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군인들 사이에서 가족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유언장’ 쓰기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인민군 당위원회가 최근, 새해 첫 훈련 내용을 놓고 강력한 총화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민군 각 대대 단위로 진행된 총화 회의에서 병사들의 ‘유언장’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고 복수의 양강도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양강도의 한 군 관련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3일 “새해 첫 훈련과정에 대한 당원들의 총화 회의가 지난 22일부터 28일까지 각 대대 단위로 진행되었다”며 “당원들의 총화 회의에 맞춰 청년동맹원들의 총화 회의도 따로 진행되었다”고 전했습니다.
“새해 첫 훈련 총화는 해마다 있었지만 보통 하루나 이틀이면 회의가 끝났다”며 “올해처럼 닷새 동안 연속 회의를 진행한 사례는 처음”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일반 보병의 경우 각 대대에 하나의 당 세포가 있고, 기계화 부대, 해군과 공군 부대의 경우 한 개 대대에 두개의 당 세포가 있다”며 “당 세포는 적게는 9명, 많게는 25명의 당원들로 구성된 당의 제일 말단 조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소식통은 “새해 훈련 총화 회의는 정치사상학습과 실전훈련 점수를 놓고 호상 비판의 분위기에서 심도 있게 진행되었다”면서 “앞으로 병사들의 ‘유언장’도 생전에 훈련에 임하는 태도와 연계해 평가한다는 점을 회의에서 분명하게 밝혔다”고 강조했습니다.
“병사들의 ‘유언장’은 부모나 형제에게 쓴 편지인데 당과 수령의 명령에 목숨 바쳐 충성을 다하겠다는 내용”이라며 “이러한 ‘유언장’은 지난해부터 병사들 속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실제 부모나 형제에게 보내기 위해 쓴 것은 아니”라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편지 형식으로 작성된 ‘유언장’은 예상치 못한 죽음을 맞게 될 경우 정치간부들이 보라고 쓴 것”이라며 “당과 수령의 명령에 마지막까지 충성을 다할 것이라는 내용으로 작성해 병사들이 항상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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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양강도의 또 다른 군 관련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25일 “지난해 여름부터 군인들과 돌격대원들 속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편지 형식의 ‘유언장’은 압록강 수해복구에 동원되었던 백두산영웅청년돌격대 남포시 여단에서 비롯되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남포시 여단 항구구역 대대의 한 중대정치지도원이 혹시 목숨을 잃을 사고에 대비해 대원들에게 편지 형식으로 ‘유언장’을 써서 가슴 속에 간직할 것을 지시했다”며 “실제 수해복구 과정에 이곳 중대에서 두 명의 대원이 목숨을 잃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목숨을 잃은 대원들의 유품에서 당과 수령에게 충성을 다하겠다는 내용으로 가족에게 쓴 편지가 발견되자 편지는 즉각 중앙으로 보내졌다”며 “중앙에서는 그들의 충성심을 높이 평가해 즉각 ‘김정일청년영예상’을 수여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사망한 대원들의 형제들 역시 간부양성기지인 금성정치대학과 강반석혁명학원으로 보내졌다”며 “유언장을 지시한 정치지도원은 대원들을 정치사상적으로 잘 키워낸 공을 인정받아 고위급 간부들을 양성하는 당 중앙간부학교에 입학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가짜 유언장 유행에도 중앙의 대책 없어
“훗날 사망한 대원들의 편지가 정치지도원의 지시로 작성되었음이 밝혀졌으나 별다른 처벌은 없었다”며 “이런 사연이 알려지자 군인들과 돌격대원들은 너도 나도 당과 수령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편지를 써 가슴 속에 간직하게 되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이어 소식통은 “사망 후 본인의 명예와 가족들의 출세를 위해 군인들과 돌격대원들이 가짜 ‘유언장’을 만들고 있다 사실을 중앙에서도 파악하고 있으나 특별한 대책은 없다”면서 “주요 건설장이나 위험한 작업에 동원되는 군인들과 돌격대원들에게서 이제는 가짜 ‘유언장’이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