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마이웨이...주민 동요 속 추가 파병

앵커: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최근 군사학교를 연이어 찾아 인민군대의 사상 무장을 강조하고 나선 데 대해 북한 내부에서 러시아 파병을 둘러싼 반발이 커지고 있는 데 따른 고육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 내부 동요가 심상치 않은데도 추가 파병 결정까지 이뤄져 주목됩니다. 자민 앤더슨 기자가 보도합니다.

MZ 세대 사상 교육에 나선 김정은

지난 24일 인민군 최고급 정치 장교 양성 기관인 김일성 정치대학을 찾아 사상 무장의 중요성을 강조한 김정은 북한 총비서.

[조선중앙TV] 군대를 군사기술적으로 무장시키기에 앞서 사상적으로 무장시키는 것이 군건설에서 중핵으로 된다고 하시면서 군인과 무기, 사상을 무장력의 3대 요소로 간주한다는 새로운 견해를 피력하셨습니다. 사상이 없는 무장은 쇠붙이에 불과하며…

다음날에는 초급지휘관 양성학교인 강건명칭 종합군관학교를 찾아 아예 대놓고 군사지식보다 혁명의식을 먼저 심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연이틀 군사 대학에 방문해 사상 무장에 나선 건데, 최근 북한 내부에서 퍼지고 있는 러시아 파병 관련 소식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7일 RFA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러시아 파병으로 인해 엘리트층을 포함한 주민들 사이에서 분노가 확산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베넷 연구원] 그는 이 활동(러시아 파병) 때문에 내부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걱정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파병에 대한 정보를 통제하고, 내부적으로 분노가 커지는 것을 막으려고 사상 교육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너무 많은 정보가 북한으로 유입되기 때문에 이를 막는 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자발적으로 손가락 절단하는 입영 대상자들

실제 러시아 파병 소식이 알려지면서 북한 청년들 사이에서는 징집을 피하려는 노력이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입대했다 전장에 끌려나갈 경우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공포 탓에 일부 입영 대상자들은 양손 검지 손가락을 절단하는 등 자해까지 감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북한 내부 소식통은 최근 밝혔습니다.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최근(17일) RFA에 “방아쇠를 당기는 검지가 절단되면 징집이 면제된다는 규정을 이용해, 일부 입영 대상자들이 스스로 손가락을 절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이를 막기 위해 양손 검지가 모두 없을 경우에만 면제하도록 규정을 바꿨고, 그러자 양손 검지를 모두 자르는 경우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급기야 일부 초모관(모병관)의 경우 ‘손가락 열 개를 다 자를테면 잘라 봐라’며 손가락이 하나라도 있으면 입대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이러한 소식은 입영 대상자들(초모생)이 군사 동원부를 방문하는 과정에서 알려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RFA는 해당 주장을 독립적으로 검증하지는 못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3월 15일 조선인민군 항공육전병부대의 훈련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해 3월 16일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3월 15일 조선인민군 항공육전병부대의 훈련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해 3월 16일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3월 15일 조선인민군 항공육전병부대의 훈련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해 3월 16일 보도했다.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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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입영을 피하기 위해서, 또는 혹독한 군 생활을 견디지 못해 자해를 통해 제대를 시도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2000년대 인민군 총참모부 작전국 특수부대에서 복무했던 이현승 글로벌피스재단 북한전략수석위원은 군에 입대했을 당시 검지를 포함한 손가락이 절단된 병사들을 목격했습니다.

[이현승 위원] 제가 배치된 신병 훈련소에 1-2년 복무한 병사들 9명이 제대 대상자라면서 왔는데, 이들이 손가락이 한두개씩 없었습니다. 병사들은 군 생활 중에 도끼나 톱을 쓰다가 사고가 나서 잘렸다고 했지만, 상관들은 ‘군 생활 1-2년 해보고 너무 힘드니까 제대되려고 스스로 잘랐다’고 말했습니다. 엄청 충격을 받았죠.

이 위원은 그러면서 “뇌물을 쓸 수 없는 평범한 가정의 청년들은 군 입대 전부터 자해를 감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는 26일 RFA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의 이번 군사학교 방문이 러시아 파병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북한이 과거부터 사상 교육과 선전·선동을 핵심 통치 수단으로 활용해 왔으며, 이번 행보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말습니다.

류 전 대사에 따르면, 김정은이 방문한 군사학교들은 중대장이나 대대장 등 장교로 배출될 인재들을 양성하는 곳으로, 이들에게 충성심 강한 병사를 육성하는 사상 교육이 우선이라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이 핵심 목적이라는 설명입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이 사안과 관련된 RFA의 질의에 27일 현재까지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는 이날 북한이 최근 러시아에 추가 병력을 파병했다고 확인했습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복수의 한국 군 관계자들은 “러시아로 추가 파견된 병력 규모는 1천명이 넘는 것으로 안다”면서 “북한이 추가로 병력을 보낼 준비도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약 1만1천명 규모의 병력을 러시아로 파견했으며, 그 중 약 4천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