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L 4대 갖춘 북 장진 미사일 기지, 괌까지 사정권

앵커: 북한 함경남도 장진군에 중거리 탄도미사일 기지로 추정되는 시설이 위성사진에 포착됐습니다. 4대의 이동식 발사대가 식별되고, 진입형 대피소와 보호 토벽 등도 갖췄는데요. 군사 전문가들은 이 미사일 기지가 실제 운용된다면, 미국령인 괌까지 타격할 수 있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반면, 북한의 무력 과시를 위한 위장 기지일 가능성도 제기되는 가운데, 천소람 기자가 장진군 미사일 기지의 실체와 의미를 짚어봤습니다.

진입형 대피소에 보호 토벽까지... 실제 운용 가능성

미국의 ‘구글 어스(Google Earth)‘에서 확인한 2018년 7월 23일의 북한 함경북도 장진군 일대.

미사일 기지로 추정되는 이 시설에는 깊은 산 속에 4대의 이동식 발사대(TEL)가 배치된 모습이 확인됩니다. 미사일 기지의 가장 북쪽에는 본부로 추정되는 건물이 보이는데, 상대적으로 개방된 지역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또 산길을 따라 이동식 발사대가 분산 배치돼 있는데, 두 대는 본부와 가깝게 위치해 있고, 또 다른 두 대는 도로를 따라 더 깊은 산 속에 배치된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2025년 2월 19일, 미국의 상업위성인 플래닛랩스(Planet Labs)를 통해 RFA가 촬영한 북한 함경남도 장진군 일대. 미사일 기지로 추정되는 시설에 이동식 발사대(TEL) 4대가 보인다.
2025년 2월 19일, 미국의 상업위성인 플래닛랩스(Planet Labs)를 통해 RFA가 촬영한 북한 함경남도 장진군 일대. 미사일 기지로 추정되는 시설에 이동식 발사대(TEL) 4대가 보인다. 2025년 2월 19일, 미국의 상업위성인 플래닛랩스(Planet Labs)를 통해 RFA가 촬영한 북한 함경남도 장진군 일대. 미사일 기지로 추정되는 시설에 이동식 발사대(TEL) 4대가 보인다. (Planet Labs, 이미지 제작 – Jacob Bogle)

이러한 모습은 최근까지도 관측됐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지난 2월 19일, 미국의 상업위성인 ‘플래닛랩스(Planet Labs)'를 통해 촬영한 장진군 일대의 위성사진을 살펴보니, 4대의 이동식 발사대가 여전히 식별됩니다.

미국의 민간위성 분석가인 제이콥 보글은 지난 1일 RFA에 “4대의 이동식 발사대가 같은 구조를 보이고 있다”라며 “길이는 약 16~17m로 보호 토벽(protective berm), 진입형 대피소(drive-in protective shelter)를 갖추고 있고, 야외에 배치돼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토벽과 대피소는 이동식 발사대를 은폐 또는 보호하기 위해 설계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 보글 분석가는 이 기지가 1995년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측하면서, 이들은 “스커드 미사일 계열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0’을 발사할 수 있는 (이동발사대의) 크기와 대략 일치한다”라고 평가했습니다.

해당 기지는 지난 2021년, 보글 분석가에 의해 처음 공개됐는데, RFA는 그동안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이 시설에 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화성-12 운용 기지라면 오키나와·괌까지 타격 가능”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이동식 발사대의 크기로 보아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혹은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을 운용하는 기지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양욱 한국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5일 RFA에 이 기지가 북한의 액체연료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화성-12’를 운용하는 기지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양욱] 위치상 제가 볼 때 MRBM 혹은 IRBM 기지로 보입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TEL 크기가) 20m 돼요. 이 정도에 맞는 미사일이면, 아마 북한이 교체하고 있는 ‘화성-12’가 이 정도 크기가 되거든요. 추정할 수 있는 것은 기존 ‘화성-12’를 운용하는 기지인데, 아마 이게 결국 ‘화성-16’으로 교체해 배치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화성-12’가 있다는 것은 실전 기지라고 봐야 하는 겁니다.

신승기 한국 국방연구원 연구위원도 4일 RFA에 이 시설이 준중거리 혹은 중거리급 미사일을 운용하는 기지일 수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신승기] 윤곽상 미사일이 정확하게 어떤 체계인지 확인하기는 어려운데요. 추진 체계가 1단 혹은 2단 정도로 돼 보이고, 준중거리나 중거리급 신형 탄도미사일인 것 같습니다.

준중거리 탄도미사일 사거리는 약 1천km(620마일) 이상 3천km(1,860마일) 미만이며, 중거리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는 3천km에서 5천500km(3,418마일)에 달합니다.

장진에서 미군 기지가 있는 일본 오키나와까지의 거리는 약 1천500km(950마일), 미국 공군 기지가 있는 괌까지의 거리는 약 3천400km(2천100마일).

