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산 남침용 지형 훈련장에 건물 모형 ‘빼곡’

앵커: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가 북한에 한국 도시를 본뜬 훈련 시설이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위성사진 분석 결과, 황해북도 곡산 지역에서 도심 전투 훈련 시설이 확인됐습니다. 곡산 훈련장에 들어선 건물을 한국의 특정 도심 중심부로 지목한 뒤 훈련에 참가한 북한군 병사들에게 공격 명령을 내렸을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자민 앤더슨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북한군 포로 두 명과 면담한 한국 여당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

유 의원은 6일 한국 언론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북한 정찰총국 소속 포로 리 씨의 증언을 공개했습니다.

[리 씨] 훈련하는 장소에 가게 되면 무력부 훈련장이라 그래서 거기에는 서울 종로구나 부산, 대구, 전주, 제주도 그런 지형을 통한 피아 건물들과 그런 게 가득해요. 곡산에요.

리 씨의 증언을 바탕으로 위성사진을 통해 황해북도 곡산 지역을 살펴봤습니다.

구글어스가 지난 2022년 11월 25일 촬영한 사진입니다.

산자락 옆, 들판에 둘러싸인 곡산 훈련장에는 운동장과 본부, 막사가 있으며, 그 주변으로 시가지를 본뜬 모형 건물이 다수 배치돼 있습니다.

전체 훈련장은 약 3.5km 길이에 1.5km 너비 규모로, 모형 건물들은 약 43헥타르에 걸쳐 분포해 있습니다.

훈련장 서쪽에 본부와 40여 채의 막사 건물이 밀집해 있고, 동쪽에는 활주로와 여러 훈련 구역들이 있습니다.

또한, 본부와는 거리가 떨어진 남쪽 지역에도 추가적인 막사 건물들이 일부 존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이콥 보글 미국 민간위성 분석가는 “곡산 훈련장 내 4곳의 시가전 훈련장(MOUT, Military Operations on Urban Terrain)이 확인된다”면서 “리 씨가 언급한 훈련장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일부 2층 건물이 있지만 대부분은 단층 구조이며 길이가 최대 36m에 이르는 건물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들 건물 중 절반 가량은 완공되지 않은 채 지붕 없이 뼈대만 세워진 상태로 남아 있어, 해당 시설이 실제 주거용 건물이 아니라 훈련을 목적으로 한 모형 건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그의 분석입니다.

곡산 훈련장 내 시가지 훈련 구역 1의 모습. 2020년 5월 28일에는 모형 건물 건설을 위한 기초 공사가 진행 중이었는데, 2022년 11월 25일 사진에는 건물들이 24채 지어진 모습이 확인된다. (구글어스 촬영, 제이콥 보글 분석)

시가전 훈련 시설이 본격적으로 조성된 것은 2020년부터입니다.

그 전에는 일부 외벽만 세워진 구조물이 소수 존재했지만, 2020년 이후 최소 72개의 모형 건물이 새롭게 건설된 것으로 확인됩니다.

다만 한국의 특정 도시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재현했다기 보다 일반적인 도심을 본뜬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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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28일, 시가지 훈련 구역 3에서 새로운 활동 흔적이 관찰됐다. 제이콥 보글 분석가는 지속적인 훈련이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2024년 9월 28일, 시가지 훈련 구역 3에서 새로운 활동 흔적이 관찰됐다. 제이콥 보글 분석가는 지속적인 훈련이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2024년 9월 28일, 시가지 훈련 구역 3에서 새로운 활동 흔적이 관찰됐다. 제이콥 보글 분석가는 지속적인 훈련이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구글어스 촬영, 제이콥 보글 분석)

최근에도 시가전 훈련에 사용

또한, 훈련장 내에는 모형 탱크 33대와 모형 전투기가 8대 배치돼 있으며, 이들은 20년 넘게 현재 위치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글 분석가는 “곡산 훈련장에 배치된 전투기들은 2003년 이후 단 한 번도 이동한 적이 없다”면서 “이러한 모형 장비들은 적군의 장비 외형을 익히는 데 사용되며, 일부는 표적 연습용으로 활용된다”고 밝혔습니다.

최근까지도 이 훈련장이 사용되고 있다는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지난해 8월 14일과 9월 28일 구글어스가 촬영한 사진에서 일부 구역 공터 흙바닥의 색이 이전보다 밝아진 모습과 함께 두 줄로 배치된 새로운 구조물이 보인 겁니다.

이에 대해 보글 분석가는 “이 구역에서 지속적인 훈련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저해상도 위성사진만으로 정확히 판별하기 어렵지만, 크기와 배치 방식으로 보아 표적 구조물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2024년 9월 11일,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무력훈련기지를 현지시찰했다며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 북한 군인들이 5층 건물에서 훈련하고 있다.
2024년 9월 11일,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무력훈련기지를 현지시찰했다며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 북한 군인들이 5층 건물에서 훈련하고 있다. 2024년 9월 11일,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무력훈련기지를 현지시찰했다며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 북한 군인들이 5층 건물에서 훈련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지난해 러시아 파병 장성과 시찰

곡산 훈련장은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지난해 9월 13일 현지지도에 나선 곳으로도 추정됩니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NK 뉴스는 지난 1월 조선중앙TV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기록영화) 영상을 분석한 결과, 당시 김 총비서가 시찰한 곳이 곡산 훈련장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습니다.

김 총비서는 “‘실전 가상 훈련’을 실용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모든 시설과 훈련장을 효과적으로 설비해 놓고 전투원들을 만능 전투원들로 엄격히 육성하고 있는 데 대하여” 높이 평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습니다.

이날 북한군 장성 김영복, 리창호, 신금철 세 명이 김정은 총비서와 동행했는데,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 10월 31일, 파병된 북한군과 함께 러시아에 입국한 인물들로 지목한 바 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