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에서 주민들이 인민반장을 아무도 맡으려 하지 않자 돌아가면서 교대로 인민반장을 맡기로 했다는 소식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인민반은 20~30세대씩 주민 세대로 구성된 북한 사회의 기층조직입니다. 각 인민반 반장은 당의 지시를 주민들에게 전달하고 주민들을 동원하는 역할을 하는 데 이 과정에서 주민들과 마찰을 빚는 일이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5일 “요즘 혜산에 인민반장이 없는 인민반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인민반장은 주민들을 동원시키고 과제를 받아내면서 주민들의 미움과 지탄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미움과 지탄의 대상이 된 인민반장, 모두 기피하자 나온 대안?
소식통은 “과거에는 인민반장이 30가구 정도의 한 개 인민반을 맡아서 숙박검열에서부터 사회동원, 지원물자, 충성의 자금 (모금) 등을 책임지고 진행했다”면서 “하지만 최근 생활이 어려워진 주민들이 인민반장에게 반발하는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혜산시 혜명동의 한 인민반에서 경비초소를 꾸리기 위해 물자를 내라는 인민반장에게 주민들이 항의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반장은 당의 지시를 전달했지만 주민들은 페인트나 세멘트를 어디서 (구해서) 내겠냐며 반발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몇몇 인민반원들이 공격적으로 나오자 인민반장은 ‘나는 오늘부터 반장을 안하겠다’고 선포하고 자리를 뛰쳐나갔다”면서 “이에 모였던 인민반 주민들이 새 반장을 선출하려고 했지만 누구도 반장을 하지 않겠다는 분위기였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인민반장이 없는 인민반이 생겨나자 동 사무소장이 현장에 나와 인민반장을 선발하려고 몇 번이고 회의를 열었다”면서 “끝내 회의에서 결론이 나지 않자 동 사무소장은 한 세대씩 돌아가면서 인민반장을 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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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양강도의 또 다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같은 날 “요즘 인민반장을 교대로 맡는 인민반이 생겨나고 있다”면서 “인민반 주민들이 돈을 거두고 물자를 거두며 주민들과 마찰을 빚는 인민반장을 다 거부하기 때문”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비록 인민반장이 동사무소에서 월 (내화) 3만원(미화 1.5달러)의 활동비를 받지만 그 돈을 받고 한달 내내 주민들을 동원시키고 (주민들의) 과제를 받아내야 한다”면서 “생계가 어려운 주민들에게 당에서는 계속 내라는 지시만 하니 반장도 못할 노릇”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사회동원의 명목으로 무상노동까지 강요당하는 주민들은 인민반장에게 격앙된 반응을 보인다”면서 “계속되는 세 부담과 사회동원에 질려버린 주민들은 인민반장에게 분통을 터뜨리는 일이 빈번하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대부분의 인민반에서 주민들이 인민반장을 원쑤처럼 여긴다”면서 “반장은 주민들을 감시하고 당에 보고하는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반장을 감시자, 고발자처럼 대하기도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김지은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