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해 홍수피해에도 북한의 작물 수확량이 양호했던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농업 전문가는 수해지역이 북한 농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결과라면서도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북한의 식량난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조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최근(2월 29일) ‘세계정보·조기경보 북한 국가보고서‘(GIEWS Country Briefs DPRK)를 공개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의 연간 총 농업 생산량의 90%를 차지하는 쌀과 옥수수, 감자 등 주요 작물 수확이 지난해 10월 완료됐다”며 “지난해 7월 폭우로 서부 및 중부 지역에 국지적인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지만 홍수 피해가 없는 지역에서는 강우가 오히려 작물 성장에 도움이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본격적인 수확이 시작되기 직전인 2024년 9월 초 주요 생산 지역의 식생 상태가 대체로 평균 이상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전반적으로 양호한 수확량과 생산량을 시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 평안북도와 평안남도 일대는 지난해 7월 기록적인 폭우로 큰 수해를 입은 바 있습니다.

올겨울 농사 순조롭게 시작
보고서는 겨울 작물(밀과 보리)의 파종은 지난해 11월에 완료되었으며, 수확은 올해 6월부터 시작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 초까지 기상 조건이 대체로 양호해 파종 작업이 원활하게 이루어졌으며, 작물의 발아와 정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습니다.
보고서는 또한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올해 2월 기준으로 주요 생산지역에 충분한 눈이 덮였는데, 이는 영하 날씨에 작물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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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북한의 겨울과 봄 작물은 전체 연간 생산량의 10%에 불과하지만, 여름의 가뭄 기간 동안 주요한 식량원이 된다며 겨울 파종 작물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농업 구조적 문제 해결을”
탈북민 출신 북한 농업 전문가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지난해 수해 피해를 본 지역이 북한 농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며 “북한 농업의 구조적 문제가 바뀌지 않는 한 근본적인 생산성 향상은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충희 소장] 거기가 수해를 입었다고해서 북한 농업 전반에 주는 영향이 그렇게 크질 않아요. 그리고 실질적으로 북한이 기후가 잘해줬다고 해서 농사가 잘되는 거는 맞기는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토양 상태가 좋고 그다음에 농업 기계화나 관개 상태가 좋고 그다음에 농약이라든지 비료 같은 농업 자재가 충분히 공급됐을 때 기후가 같이 좋아져야 농사가 잘되는 거거든요. 그런데 북한이 토양 상태가 열악하고 특히 이제 저온 품종이라든지 이런 다른 이제 지수들이 충분하지 못한 조건에서 기후가 작년보다 좋아졌다고 해서 곡물 생산이 제대로 됐다고 이야기하는 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그는 “수확이 잘된 거는 사실이지만 북한 시장 식량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도는 아니”라며 “작황이 좋아진다고 해도 식량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북 식량 가격 상승 주민 부담 가중
북한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최근 RFA에 “2월 중순까지 하락세를 보이던 식량 가격이 최근 다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며 “강냉이를 비롯한 잡곡의 가격이 너무 빠르게 올라 가난한 서민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한편 FAO는 지난해 7월 발표한 ‘작황 전망과 식량 상황 보고서’를 통해 북한을 식량 부족 국가로 분류하고 외부 식량 지원이 필요한 45개국에 포함시켰습니다.
에디터 박정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