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압축파일] “북 도농 격차, 코로나 이후 더 벌어져”

[코로나 대유행을 계기로 북한이 국경과 사회 통제를 한층 강화하면서 북한 주민의 삶은 더 궁핍해졌습니다. 또 북한 내부 상황을 파악하기도 매우 어려워졌는데요. 2023년 5월, 목선을 타고 탈북한 김일혁 씨가 북한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생생한 북한의 실상을 전하는 ‘북 압축파일’.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북한 내부 소식이 담긴 파일을 열어보겠습니다. 탈북민 김일혁 씨와 함께합니다.]

“지역별로 도시와 농촌 간 물가 차이 심각”

[기자] 김일혁 씨, 안녕하세요. 코로나 사태로 경제활동이 제한되면서 도시와 농촌 간 빈부격차가 더 심각해졌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코로나 기간에 북한에서 살아가며 보고 느낀 경험을 토대로, 이런 지적이 사실이라고 보십니까?

[김일혁] 네, 맞습니다. 코로나 기간에 경제 상황이 많이 악화했죠. 지역 간 이동을 차단한 게 바탕이 됐다고 봅니다. 북한 인구의 한 50% 정도가 장사를 해서 먹고 살거든요. 근데 장사 물품 자체가 유통이 금지되면서 물품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많이 악화했다고 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평소에는 설탕 가격이 1kg에 (북한 돈으로) 6천 원을 했었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안정된 가격이었어요. 근데 코로나 기간에 점점 값이 올라가기 시작하면서, 2020년도 초반부터 값이 폭등하기 시작해 2022년 후반쯤 돼서는 설탕 가격이 12만 원까지 했어요. 또 북한에는 ‘맛내기’라고 부르는데 한국식으로 말하면 미원이에요. 북한에서는 설탕, 미원, 고춧가루, 그리고 콩기름 등이 기본적인 주식이거든요. 모든 주민이 기본적으로 즐기는 식재료인데, 미원 같은 경우에도 350g짜리 달팽이 그림이 그려져 있는 중국산 미원 한 봉지가 안정 가격일 때는 (북한 돈으로) 4천500원이었는데, 가격이 올라서 한 봉지에 15만 원까지 했어요. 방금 말씀드린 게 도시의 상황이었습니다.

북한 군인들이 신의주 인근 압록강 제방에 정박한 화물선에서 쌀 포대를 내리고 있다.
북한 군인들이 신의주 인근 압록강 제방에 정박한 화물선에서 쌀 포대를 내리고 있다. (/REUTERS)

[기자] 도시와 농촌 지역의 물가가 다른가요?

[김일혁] 지역별로 좀 달랐어요. 양강도나 함경도, 이쪽이 국경과 가깝잖아요. 국경에 가까운 도내에서는 가격이 조금 싸요. 그런데 아래로, 내륙으로 들어오면 들어올수록 값이 비싸지는 거예요. 좀 전에 제가 말씀드린 상황은 황해도를 기준으로 말씀드린 내용이거든요. 근데 북쪽으로 올라가면 값이 조금 싸죠. 그래도 전반적인 실태를 놓고 볼 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던 게 많이 달라졌으니까요. 북쪽 상황도 엄청 어렵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기자] 김일혁 씨가 살고 있던 지역에서는 어떤 변화를 보였나요. 특히 농촌 주민들의 상황은 더 열악했나요?

[김일혁] 변화가 눈에 띄게 많이 보였죠. 농촌 주민들은 앞서 얘기했던 미원이나 콩기름, 설탕 같은 걸 전혀 소비하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농촌 주민들은 북한에서 ‘이밥’을 못 먹거든요. 그러니까 흰 쌀밥, 백미를 못 먹고, 옥수수와 흰쌀을 5대 5 정도로 섞은 것을 ‘반짓밥’이라고 불러요. 그나마 이 반짓밥을 먹는 사람은 농촌에서 제일 잘 사는 수준이었거든요. 근데 그 사람들이 코로나 기간을 겪으면서 완전 옥수숫가루 밥을 먹는 상황이었고요. 예전에 옥수숫가루 밥을 먹던 사람들은 풀밥으로 끼니를 해결했습니다. 또 평소에 식량이 떨어져서 풀밥으로 끼니를 이어가던 사람들은 많이 굶어 죽었습니다. 그때 정말 엄청 놀랐습니다. 당시에 많은 사람이 굶어 죽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인육 사건도 일어났거든요. 그래서 농촌에서는 경제적 어려움이 더욱 컸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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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한 소학교(초등학교) 수업 모습.
북한의 한 소학교(초등학교) 수업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교육과 생활 수준도 ‘하늘과 땅’ 차이”

[기자] 지난 시간에 도시와 농촌 모두 집에서 가축을 기르는 건 똑같다고 하셨는데, 가축 활용 방식은 어떻습니까. 좀 다릅니까?

