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양강도는 보통 새해 첫 전투로 생산된 거름을 눈썰매 등으로 운반했는데 올해는 눈이 오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해 양강도 농장들에 선물한 뜨락또르(트렉터)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연료입니다. 북한 내부 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해 3월 4일, 김정은 총비서는 양강도의 농장들에 중국산 뜨락또르(트랙터) 100여 대를 선물했습니다. 당시 북한 당국은 혜산시에서 진행된 뜨락또르 전달 모임을 신문과 방송으로 크게 보도하며 ‘김 총비서의 배려’를 요란하게 선전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농업부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일 “지난해 선물로 받은 중국산 뜨락또르는 최대 출력이 80마력이어서 4톤 이상의 화물도 거뜬히 끌 수 있다”면서 “뜨락또르 선물이 없었다면 올해 농장들에서 새해 첫 전투로 생산된 거름을 운반 조차 못 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지난해까지 양강도의 농장들이 보유한 뜨락또르는 1980년대 금성뜨락또르공장에서 생산한 천리마-28이었는데 최대 출력이 28마력으로 화물 2.5톤을 겨우 운반할 수준인데다 수명까지 넘겨 가동을 못 하고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눈썰매 대신 트랙터? 양강도 새해 ‘거름 전투’ 풍경
특히 올해 뜨락또르가 큰 역할을 한 이유는 양강도에 눈이 거의 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보통 북한의 주민들은 주변 농장에 거름(인분 등 퇴비)을 바치는 ‘새해 첫 전투’로 한해를 시작하는데 거름은 눈썰매를 이용해 농장까지 운반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새해 첫 전투’ 마감일인 2월 15일까지 “눈이 거의 오지 않아 거름을 옮길 수 없었다”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소식통은 “거름 과제는 어른 1명에 1톤, 학생 1명에 600킬로 그램이었는데 생산된 거름을 운반하지 못하다 나니 인민반과 직장, 학교에 쌓여있었다”며 “전투 마감일까지 계획된 거름 량의 절반도 농장으로 실어 나르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런 사정을 보고 받은 중앙에서 4호 창고에 보관하고 있던 전쟁예비물자 기름(휘발유, 디젤유)을 먼저 거름 생산에 돌릴 것을 승인했다”며 “연료가 보장되자 농장들은 지난해 선물로 받은 뜨락또르들을 이용해 열흘 남짓한 기간에 거름을 모두 실어 나를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특별히 승인된 것으로 “기름은 농번기인 봄과 가을에만 지원되어 겨울에는 뜨락또르를 대부분 가동 못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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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양강도의 한 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3일 “지난해 양강도에 뜨락또르 선물이 없었다면 올해 농장들은 거름 생산을 못 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2월 중순까지 거름을 실어 나르지 못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은 중앙에서 2월 14일, 전쟁예비물자 기름(연료)을 이용해 공장, 기업소마다 거름부터 우선적으로 실어 나를 것을 양강도에 지시했다”며 그러나 “양강도는 자동차가 없는 공장, 기업소가 많은 데다 그나마 뛸 수 있는(운행할 수 있는) 자동차들은 ‘당원돌격대’와 ‘백두산영웅청년돌격대’에 소속돼 모두 평양시 건설에 동원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공장, 기업소들이 맡아야 할 거름 운반을 농장들이 맡게 되었다”며 “농장들은 지난해 선물로 받은 뜨락또르를 동원해 2월 17일부터 28일까지 사이에 생산해 놓은 거름을 모두 실어들일 수 있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북한 주민들과 학생들은 개별적으로 모은 거름을 소속된 인민반, 학교, 공장 기업소에 모은 뒤 다 함께 농장까지 운반하는 방법으로 거름 과제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농민들 “트랙터 3대면 농장 자체로 거름 생산 감당”
소식통은 “혜산시와 가까운 삼수군 포성농장의 경우 뜨락또르를 이용해 하루 6탕씩 거름을 실어 날랐다”며 “80마력짜리 뜨락또르 한 대로 하루 6탕이면 거름 24톤을 실어 나를 수 있는데 이는 썰매로 600대, 손수레로 1,200대의 몫”이라고 밝혔습니다.
보통 “겨울철 썰매 한 대로는 40kg, 손수레 한 대로는 20kg의 거름을 날라”왔습니다.
소식통은 “현대적인 운반수단으로 거름을 실어 나르는 모습을 본 포성농장의 농민들은 ‘저런 뜨락또르 3대만 있으면 겨울철 거름 생산과 운반을 위해 주민들과 학생들을 동원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80마력짜리 뜨락또르 3대만 있으면 농장의 현재 인원을 절반으로 줄여도 된다’는 것이 농민들의 의견”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입니다.
에디터 이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