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골프장으로 위장한 새 장거리 미사일 기지를 평양 일대에 건설한 정황이 포착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기지가 실전 배치용인지, 시험 발사용인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자민 앤더슨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NK뉴스는 지난 6일, 북한이 평양 남부 력포지구에 골프장으로 위장한 장거리 미사일 기지를 비밀리에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 미들버리국제학연구소 비확산연구센터(CNS)의 오픈소스 연구팀은 이 매체에 플래닛 랩스와 에어버스가 제공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해당 기지가 북한의 최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관하고 발사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기지는 지난해 4월 철거된 김씨 일가의 호화 별장, ‘력포궁 저택’ 부지 옆에 위치해 있으며, 군사적 용도로 활용하기 위해 해당 부지가 일부 정리된 것으로 보입니다.
분석에 따르면, 북한 작업자들은 지난해 여름 계곡 부지 전체에 콘크리트를 깔았는데, 이는 중량급 발사 차량의 운용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 뒤 작업자들은 콘크리트 위에 잔디를 깔고 원형 퍼팅 및 모래 함정을 만들어 골프장처럼 위장했습니다.
ICBM 실전 운용 기지 가능성?
이에 대해 연구팀의 샘 레어(Same Lair) 연구원은 1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실전 배치 기지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특히 건물의 구조적 특징에 주목했습니다.
미사일을 수직 상태에서 점검할 수 있는 36m 높이의 대형 격납고가 존재하는데, 건물 후면이 언덕을 파고들어 건설된 뒤 흙으로 덮여 있는 점이 확인됐습니다.
이는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방호 조치로, 실전 배치된 미사일(live missiles)을 보관하기 위한 시설일 가능성이 크다고 연구팀은 설명했습니다.
또한, 북한이 기존에 시험 발사를 진행했던 평양 순안공항 인근의 미사일 시험장은 이러한 방호 시설이 전혀 없는 것과 대조적이라면서, 이곳이 단순한 시험장이 아님을 시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ICBM급 이동식 발사 차량(TEL) 4대를 수용할 수 있는 크기의 부속 건물도 관찰됐습니다.
레어 연구원은 “북한이 기존에 여러 미사일 시험장을 보유하고 있는데, 굳이 새로운 시험장을 추가로 건설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존 시험장과 차별화된 방호 구조를 갖춘 이번 기지는 실전 운용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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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참관 시연 및 시험 발사용?
그러나 장거리 미사일 실전용 기지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RFA 주간프로그램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에 출연하는 한국의 군사전문가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10일 RFA와의 통화에서 “실전배치보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을 위해 평양 근처에 조성한 시연 및 시험 발사장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이 사무국장은 해당 지역이 김정은의 호화 별장이 있던 곳으로, 오랫동안 한미연합군의 정보자산에 의해 감시를 받아온 지역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ICBM급 전략 자산은 보통 비무장지대(DMZ) 북방 150km 이상 떨어진 전략벨트에 배치된다”면서 이 기지는 “북한 기존 방공망의 중첩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지역이 아니며, 전략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놓여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사무국장] 한국 수도권 북부에서 150km 정도밖에 떨어져있지 않기 때문에. 한국군이 대량 배치 중인 현무-2미사일, KTSSM(단거리탄도미사일, 우레) 미사일, 전술함대지미사일의 사정권 안에 포함된 대단히 위험한 지역입니다.
유사시 한국군의 선제 타격 대상이 될 위험이 크다는 점에서 실전 배치 기지로서는 적합하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실전용 vs. 시험용, 결론은 아직
이런 가운데 NK 뉴스는 해당 신규 기지에서 아직 미사일 시험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앞서 북한은 2023년 3월 평양 동부 삼석구역에 콘크리트로 보강된 원형 미사일 발사대를 건설한 뒤, 이를 골프장처럼 위장한 전례가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2023년부터 2024년까지 화성-18형과 신형 ICBM 화성-19형 등의 시험발사가 진행된 바 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