준중거리 탄도미사일이라면 일본 오키나와에 위치한 미군 기지까지 닿을 수 있는 사거리이며, 중거리 탄도미사일이라면 괌에 위치한 미국 공군 기지를 직접 공격할 수 있습니다.

[양욱] ‘화성-12’는 생산하고, 입증이 다 끝나서 현장 배치가 된 상태입니다. (장진 기지가) IRBM의 실전 기지가 아닌가 추정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얘기할 수 없지만, 실제 가동이 계속되는 상태고, 배치된 TEL의 모양을 봤을 때 ‘화성-12’의 운용 기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화성-12’는 최대 4천km까지 날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기에 미국의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닌가 보고 있는 거죠.

특히 보호용 대피소가 있는 것으로 보아 이 기지를 실제 운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양욱] 위장으로만 할 것 같으면 굳이 대피소를 만들 이유는 없습니다. 엄청난 노력이 들어가는 거니까요. 또 산골짜기 깊숙이 위치한 만큼 꽤 실전을 생각한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실전 기지일 가능성이 높은 거죠.

[신승기] 미사일을 운영하는 기지인 것은 맞고 진입형 대피소, TEL이 딱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있거든요. 실제 운영되는 기지이고, 실제 TEL일 가능성도 있는 거죠. 기지 자체는 장진 쪽에 의미 있는 기지인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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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14일, 구글 어스(Google Earth)에 나타난 북한 함경남도 장진군 일대. 미사일 기지로 추정되는 시설이 위성사진에 포착됐다.
2016년 3월 14일, 구글 어스(Google Earth)에 나타난 북한 함경남도 장진군 일대. 미사일 기지로 추정되는 시설이 위성사진에 포착됐다. 2016년 3월 14일, 구글 어스(Google Earth)에 나타난 북한 함경남도 장진군 일대. 미사일 기지로 추정되는 시설이 위성사진에 포착됐다. (Google Earth, 이미지 제작 – Jacob Bogle)

과시용 위장 기지일 가능성도

하지만 이동식 발사대는 보통 모습을 숨기고 있는데, 계속 같은 위치에 노출된 상태로 관측되고 있다는 점에서 눈속임을 위한 위장용 기지일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한국 국방연구원에서 오랜 기간 군사 문제를 연구한 김진무 전 한국 숙명여자대학교 글로벌서비스학부 교수는 4일 RFA에 미국이 인공위성을 통해 북한을 감시하고 있는데, 이동식 발사대를 은폐하지 않고 노출했다는 것은 미국에 대한 무력시위라고 해석했습니다.

[김진무] 깊은 산 중에 미사일 기지를 만들어 놓고 미국이 인공위성으로 볼 거라는 걸 다 알고 있는데도 왜 은폐하지 않을까요. 과거부터 북한은 위장용 기지를 많이 배치해 놨어요. 액체 연료의 경우 주입에 시간이 걸리잖아요. 한국의 ‘킬체인’ 시스템은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공격하는 겁니다. 그래서 (기지가) 노출되면 안 돼요.

한국의 ‘킬체인’은 북한의 핵·미사일을 탐지하고 발사 전 선제공격해 제거하는 방식인데, 액체연료 미사일일 경우 주입 시간이 오래 걸리고, 유사시 선제 타격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더욱 기지가 노출되면 안 된다는 설명입니다.

또 김 교수는 앞으로 미북 협상이 진행되면, 노출된 미사일 기지도 모두 협상 테이블에 올라가게 되는데, 굳이 미사일 시설을 노출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진무] 가짜일 수도 있고 과시하려고 하는 걸 수도 있습니다. 일종의 위협을 주는 행동이죠. ‘우리 이렇게 미사일 전개해서 훈련하고 있다’, ‘오키나와와 괌, 동아시아의 미군 핵심 기지를 언제든지 때릴 수 있다’라는 식의 무력시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주변 혹은 다른 미사일 기지에 대한 관심을 줄이기 위해서 여기에 집중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신승기 연구위원도 이동식 발사대가 계속 노출된 상태라면, 위장용 미사일 기지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신승기] 보통 미사일 등은 대부분 저장 시설에 저장하는 편입니다. 미사일을 오랫동안 유지, 관리하기 위해서는 습도와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해주는 게 좋기 때문인데요. 만약 한 번도 갱도 안이나 쉘터(보호소) 안에 들어가지 않은, 사진에서 보는 상태 그대로 계속 있었다면 위장용 미사일 기지일 가능성도 상당히 있다고 봐야겠죠.

이처럼 장진의 미사일 기지가 노출된 상태로 유지된 점을 고려할 때, 북한이 미사일 운용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위장용 기지’일 수도 있지만, 진입형 대피소와 이동식 발사대의 배치 방식 등을 고려했을 때, 단순한 위장 시설보다는 실전 운용 기지일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인 NK프로가 지난 6일, 북한이 평양 일대에 골프장으로 위장한 새 장거리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는 정황이 관측됐다고 보도한 가운데,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장진 미사일 기지의 실제 용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에디터 노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