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보건 혁명’ 자신감 뒤엔 ‘북러 협력’ 있어”

앵커: 북한이 올해를 ‘보건 혁명’ 원년으로 선언하면서 대규모 병원 건설 계획 등을 밝힌 것은 러시아로부터 보건·의료 지원을 받겠다는 구상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달 28일 평양종합병원이 착공 5년 만에 완공됐다는 소식을 보도한 북한 관영매체.

이에 따르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병원을 둘러보고 올해가 북한 보건혁명 원년이라면서, 앞으로 새로 건설할 중앙급 병원들 뿐 아니라 전국 시군에 꾸려질 병원 건설 사업에 대한 과업을 제시했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국내 보건·의료 환경을 대대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러시아로부터 관련 기술과 자금 등을 지원 받겠다는 계획에 힘입은 것이란 분석이 한국 내 전문가들로부터 제기됐습니다.

전문가들은 통일보건의료학회와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등이 8일 공동 주최한 ’2025 북한 보건의료 정세분석 토론회’에서 북러가 이른바 ‘신조약’에 근거해 ‘보건협정’을 맺었다며 이같이 진단했습니다. 엄주현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사무처장의 말입니다.

[엄주현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사무처장] 이런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올까, 계속 언급되는 북러 관계와 연동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자신감은 어쨌든 북한 대표단이 러시아를 방문한 뒤에 나온 모습입니다.

엄주현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사무처장은 북러 간 보건협정이 모자 보건과 질병 치료는 물론 의료인 교육 및 재교육, 의약품과 의료 설비까지 망라한 구체적인 협력 내용을 담고 있다며, 상당한 자금이 소요되는 사업을 국가 자금으로 추진하겠다는 선언을 한 배경엔 러시아와의 약속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올해 북한 보건·의료 사업이 활기를 띨 것이며, 북러 보건·의료협력과 관련한 가시적인 성과들도 점차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다만 러시아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보건·의료 개선 사업이 쉽게 진행되진 않을 것이란 지적도 이어졌습니다.

박유진 통일부 사회문화분석팀장은 이 자리에서 “북한이 그간 어려움을 겪어온 보건·의료 개선 사업에서 지금까지와 다른 기회요인이라면 러시아의 지원 가능성일 것”이라면서도, 병원 건설에 이은 후속 사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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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포괄적인 전략적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 조인식 지난 19일 북한과 러시아는 쌍방 사이 '포괄적이며 전략적인 동반자관계를 수립함에 관해 국가간 조약'이 조인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연합)

“북, 대형 병원 등 운영 능력에 의문”

문진수 서울대 의대 교수는 북한이 새로 마련한 시설을 운영할 의료진 등 관련 역량을 갖출 수 있을지에 의문을 나타냈습니다.

[문진수 서울대 의대 교수] 과연 시설을 갖춰 놓고 운영이 될 것인가, 한국에서도 전국 대학 병원들이 시설은 다 있는데 의료진이 없어서 기능을 못 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의료 인력들을 어느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데는 수 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절대 단기간에 되지 않는 일이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문 교수는 의료진을 적절히 훈련시켜 새로 지은 대형 병원을 운영하는 것에는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며, 역시 전쟁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러시아가 그런 지원을 할 역량을 갖고 있는지도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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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출신 김지은 한의사는 같은 자리에서 러시아의 관련 역량에 의문을 표하면서도 “북한에선 ‘외국’에서 지원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라며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기대를 심어주는 수단으로 러시아를 활용한 것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북한이 보건·의료 환경 개선에 필요한 자체 역량 부족으로 러시아에 기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은 여러 차례 제기돼 왔습니다.

앞서 정은미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20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의료인들에게 현대의학 발전 수준에 맞춰 의학기술 수준 및 자질 뿐 아니라 외국어 실력을 높일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며 “향후 다수 북한 의료인들이 러시아로 파견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습니다.

정 연구위원은 또 북한의 보건 현대화 구상이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에 변화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 한국 정부도 지원·협력 방안을 신중히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