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해 한국의 대북 인도적 지원이 완전히 끊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북 인도적 지원이 전무했던 것은 1995년 이후 이번이 처음입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의 5일 ‘인도적 대북지원 현황 총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정부 및 민간의 대북 지원은 0건이며 지원금은 0원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1995년부터 한국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을 진행해왔는데 한 해 동안 대북 인도적 지원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지난해가 처음입니다.
지난해 한국 정부 및 민간의 대북지원이 이뤄지지 않은 배경에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선언과 관련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2023년 12월 제8기 제9차 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데 이어 지난해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는 한국을 ‘불변의 주적’이라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5일 한국 연합뉴스에 “북한은 최근 외부 지원 제의를 대부분 수용하지 않고 있고, 한국에 대해서는 거부 의사가 더욱 완강하다”며 “한국 정부나 민간단체의 대북 인도적 지원 재개에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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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선언 외 2020년 코로나 사태 이후 북한의 대외 지원 수용이 줄어든 모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정은이 통일연구원(KINU) 연구위원은 5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코로나 이후 서방세계의 대북 지원도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은 상태”라며 지난해 한국 정부, 민간의 대북 인도적 지원이 이뤄지지 않은 데에는 복합적인 원인이 있는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인도적 대북지원 현황 총괄’에 따르면 한국 정부 및 민간의 대북 지원은 코로나 전인 2019년 총 1,905만 달러(277억 원) 수준에 달했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2020년 1,025만 달러(149억 원), 2021년 213만 달러(31억 원), 2022년 178만 달러(26억 원), 2023년 68만 달러(10억 원)을 기록하는 등 큰 폭으로 감소한 바 있습니다.
또한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자금추적서비스(FTS)에 따르면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4,590만 달러(667억 원)에서 2020년 4,188만 달러(608억 원), 2021년 1,378만 달러(200억 원), 2022년 233만 달러(33억 원), 2023년 152만 달러(22억 원), 2024년 280만 달러(40억 원)로 크게 줄었습니다. 정은이 연구위원의 말입니다.
[정은이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복합적인 게 아닐까요? 코로나 이후로 아직까지는 대북 원조 지원에 대해 서방세계도 마찬가지지만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잖아요. 아무래도 코로나 영향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와 함께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지난해 한국 정부 및 민간의 대북 지원이 전무한 데에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선언의 연장선상에서 해석도 가능하지만,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하며 대립 구도로 남북관계를 이끈 윤석열 한국 정부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양 총장은 “북한이 한국과 교류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기 때문에 정상화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 지금 현재 북한이 우리 측에 대해서 전혀 대남 의존을 하지 않겠다, 대화하지 않겠다, 교류하지 않겠다 등 선을 그었기 때문에 이것을 정상화하기는 좀 시간이 걸릴 걸로 보입니다. 대립과 대결의 남북관계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인도적 지원의 상황이 아니겠느냐 그렇게 분석합니다.
한국 대북 인도적 지원, 1995년 수해 지원으로 시작
한편 한국의 대북 인도적 지원은 1995년 북한이 수해로 심각한 식량난을 겪자 쌀 15만 톤 등을 지원하며 처음 시작됐고, 한국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은 2018년 산림 병해충 방제약품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지난해 7월 북한에 대규모 수해가 발생하자 한국 정부는 민간단체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허용했지만, 한국 측 대북 수해 지원 의사에 대해 북한 당국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