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인권 단체들이 북한 내 성폭력 및 성별 기반 폭력(SGBV)에 대한 책임 규명 방안과 관련해 표적 제재를 강화하고, 피해자 중심 접근법을 중시해야 한다고 거듭 제언했습니다.
뉴욕에서 서혜준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뉴욕에 위치한 주유엔 한국대표부는 12일 ‘북한 내 성폭력 및 성별 기반 폭력에 대한 정의와 책임 규명 모색’이란 주제로 제69차 유엔여성지위위원회(CSW) 부대 행사를 주최했습니다.
주유엔 캐나다 대표부와 영국의 대북 인권 단체 ‘코리아퓨처’(한미래)가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에서 이현심 한미래 책임 규명 팀장은 최종적인 책임이 있는 가해자들에 ‘표적 인권 제재’(targeted human rights sanctions)를 가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이현심] 전통적인 사법적 메커니즘(체제)이 제한적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표적 인권 제재를 강력히 지지하는 것이 책임 규명을 위한 실행 가능한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 팀장은 “지난해 7월, 성폭력 및 성별에 따른 폭력에 책임이 있는 북한 개인과 단체에 대한 제재가 가해졌다”라며 “이러한 제재는 가해자에게 그들의 행동을 간과하지 않았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조치는 국제 사회가 책임 규명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mmission of Inquiry)의 유산을 확장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그는 경고했습니다.
앞서 유럽연합 정상들의 회의체인 유럽이사회는 지난해 7월, 국제 인권 제재 체제(Global Human Rights Sanctions Regime)에 따라 리창대 북한 국가보위상 등 개인 4명과 기관 2곳에 대해 추가 제재 조치를 승인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아울러 이 팀장은 “북한이 인권 관련 활동에 매우 최소화된 방식으로 참여하면서도, 여전히 자신들의 체제가 정상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라며 “국제 사회의 압력을 유지하고 북한을 국제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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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적 책임 규명 앞서 피해자 중심 접근법이 필수”
뉴욕과 스위스 제네바에 기반을 둔 국제인권단체 ‘보호책임에 대한 글로벌센터’(Global Center for the Responsibility to Protect)의 사비타 펀데이 사무총장은 이날 행사에서 “북한과 같은 상황에서는 ‘사법적’ 책임 규명이 활용적이지 않을 때가 있다(unavailable)”라며 사회적 접근 및 피해자 중심 접근법이 필수적이라고 권고했습니다.
[사비타 펀데이]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점은, 책임 규명이 단지 법적 기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제재와 같은 다양한 경로도 있지만, 이 모든 경로는 피해자를 중심에 두고, 그들에게 가해진 피해와 그 피해를 해결할 수 있는 자원을 중심에 둬야 합니다.
또 그는 “생존자들의 경험은 사건의 문서화부터 법적 절차, 그 이상의 모든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라고 말했습니다.
증언자로 나선 탈북민 인권운동가 박지현 씨도 국제 사회가 북한 여성이 처한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하면서 “여성의 인권은 단순한 사회적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라고 강조했습니다.

[박지현] 북한 여성들에게 전합니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세상은 여러분을 잊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여러분이 자유와 권리를 찾을 때까지 함께할 겁니다.
미국 브랜다이스 대학원에서 국제개발을 전공 중인 탈북민 장은숙 씨도 이날 증언자로 나서, 탈북 청년들이 국제기관과 연대해 책임 규명 과정에 동참한다면, 북한의 인권 침해는 간과될 수 없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장은숙] 저와 같은 많은 젊은 탈북민들이 열심히 공부하며 한반도 통일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유엔, 세계은행과 같은 국제기관들이 젊은 탈북민들의 전문성을 지원하고 책임 규명 과정을 준비할 수 있다면, 그것은 매우 소중한 일이 될 겁니다.
이날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환영사에서 “북한의 인권 침해가 중단되면, 핵무기 개발도 중단될 것”이라며 “북한 인권 문제는 더 이상 핵 문제와 비교해 부차적인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뉴욕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서혜준입니다.
에디터 노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