[김일혁] 네, 맞습니다. 활용 방식이 다른데, 예를 들어서 돼지가 50kg 이상이 되면 고기 용도로 돼지를 잡아 파는 사람이 있고, 돼지 새끼를 사서 종축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종축이 뭐냐하면 어미 돼지를 수송해서 새끼 돼지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그러니까 번식을 목적으로 활용하는 사람이 또 있어요. 그런 두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고 보면 됩니다. 이게 돼지뿐만 아니라 개, 염소, 토끼 등 다 똑같거든요. 이렇게 두 가지 종류의 활용 방식이 있어요.

[기자] 가축을 기르는 건 사실상 지역의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다고 볼 수 있겠네요?

[김일혁] 지역의 차이가 없지 않죠. 가축을 제일 많이 기르는 지역이 황해도라고 보면 됩니다. 황해도가 곡창 지대라서요. 선진국들은 배합사료 등 인공적인 사료를 만들어서 가축을 먹이잖아요. 근데 북한에는 그런 게 발달하지 못해서 옥수수나 쌀에서 나오는 쌀겨나 콩기름을 짠 찌꺼기, 이런 곡류를 먹여서 짐승을 기르거든요. 토끼나 염소는 일반적으로 풀을 뜯어 먹고 사는 짐승이지만, 풀만으로는 안 되니까 곡식이 조금씩 들어가거든요. 반면, 돼지나 개는 풀로 키울 수 있는 동물이 아니거든요. 곡식값은 비싼데 짐승에게 먹였을 때, 원가를 제외한 마진율을 계산해 보면 남는 게 없거든요. 그러니까 북부 지방에서는 축산을 하기가 정말 어려운 거예요. 거기는 곡창지대도 아니고 공업지대이기 때문이에요.

옷이나 신발, 식료품 같은 공업품은 중국에서 들여오잖아요. 그래서 그런 제품들의 가격은 비교적 싼 편이지만, 곡식은 비싸요. 중국에서 곡식을 들여온다는 소리는 못 들었거든요. 그러니까 곡식은 북쪽으로 올라가면 비싸고 일반적인 다른 상품은 북쪽은 싼 편이에요. 반면에, 황해도 쪽으로 내려오면 다른 상품들은 비싼 편이지만, 곡식은 또 싸거든요. 대부분 황해도 주민은 농사를 짓습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도 땅을 사서 농사를 지어요. 그러니까 곡식을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상황이고, 이걸 활용해 돼지에게 먹여 팔아서 돈을 두 배로 버는 겁니다. 이런 이유로 황해도 쪽에서는 축산을 더 활발하게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기자] 교육 면에서 차이도 보일 것 같은데요. 북한 노동신문도 최근 “3월은 학교 지원 월간”이라면서 “도시와 농촌의 교육 수준 차이를 줄이는 것을 비롯해 교육의 질 제고를 위한 사업을 밀고 나가야 한다”라고 보도했는데요. 농촌 지역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가 도시의 아이들과 동등하게 주어집니까?

[김일혁] 전혀 그렇지 않죠. 농촌 아이들은 교육 수준에서 큰 차이가 납니다. 교재는 똑같은데 도시 아이들은 도시에서 농사를 짓지 않거든요. 농촌으로 나가야 농사를 짓죠. 그러니까 도시에 사는 아이들은 공부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요. 반면, 농촌이나 시골에 세워진 학교들은 교실 밖을 나서면 다 밭이고 논입니다. 그래서 농촌 아이들은 농촌 동원에 엄청 많이 동원됩니다. 공부하는 시간과 농사일을 하는 시간이 절반씩이라고 보면 됩니다. 저도 농촌 학교를 졸업했거든요. 저는 농사꾼의 자식은 아닌데, 저희 부모님이 상업을 하셨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학교에서 하도 많이 농촌 동원에 나가 철 따라 무슨 작물을 심고, 작물 재배하는 방법이 어떻고를 너무 잘 압니다. 지금도 저에게 종자를 주고 곡식을 수확해 보라고 하면, 바로 수확을 해낼 수 있을 정도예요.

