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결빙 두만강에 다리 기둥 공사

앵커: 북한과 러시아를 잇는 두만강 다리가 내년 말 완공 예정인 가운데 혹한기 얼어붙은 강 위로 다리 기둥을 세우는 기초 공사가 진행 중인 정황이 위성사진에 포착됐습니다. 두만강 다리를 연결하는 북한 측 도로 공사도 트럭과 중장비를 동원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요. 예상보다 빨리 진행되는 분위기입니다.

천소람 기자가 위성사진으로 북러 두만강 다리 건설 상황을 살펴봤습니다.

두만강 다리 포함 총 830m 구간 공사 본격화

한국의 위성 사진 업체 ‘SI 애널리틱스(SI Analytics)’가 지난 5일 공개한 북한-러시아 접경 지역 일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위성사진을 분석하는 SI 애널리틱스는 지난 3일 촬영된 북러 국경 지역의 위성사진 분석 결과 “결빙된 두만강 위에서 다리 건설을 위한 준비 작업이 진행 중인 모습이 포착됐다”라고 밝혔습니다.

위성사진에 따르면 러시아 국경에서 약 300m 떨어진 곳까지 다리 공사가 진행 중인데, 얼어붙은 두만강 위에 다리 기둥이 놓일 것으로 추정되는 노란색 구조물도 식별됐습니다. 또 국경 근처에는 건설 자재로 보이는 물건들도 포착됐습니다.

SI 애널리틱스는 “강이 녹기 전까지 기초 작업을 완료하고, 봄이 되면 본격적인 다리 기둥이 설치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지난 3일 촬영된 또 다른 위성사진에는 북한 측에서도 공사가 활발히 진행 중인 모습이 확인됐습니다.

두만강 다리를 연결할 도로 공사가 활발히 진행 중인데, 지반을 다지는 작업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이며, 공사 현장 근처에는 자동차와 트럭, 불도저 등 중장비가 배치돼 있습니다.

SI 애널리틱스(SI Analytics)가 제공한 2025년 3월 3일 촬영된 위성영상. 러시아-북한 간 다리 건설이 진행 중이다.
두만강 다리 공사 SI 애널리틱스(SI Analytics)가 제공한 2025년 3월 3일 촬영된 위성영상. 러시아-북한 간 다리 건설이 진행 중이다. (SI Analytics 분석, 제공)

러시아 매체인 인테르팍스(Interfax.ru) 통신은 지난 2월 3일, 러시아 정부가 두만강 다리 설계와 건설 계약자로 톤넬유즈스트로이(TonnelYuzhStroy LLC)를 선정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또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 미하일 미슈스틴 총리는 톤넬유즈스트로이에 해당 다리를 2026년 12월 31일까지 완공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SI 애널리틱스는 “러시아 정부가 2년의 공사 기간을 배정했지만, 혹한기에도 기초 작업을 서두르는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요구에 따른 ‘가시적 성과’를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인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러시아에서 1km 길이의 다리를 건설하는데 일반적으로 약 1.5년에서 3년이 걸리는 것을 고려할 때, 두만강 다리 공사가 예상보다 빨리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이 업체의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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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교류 확대로 대북 제재 효과 약화 우려”

전문가들은 두만강 다리 건설이 기존 철도를 이용한 북러 교류를 넘어 육로 물류망을 강화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은이 한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러 간 자동차 다리가 완공될 경우 철로보다 더 많은 물류량을 운송할 수 있고, 인적 교류도 가능하기 때문에 북한의 경제 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습니다.

[정은이] 육로 같은 경우는 철로보다 훨씬 더 많은 물류량을 활발히 운송할 수도 있고, 또 사람도 운송할 수 있습니다. 만약에 북러 간에 다리가 건설된다면 철도보다는 훨씬 더 물동량도 많아지고, 운송 시간도 더 빨라지고, 교역량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북한의 군사 지원 대가로 이뤄진 이번 두만강 대교 건설이 양국의 경제 교류를 가속화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브루스 베넷] 새로운 다리를 건설하는 것은 러시아가 북한과의 무역을 직접적으로 늘릴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또 이것이 북한 (무기 공급)에 대한 부분적인 대가라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SI 애널리틱스는 “이번 다리 건설로 새로운 육로 연결망을 구축하게 되면 북러 사이에 경제, 사회, 군사적 교류가 급격히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이는 국제사회의 대북, 대러 제재 효과를 점진적으로 약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북한의 러시아 의존도가 높아지면 중국과 관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는데, “이러한 지정학적 변화는 동북아 및 태평양 지역 힘의 균형을 재편할 가능성이 있어, 앞으로 중국의 대응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이 업체는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김영희 한국 동국대학교 북한학연구소 객원 연구원은 최근 RFA에 북러 간 경제 협력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지리적 요건을 고려하면, 북한이 여전히 대중 무역을 우선시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김영희] 경제적 효과가 있겠지만, (북한에서) 러시아는 기차나 자동차를 타고 많이 들어가야 무역이 가능합니다. 지리적인 요건은 중국이 더 좋죠. 기름도 덜 들고요. 러시아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유통비, 운반비가 중국과 비교해 더 많이 드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북러 간 교역보다도 북중 간 교역이 원가를 절약하면서 훨씬 더 큰 이윤을 낼 수 있습니다.

지난해 6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체결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에는 두만강을 가로지르는 자동차 다리 건설에 관한 협정이 포함됐습니다.

북러를 잇는 두만강 다리 건설 공사가 속도를 내면서 양국 간 협력이 더욱 긴밀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 다리가 북러 관계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또 북한의 경제 발전에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에디터 노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