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프랑스인 “북, 부정적 이미지 노출로 외국인 관광 중단한 듯”

식당 북한
스티븐 청 씨가 북한 라진의 한 식당에서 가이드들과 사진을 찍은 모습 (스티븐 청 씨 인스타그램)

앵커: 최근 북한이 국경을 개방한 지 불과 몇 주 만에 다시 외국인 관광을 중단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공식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고있지만, 가장 최근 북한에서 돌아온 서방 관광객은 부정적인 모습이 비춰지는 것이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봤습니다. 박재우 기자가 외국인 북한 관광이 중단되기 전 마지막 북한 관광을 다녀온 프랑스인 스티븐 청 씨와의 인터뷰를 전합니다.

“여행 도중 라선관광 중단 소식 들어”

북한전문 여행사들에 따르면, 최근 북한이 외국인 관광을 개방한 지 몇 주 만에 갑작스럽게 다시 관광을 중단했습니다.

아직 북한 당국이 이유에 대해 밝히고 있지 않지만,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6일 4박 5일 동안 북한 라선을 방문하고 전날 거주지 홍콩으로 도착한 프랑스 국적의 스티븐 청 씨(32)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청 씨는 여행 도중 갑작스러운 관광 중단 소식을 접했습니다.

[스티븐 청] 북한에서 여행사 관계자로부터 직접 ‘라선 관광이 중단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정확한 이유는 모르고 있어요. 저도 정확한 사유는 잘 모르겠어요. 북한에 있을 당시에는 국경이 다시 닫힐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북한 측에서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는 관광 중단의 원인으로 외부 정보 유출 우려와 코로나19에 대한 지속적인 경계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측했습니다.

[스티븐 청] 북한은 촬영 금지 규정을 강조했지만, 일부 관광객이 이를 지키지 않았고, 그 영상이 온라인에서 퍼지면서 당국이 불편함을 느낀 것 같습니다.

북한 당국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특정 장소에서 촬영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관광객들이 촬영 규정을 무시하고 자유롭게 사진과 영상을 찍으면서, 북한의 열악한 상황이 드러나자 당국이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북한 소학교
스티븐 청 씨가 북한의 소학교에서 찍은 사진 (스티븐 청 씨 인스타그램)

촬영 제한과 북한 당국의 민감한 반응

북한 안내원들은 특정 장소에서의 촬영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청 씨에 따르면 특히 군인, 경찰, 낡은 건물, 농촌 지역 등은 촬영 금지 대상이었습니다.

[스티븐 청] 군인이 화면에 들어오는 경우 문제가 됐어요. 창문을 통해 영상을 촬영할 때는 괜찮았지만, 군인이 길을 지나가다가 화면에 잠깐이라도 등장하면 전체 영상을 삭제해야 했어요. 그리고 시골 지역에서는 농부들이나 낡은 건물, 혹은 가난한 모습이 보이는 장면들은 촬영하지 말라고 했어요. 저는 왜 그런지 직접 묻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북한 당국이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반면, 새로 건설된 건물이나 당국이 홍보하고자 하는 시설에 대해서는 촬영이 자유롭게 허용되었으며, 오히려 촬영을 격려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제한에도 불구하고 일부 관광객들이 북한의 열악한 상황을 촬영해 공개하면서 북한 당국의 불편함을 초래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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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소식 잘 알고 있는 ‘안내원’

스티븐 청 씨는 스페인 기반 북한 전문 여행사 KTG와 함께 여행했는데, 여행사 사정으로 다른 여행객 없는 ‘개인투어(Private)’를 하게 됐습니다.

KTG여행사 직원, 북한 안내원 2명, 북한 운전기사 등과 함께 했고, 투어 일정을 보다 유연하게 계획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통해 스티븐 청 씨는 북한 안내원들은 물론 주민들과 직접 소통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스티븐 청] 안내원들은 홍콩과 대만 문제뿐만 아니라, 남북한 관계까지 비교하며 이야기할 정도로 외부 소식에 대해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북한이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며 외부 세계를 부러워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그들이 저에게 “어느 나라가 가장 강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저는 대답을 회피하려고 했지만, 결국 그들은 “우리가 가장 강한 나라다”라는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했어요.

그는 또 북한의 인터넷 시스템에 대한 설명도 들었는데 가이드들은 “우리는 인터넷이 있다. 단지 국제 인터넷이 아닌, 북한 자체 인터넷이다”라며 자부심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사진은 북한을 관광 중인 중국인 관광객들이 여권 대신 국경관광용 통행증을 손에 들고 있는 모습.
사진은 북한을 관광 중인 중국인 관광객들이 여권 대신 국경관광용 통행증을 손에 들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중국인 관광객들과도 마주쳐

앞서 중국인의 북한 단체관광이 중단 5년여 만에 재개될 예정이었지만 불발됐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습니다.

그러나 청 씨의 증언에 따르면 라선에서 중국인 관광객들도 관광을 진행하고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북한에서 두 개의 중국인 관광 그룹을 마주쳤으며, 한 그룹에선 홍콩에서 온 이들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스티븐 청] 중국인 관광객들이 북한에서 특별한 제한 없이 여행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제가 홍콩에서 살고 있어 그들 중 제가 아는 홍콩인들도 있어 그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도 있었습니다.

이는 북한이 서방 국가 관광객에게만 문을 열었다는 기존 관측과 배치되는 부분입니다.

“북한 여행, 열린 마음으로 접근해야”

[스티븐 청] 솔직히 말하면, 제 경험은 일부 유튜버들이 전하는 부정적인 시각보다 훨씬 긍정적이었어요.

스티븐 청 씨는 개인투어를 진행해 관광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자유로웠다고 회상했습니다.

북한 관광에서는 일반적으로 외국인의 개별 이동이 제한되지만, 스티븐은 이례적으로 라선에서 택시를 탈 기회를 얻었기도 했습니다.

그는 “택시 이용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가이드에게 요청하자 다음 날 택시를 타볼 수 있도록 조치해 줬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일정에는 김일성, 김정일 동상 방문이 포함되지 않았으나, 스티븐 청 씨가 요청하자 해당 장소를 방문할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스티븐은 북한 여행을 고려하는 사람들에게 “열린 마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스티븐 청] 물론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을 직접 경험하는 것은 매우 특별한 기회였습니다 편견을 버리고 가면 더욱 의미 있는 여행이 될 것입니다.

그는 또 “평양이 개방되면 다시 방문하고 싶다”며 “더 많은 북한 주민들과 대화할 기회를 갖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북한은 다시 관광을 중단한 상태이며, 공식적인 재개 일정은 발표되지 않고 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