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합참 “북러, 쿠르스크서 소규모 진전”

앵커: 러시아가 북한군을 앞세운 공세 강화로 쿠르스크 지역의 3분의 2를 탈환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미국 합동참모본부(합참)는 러시아가 소규모 진전을 이룬 것만 관측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상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합참은 미국에서 우크라이나 전투 상황 추적을 담당하는 곳입니다.

미 합참의 로렌 스파지아노 대변인은 10일 최근 러시아군과 북한군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공세를 강화해 이 지역의 3분의 2를 탈환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현재 전투 상황이 어떠냐는 자유아시방송(RFA)의 이메일(전자우편) 질문을 받았습니다.

우크라 “러, 병력과 장비 상당 손실”

스파지나오 대변인은 이에 러시아가 쿠르스크 지역에서 소규모 진전(small gains)을 이룬 것으로 추적하고 있다며 그 이상의 진전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이메일로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전장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정보는 우크라이나 측에 직접 문의하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군 총사령관은 10일 인터넷 회관계망인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에서 “상당한 규모의 러시아 부대가 북한 보병 지원을 받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공세에 나섰지만 병력과 장비에서 상당한 손실을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쿠르스크 지역에서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 부대를 방문 중이라면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시르스키 총사령관은 “쿠르스크와 수미 지역 상황이 우크라이나군의 통제하에 있다”며 “현재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리 부대가 포위될 거라는 위협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부대는 유리한 방어선으로 움직이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지난 8일 러시아군과 북한군이 최근 며칠 간 쿠르스크 전선에서 상당히 진격하는데 성공했으며 우크라이나의 보급선을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 장병들의 말을 인용해 북한인들과 러시아 드론(무인기) 부대가 새로 투입돼 합동작전을 펴면서 진격하고 있고 우크라이나 군이 후퇴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군과 북한군이 작년 여름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북서부 쿠르스크 기습 공격으로 뺏겼던 땅의 3분의 2를 탈환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지난 7일 쿠르스크주 일부를 차지한 우크라이나군 1만명이 러시아군의 진격으로 포위될 위험에 처해있다고 전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황을 분석하는 미국 전쟁연구소(Institute for the Study of War, ISW)가 지난 9일 공개한 ‘러시아 공세 평가’ 보고서도 러시아군이 최근 며칠 간 공세를 강화해 쿠르스크 지역 북부의 우크라이나 방어선을 붕괴시켰다고 평가했습니다.

2024년 8월 18일, 러시아 군인들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의 러시아-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에 있는 비밀 장소에서 우크라이나 진지를 향해 Giatsint-S 자주포를 발사하고 있다.
러시아 자주포 발사 2024년 8월 18일, 러시아 군인들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의 러시아-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에 있는 비밀 장소에서 우크라이나 진지를 향해 Giatsint-S 자주포를 발사하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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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러시아군은 북한군의 지원을 받아 쿠르스크 내 ‘수자’ 지역으로 진격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습니다.

RFA 주간프로그램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에 출연하는 한국의 군사전문가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10일 RFA에 지난 3월 8일과 9일 이틀동안 러시아군의 집중적인 공세로 쿠르스크 지역 내 수자 지역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러시아군이 탈환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일우 국장] 수자 남쪽 지역에서 프셀강이라는 강에 방어선을 치고 있었는데 러시아군 공수군하고 북한군 정찰총국 소속 92여단, 94여단이 돌파에 성공을 해서 지금 굉장히 긴 돌파구를 만들어 놓고 우크라이나군이 지금 위협을 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매체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3면에서 포위당해서 전멸될 위기다라고 하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은 일단 쿠르스크 지역 돌출부에 들어가 있던 우크라이나군 부대 대부분은 지난 4일 동안 대부분 다 수미지역으로 철수한 상황입니다.

우크라이나 전투 상황을 보여주는 공개정보 프로그램인 @projectowlosint가 공개한 10일 기준 쿠르스크 지역 전투 상황
10일 기준 쿠르스크 지역 전투 상황 우크라이나 전투 상황을 보여주는 공개정보 프로그램인 @projectowlosint가 공개한 10일 기준 쿠르스크 지역 전투 상황 (user/@projectowlosint)

이 지도는 우크라이나 전투 상황을 보여주는 공개정보 프로그램인 @projectowlosint가 공개한 10일 기준 쿠르스크 지역 전투 상황입니다.

지도에서 가운데 노란색 지역은 쿠르스크에서 우크라나이군이 통제하고 있는 ‘수자’ 지역입니다. 하얀색 지역은 러시아군이 지난 3일 간의 공세를 통해 탈환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입니다.

화살표 방향으로 러시아와 북한군이 공세를 펼쳐 현재 우크라이나군이 통제한 노란색 지역은 위아래로 두동강이 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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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우 국장은 이렇게 우크라이나 방어선이 뚫린 것은 미국의 정보 지원을 끊은 게 결정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 28일 백악관에서 열렸던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파행으로 끝난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정보 공유와 군사 지원을 중단했습니다.

[이일우 국장] 러시아가 작전을 하기 전에 미국이 감청이라든가 레이더 위성 정보 같은 걸 가지고서 어느 지역에서 어느 정도 러시아군의 병력이 움직이고 있다, 어느 쪽에서 공세가 시작된다라는 것을 사전에 전부 다 정보를 줬었는데 미국이 며칠 동안 정보를 끊은 그 사이에 우크라이나가 완전히 깜깜이가 돼서 이 러시아군의 공세에 대해서 대응을 못했습니다.

그는 전선에 복귀한 북한군의 전술은 예전과 큰 차이가 없지만 우크라이나군의 눈과 귀가 멀게 되고, 통신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을 하지 못하니까 우크라이나군이 드론을 사용하지 못해 북한군의 마구잡이로 밀고 오는 전술을 방어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전쟁연구소도 러시아군과 북한군의 공세 강화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군사정보 공유를 중단한 시점과 일치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