북한에서는 ‘농촌 학교 애들은 반 농사꾼이다’, 이런 말이 있거든요. 봄철부터 늦가을 수확할 때까지 농촌에 동원되고, 그것도 모자라 겨울철에는 다음 농사를 짓기 위한 거름 생산에도 동원되거든요. 그러니까 농촌에 있는 학생들의 교육 수준이 도시 아이들과는 하늘과 땅 차이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대학을 가는 아이들의 비중을 놓고 봐도, 도시 사람이 대학교의 거의 90%를 차지합니다. 농촌 사람은 10%밖에 안 되고요. 그만큼 교육 수준이 엄청나게 차이 납니다.

[기자] 최근 러시아 측 발표에 따르면, 북한 ‘만경대학생소년궁전’ 학생들이 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오는 5월 연해주에서 공연을 한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외화벌이 공연단에 뽑힌다는 것은 북한에서 특권으로 여겨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농촌 아이들에게도 이런 기회가 주어집니까?

[김일혁] 농촌 애들한테는 이런 게 없어요. 국제적인 어떤 무대에 나갈 일이 있다면 그건 꼭 도시 아이들입니다. 그것도 기본적으로 수도권 학교에서만 배출이 되죠. 농촌 애들은 기회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사회적인 질서나 분위기, 체제 선전에도 실질적으로 농촌 아이들은 잘 활용하지 않으려 하고, 농촌 애들은 농사일이나 해야 한다는 개념이거든요. 근데 자기 자식 잘되지 않기를 바라는 부모가 어디 있겠어요. 그러니까 부모들이 농촌에 살고 있지만, 자신이 고생하고, 못 먹고, 못 입더라도 애들을 도시로 전학을 보냅니다. 도시에서 공부하게 하거든요. 아무래도 도시에 가면 교육 수준이 높으니까요.

하지만 이조차도 정말 소수의 인원이지, 이렇게 하는 사람이 많지 않죠.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공부를 해야 되는데 공부를 할 수 없고, 배고픈 애들이 공부할 여력이 없는 거예요. 그러니까 짬이 나면 그저 생업에 종사하는 거예요. 아무리 어린아이라도 북한에는 ‘소년 노동’이 많거든요. 금을 캐는 금광산이나 사금을 잡는 사금장, 혹은 농장 같은 데 가서 일을 해주고 품삯을 받아 가족들이 먹고 사는 데 도움이 되기 대다수의 애들이 동원됩니다. 북한에서 10살 소년은 성인 수준에 가까운 거예요. 생업에 종사하는 나이의 기준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어떤 집은 6살, 7살 된 애들이 생업을 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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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북한 평양의 김일성 대학 도서관에서 컴퓨터를 사용하는 학생들. /ap

[기자] 북한에서 도시와 농촌 간의 격차가 심화하면서 김정은 정권이 격차를 줄이겠다는 목적으로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북한이 도농 격차를 줄이기 위한 사업을 계속한다면, 실제로 효과가 나타날까요. 또 북한 주민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김일혁] 김정은이 그런 사업을 추진하는 건 본인한테야 좋죠. 북한 인민들은 ‘우리 원수님께서 우리 인민들을 위해서 정말 좋은 아이디어를 내놓으시고, 그 사업을 추진하니까 앞으로 생활이 좀 향상되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품고 있거든요. 또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반면에 좀 사고가 많이 깨어 있는 사람은 ‘또 피바람이 불겠네’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정책이 떨어지면 실질적으로 국가에서 모든 생산 단위 기관에 이걸 진행하라고 하는데, 말뿐이거든요. 어찌 됐든 지도자의 명령이 떨어졌으니까 아래 간부들은 받드는 시늉이라도 해야 됩니다. 그런데 정작 실제 생산 단위나 말단에 있는 인민들이 그걸 고스란히 해야 하는 거예요. 달리는 말에 채찍질하는 격이 되는 거죠. 안 그래도 일을 하고 있는데, 간부들은 채찍을 휘두르면서 더 재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일반 인민들은 고생을 많이 하게 되는 거죠.

중요한 건, 그런 정책이 떨어질 때마다 상황이 더 좋아지는 사람과 정말 고생하는 사람의 수가 절반으로 나뉜다는 겁니다. 고생하는 사람은 고스란히 말단 인민들의 몫이 되는 거고, 중간에 있는 간부들이 이득을 봅니다. 간부들은 이런 정책을 내놓으면 악독해질 수밖에 없고, 또 인민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아첨을 떨어야 해요. 결국, 고스란히 이득을 취하는 건 간부들뿐입니다.

[기자] 네, ‘북 압축파일’ 오늘은 도시와 농촌 격차로 인해 북한 주민이 겪는 생활 수준의 차이에 대해 탈북민 김일혁 씨와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김일혁 씨,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서혜준입니다.

에디터 노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