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달 5년 만에 재개된 비러시아인 대상 북한 관광이 돌연 중단됐습니다. 북한 당국이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은 가운데, 관광객의 방문으로 인한 내부 체제 노출 및 외부 정보 유입을 우려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자민 앤더슨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광 상품을 운영하는 서방 여행사들은 5일 북한 측 파트너로부터 라선 관광이 중단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고려투어, KTG 투어스, 영 파이오니어 투어스 등은 이날 일제히 공지를 통해 라선 관광 중단 소식을 알리며 “재개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고, 상황을 확인 중”라고 말했습니다.
스웨덴에 위치한 여행사 코리안 콘술트(Korean Konsult)도 6일 예정됐던 라선 관광 일정을 급히 취소했습니다.
여행사의 미셸 달라르드 공동대표는 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라선국제려행사로부터 3월 6일부터 10일까지 예정됐던 라선 여행이 취소됐다고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안타깝게도 구체적인 취소 사유는 듣지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다음 날 출발을 앞두고 있던 관광객들은 스웨덴, 노르웨이,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국적의 6명으로, 달라르드 대표는 “이들은 취소 소식에 매우 실망했으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여행사들은 5년만에 재개된 관광이 예고없이 갑자기 중단되자 당황한 모습입니다.
지난 3일에 입국해 이미 라선 관광을 진행 중인 서방 관광객들도 있습니다.
고려투어는 이날 온라인 사회관계망서비스에 “해당 그룹은 계획대로 내일 일정을 마치고 출국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이달 25일 출발 예정 라선 관광 상품을 준비 중이던 영 파이오니어 투어스는 “4월과 5월 관광을 계획 중인 분들은 추가 정보가 확인될 때까지 항공권 예약을 자제해 달라”고 권장했습니다.
정보 유출과 유입 차단 목적?
이처럼 갑작스러운 결정에 대해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 출신 리정호 코리아 번영개발센터 대표는 최근 북한을 방문했던 관광객들이 온라인과 언론을 통해 공유한 후기 내용에 주목했습니다.
RFA를 포함한 서방 및 한국 언론들이 앞다퉈 여행객들을 인터뷰하며 북한 관광의 실상을 보도했는데, 이 과정에서 북한의 ‘관광객 통제’, ‘암울한 광경’ 등의 부정적인 평가에 북한 당국이 민감하게 반응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리정호 대표] 북한은 체제 자체가 경제적 이익보다는 정치적 이익을 더 귀중히 여기는 나라입니다. 관광객들이 여행 후 그 체제를 비난하거나 지도자의 권위를 훼손시키는 발언 또는 북한이 아주 통제된 체제라는 식의 비방을 하면 (관광 상품을) 통제하거나 중단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그는 “이처럼 전격적으로 관광을 중단한 것은 김정은 총비서의 직접적인 방침에 따른 조치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관광 안내원과 관련 조직 책임자들은 관리 소홀의 책임을 지고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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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이번 조치가 외부 정보의 북한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미국 아태전략센터의 데이빗 맥스웰 부대표는 5일 RFA에 “김정은은 관광객들이 현지 주민들과 접촉하는 것을 두려워 한다”면서, 관광객을 통한 정보 유입이 북한 내부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이번 결정을 내렸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맥스웰 부대표] 관광 산업이 체제에 수익을 가져다주기는 하지만, 푸틴의 전쟁을 지원하면서 탄약과 무기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관광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보다 훨씬 큽니다. 따라서 북한은 관광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과 정보 유입의 위험을 저울질하고 있으며, 정보가 북한 내부로 침투할 위험이 관광 수익의 가치보다 훨씬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평양 마라톤은 예정대로
이런 가운데, 오는 4월 6일로 예정된 평양 국제 마라톤은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려투어와 코리안 콘술트 등 여행사들은 “현재까지 마라톤에 대한 변경 소식은 없다”면서 마라톤은 라선에서 열리는 행사가 아니므로 라선 국경 폐쇄와의 직접적인 관련성은 적어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에디터 박정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