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 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 최근 급변하는 북한과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러, 북에 핵추진 잠수함 기술 제공 안 해”
[기자] 마키노 기자님, 안녕하십니까. 북한은 지난 3월 8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현장 시찰 소식을 전하며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처음 공개했습니다. 북한이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하게 된다면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시아와 미국 등에 어떤 위협을 초래할 것으로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소형 원자력을 탑재한 핵추진 잠수함과 한국군이 갖고 있는 통상 동력형 잠수함에는 여러 가지 차이가 있습니다. 통상 동력형 잠수함의 속도는 시속 10~15km 정도이며, 최고 속도는 40km 정도입니다. 건전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최고 속도로 길게 추진할 수 없습니다. 이에 비해 핵추진 잠수함의 최고 속도는 시속 50km 정도이고, 계속해서 같은 속도로 나갈 수 있습니다. 핵추진 잠수함의 최대 특징은 은밀성이 매우 높다는 점인데요. 통상 동력형 잠수함이 수중에 머물 때는 건전지를 사용해야 합니다. 이번에 해상자위대 잠수함을 시찰한 바 있는데, 길이 1.6m 정도의 건전지 약 500개를 탑재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건전지를 탑재해도 건전지가 소모되면 해수면에 부상시켜야 하는 상황입니다. 군사 기술이 발전되고 있기 때문에 짧은 시간이라도 부상하면 발견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반면, 핵추진 잠수함의 경우에는 식량이나 물 문제만 해결한다면 반영구적으로 수중에 머물 수 있습니다. 발견되지 않는 기간이 길면 길수록 잠수함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 됩니다. 이 말은 북한이 핵 공격을 당했을 때 잠수함에서 핵 탄도미사일로 보복 공격이 가능해진다는 건데요. 북한은 나라가 크지 않고, 지상에 있는 핵시설이 공격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북한군은 스텔스 항공기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만약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하게 되면 북한의 핵 억제력은 크게 비약할 수 있다고 예상합니다.
[기자] 북한은 2023년 ‘김군옥영웅함’을 공개했습니다. 당시 한국군 당국은 “정상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모습은 아니다”라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이 김군옥영웅함도 정상 운용이 안 되는 상황에서 외형이 더 큰 핵잠수함을 공개한 건데요. 북한이 공개한 핵추진 잠수함의 기술적 수준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또, 북한군 파병의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핵심 기술을 이전받았을 가능성도 제기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좋은 지적인데요. 북한 잠수함 건조 기술 수준은 많은 의문점이 있습니다. 먼저 북한이 핵추진 잠수함 몸통을 건조할 수 있는 기술이 없다는 게 주변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잠수함은 해중에 깊이 잠항하기 때문에 높은 수압에 견딜 수 있는 몸통이 필요한데, 이러한 고도의 기술을 북한이 갑자기 얻어냈다는 점에서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이 잠수함에 탑재할 정도로 안전하고 소음도 크지 않은 소형 원자로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있는지도 확인된 바 없습니다. 핵 추진잠수함은 항상 파괴될 가능성이 있는 원자력 발전소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방사능이 누출될 위험이 항상 있는데 잠수함 내부 전체에 방사능 오염을 막기 위한 안전 설비를 만들 수 있는 기술도 북한은 갖고 있지 않습니다. 북한은 최근까지 이러한 기술을 훔치기 위해 미국이나 한국 등 원자력 관련 기업에 계속 사이버 공격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바 있습니다. 이는 북한이 아직 이런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러시아는 자신들이 방어할 자신이 없는 공격 무기를 해외에 수출한 바가 없습니다. 북한이 원자력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한 뒤 북러 관계가 악화한다면, 북한이 러시아에 핵 공격을 할 가능성이 절대 없다고 감히 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러시아는 북한에 핵추진 잠수함의 기술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결론은 아직 북한은 핵추진 잠수함을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관련 기사
한국, 북 ‘핵잠 건조’ 첫 공개에 “러 기술이전 가능성 주시”

한미 훈련에 ICBM 도발 이례적… 북, 몸값 높이나?
