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해마다 겨울철에 조직하는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 답사행군으로 양강도 주민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양강도 간부들 역시 답사 행군이 끝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북한의 겨울철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 답사행군.
북한 관영 노동신문은 2월 22일자 기사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지금까지 각지의 수백 개 단위 1만 3천여명의 일꾼들과 근로자들, 청년학생들이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들에 대한 겨울철 답사를 진행하였으며 지금 그 대오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3일 “오늘 기자, 언론인들로 구성된 백두산 지구 답사행군대가 혜산시에 있는 김일성-김정일 동상 앞에서 출발모임을 가졌다”며 “이들이 올해 백두산지구 답사행군의 마지막 행렬”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들 기자, 언론인 답사행군대는 3월 10일, 삼지연에 있는 김정일 동상앞에서 ‘충성의 결의 모임’을 가지는 것으로 일정을 마치게 된다”며 “이들이 일정을 마치는 것과 함께 겨울철 백두산지구 답사 행군도 막을 내리게 된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백두산지구 답사행군은 6박 7일 노정으로 대원들은 혜산시와 보천군, 포태노동자구와 삼지연시에서 무료로 숙박을 하게 된다”며 “식량은 하루 600그램으로 입쌀 3kg, 강냉이 쌀 3kg씩 총 열흘 분을 모든 대원들이 자체로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출발지인 혜산시와 도착지인 삼지연시에서는 대원들이 여관과 답사숙영소에서 숙박을 하나 행군 도중에 들르게 되는 보천군과 삼지연시 포태노동자구에서는 주민들의 살림집에 분산돼 숙박을 하게 된다”며 “해마다 답사행군대를 받아야 하는 보천군과 포태노동자구 주민들의 부담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소식통은 “답사행군 대원들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라며 “혜산시의 경우 답사행군 대원들은 난방이 안되는 12층짜리 역전여관에서 잠을 자고, 답사행군을 책임진 간부들은 난방이 되는 혜명여관에서 따로 잠을 잔다”고 말했습니다.
“보천군과 포태노동자구에서 대원들은 주민들의 살림집에 분산돼 잠을 자고, 간부들은 답사숙영소에서 잠을 잔다”며 “삼지연시에서는 답사숙영시설인 근로자각과 대학생각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혜산시와 삼지연시에서 대원들은 난방이 안되는 여관과 답사숙영소에서 동복을 입고, 모자와 신발, 장갑까지 착용한 채로 잠을 자야 한다”며 “때문에 대원들은 불편해도 주민들의 살림집에 분산돼 잠을 자는 날을 다행으로 여긴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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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양강도의 한 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5일 “양강도 주민들은 해마다 11월 10일부터 다음해 3월 10일까지 4달간 백두산지구 답사행군대로 몸살을 앓아야 한다”며 “양강도 간부들 역시 답사 행군이 끝날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답사행군대에 숙식을 보장해야 하는 보천군과 포태노동자구의 주민들은 ‘더 이상 답사행군대를 받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라며 “겨울철이어서 빨래가 어려운데도 대원들에게 이불과 담요를 보장해야 하고, 쌀만 가지고 있는 그들에게 국과 반찬까지 무료로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중앙에서는 답사행군대의 편의를 잘 보장하라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양강도의 간부들을 닦달하고 있다”며 “이에 양강도의 간부들은 ‘한두 번도 아니고 언제까지 답사행군대의 뒷바라지를 해야 하냐?’며 불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주민들 저항으로 땔감, 된장도 못 거둬”
소식통은 “답사행군대를 위해 양강도 간부들은 해마다 주민들로부터 김치와 된장을 거두고, 농촌에서 땔감을 거두었다”며 “하지만 올해는 주민들이 너무도 완고하게 버텨 김치와 된장은 물론, 농촌에서 땔감조차 제대로 거두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해마다 강제적으로 거두던 상황이어서 일부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김치나 된장을 바치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중앙에서 식량은 보장 못한다 쳐도, 된장이나 땔감 정도는 보장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아무것도 보장하지 않고 뒷짐만 지고 있을 바엔 이런 답사 행군을 왜 조직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