 광물 협정에 서명할 것을 동의했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트럼프 정권은 가능한 바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을 실현하고 싶은 생각입니다. 이르면 올해 연말까지는 종전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군과 관련해, 러시아와 북한은 아직도 파병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죠. UN 상임 이사국인 러시아는 북한과 군사 협력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노림수가 있고, 북한 파병을 인정하면 북한이 종전 협상에 참여하는 명분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상황은 러시아가 싫어할 수 있습니다. 물론 러시아는 북한에 대해 파병 대가를 지불할 수 있고, UN이나 미북 협상에서 북한을 중재하려는 생각이 있을 겁니다.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이후 미북대화가 재개되지 않을까’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백악관에서 보인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협상 태도가 우크라이나 전쟁뿐만 아니라 북한 문제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북대화 가능성은 어떻게 예상하시며 대북 정책은 어떻게 바뀔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트럼프 정권은 중국과 경쟁에 승리하기 위해 러시아, 북한과 가능한 좋은 관계를 구축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가능한 북한과 대립을 피하려는 전략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내년 가을에 미국에서 중간 선거가 예정돼 있습니다. 중간선거까지 정치적인 성과를 얻어내고 싶을 겁니다. 그것이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종전이고, 가자 주민 이주를 포함한 재건축이고, 미북 사이에 핵 문제 해결 등으로 예상합니다. 북한도 2019년 하노이 노딜을 다시 되풀이하지 않도록 국방 개혁 5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인 올해, 미국의 미사일 방어 능력을 돌파할 수 있는 핵미사일 능력 개발에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이후, 2026년 초에 미북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럴 경우 미국은 영변 핵시설만 폐기한다는 제안을 받아들이고,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ICBM 포기 조건과 함께, 앞으로 핵 폐기를 목표로 한다는 형식상 목표를 유지하면서 사실상 북한 핵무기를 묵인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기자] 네. 지금까지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 전문기자와 함께 한반도 정세와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봤습니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에디터 노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