[기자] 북한의 핵추진 잠수함 공개는 핵기술 발전을 과시하면서 한미 연합 ‘자유의 방패’ 연습에 대한 반발의 성격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영변 핵시설이 계속 가동 중인 정황도 위성사진에 포착됐고, 지난 10일에는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처음으로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했습니다. 북한의 핵추진 잠수함 공개와 영변 핵시설 가동, 탄도미사일 발사가 최근 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와 맞물려 있는데, 이를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단기적으로는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전략적인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원래는 북한 외무성이나 북한 군이 반발하는 입장만 발표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훈련을 시작하는 당일에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조금 더 강도 높게 대응한 건데요. 서서히 중거리미사일의 사정거리도 연장하고, 군사 도발의 수준을 높일 가능성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트럼프 정권과 협상에 대비하는 카드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총비서가 정상회담을 한다는 게 거의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핵무기를 사실상 묵인하며 미북 국교 정상화를 실현하고, 노벨평화상을 얻어내려는 것 같습니다. 북한은 그사이에 많은 제재 해제, 한미 연합훈련 취소 등 최대한의 성과를 얻어내기 위해 지금부터 핵과 미사일 카드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북한의 행보와) 미사일 발사는 북한이 이렇게 많은 카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노림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한편, 북한군의 러시아 추가 파병 움직임도 포착됐습니다. 미 국방부 당국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위해 북한군이 추가 파병됐다고 밝히며 그 규모는 북한군 사상자를 보충하는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국정원도 지난달 27일, 북한군의 추가 파병 움직임이 보인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북한군의 추가 파병이 러-우 전쟁에 미치는 군사적, 전략적 영향은 무엇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은 한미연합군, 한국군이 북한으로 진격할 가능성을 (항상) 경계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무제한으로 러시아에 추가 파병을 할 수 없습니다. 북한군은 전체적으로 110만 명 정도 있다고 하지만, 공사 및 노동하는 병사들을 제외하고 전투력을 갖춘 병사는 약 60만 명 정도로 평가됩니다. 그리고 남북 군사분계선에 있는 제2군단, 제5군단 등 병력을 러시아에 보낼 수도 없습니다. 제가 보기엔 추가 파병을 할 수 있는 능력은 많아도 5만 명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긴장해야 할 부분은 북한과 러시아가 사실상 군사동맹 관계를 맺었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북한의 도움을 받고 북한 핵무기를 쓸 수도 있고, 한반도 유사시 북한이 요청하면 러시아 핵무기도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이론적으로 생겼다는 점입니다. 단기적으로 북한군 추가 파병이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없지만, 유럽과 아시아의 안전 보장에 위협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기자] 북한군 추가 파병에 대해 미국, 한국, 일본을 포함한 국제 사회는 어떻게 대응할 것으로 보시나요?
[마키노 요시히로] 트럼프 정권은 공식적으로 한국과 일본에 한미일 방위 협력을 계속 강화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한미동맹은 트럼프 정권 아래 큰 전환점이 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미 국방부 정책 차관으로 지명된 엘브리지 콜비를 인터뷰한 적 있는데,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미국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 재배치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한반도에 재배치할 만큼 많은 전술 핵무기를 미국이 갖고 있지 않고, 한국은 영토가 작아 지상에 배치한다고 하면 쉽게 북한의 공격에 당할 위험성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전술 핵무기를 한반도에 재배치할 수 없고, 핵우산도 제공할 수 없기에 결과적으로 미국이 한국에 대해 전략적으로 핵확산을 인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합니다. 한국의 독자적인 핵무장을 인정하는 대신 북한군 억지는 한국군이 전면적으로 해야 한다는 선택사항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한편, 트럼프 정권은 북한과 국교 정상화도 생각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한미 연합 훈련도 축소 혹은 취소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이 앞으로 너무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네. 지금까지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 전문기자와 함께 한반도 정세와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봤습니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