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 정부는 북한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사실 공개와 관련해 러시아의 관련 기술 이전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핵추진 잠수함 건조 과정에서 러시아의 도움을 받았을지 여부와 관련해 한국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렸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8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핵동력 전략유도탄 잠수함’의 건조 실태를 파악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핵동력 전략유도탄 잠수함’은 원자력을 추진 동력으로 사용하고 탄도미사일을 탑재해 운용하는 전략핵 잠수함(SSBN)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2023년 9월 ‘전술핵 공격 잠수함’이라며 김군옥 영웅함을 공개했지만 김군옥 영웅함은 디젤엔진(재래식) 잠수함으로, 북한이 핵추진 잠수함 건조 장면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한국 통일부의 구병삼 대변인은 10일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러시아의 관련 기술 제공 가능성과 관련해 “예단하지 않고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북한에 대한 군사기술 제공은 UN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금지되어 있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구 대변인은 또 “북한의 무기개발 동향은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구병삼 한국 통일부 대변인] 핵 잠수함 관련해서 건조 장면은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예단하지 않고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UN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규범을 지켜야 할 책임이 막중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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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 함장, 잠수함 전대장 등을 역임한 문근식 한양대 특임교수는 10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이 파병에 대한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원자로 기술 등 전략핵 잠수함 기술에 대한 협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문 교수는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을 경우 향후 1~2년 안에 전략핵 잠수함이 완성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문 교수는 북한이 전략핵 잠수함을 보유하게 되면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실질적인 ‘핵무력 완성’ 수준에 이르렀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한국 역시 미국과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등을 통해 핵추진 잠수함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문근식 한양대 특임교수] 핵잠수함 건조 기술이라든지 그중에서도 원자로 관련 기술들은 협력을 받았을 수 있죠. 많이 받으면 진도가 빨리 나가게 돼 약 1~2년 내에 완성될 수 있는 것이고 지원을 잘 못 받으면 3~4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러 ‘전략핵 잠수함’ 기술 지원 가능성, 현재로선 낮아”
다만 한국 국방부 산하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두진호 연구위원은 1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러시아가 지금과 같은 국제정세 아래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갖춘 전략핵 잠수함 기술을 북한에 지원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습니다.
두 연구위원은 북한이 원자로 격실은 비워둔 채 잠수함 외형을 만드는 등 자체적으로 전략핵 잠수함 건조를 추진해나가면서 러시아의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향후 러시아가 전략핵 잠수함 기술을 북한에 지원할 가능성에 대해 두 연구위원은 “러우전쟁 종전 문제, 미북관계, 미러관계 등 다양한 변수가 있다”며 “가능성은 열려있지만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갖춘 SSBN까지 관여하기에는 여러 가지 정황상, 전략상황도 그렇고, 제 개인적인 판단은 빠르다고 생각합니다. 5,000~6,000톤급 깡통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고 원자로 부분만 일부분 격실을 비워둔다든지 이런 식으로 여지를 둔 다음에 자연스러운 조력을 요청해 나가지 않을까 판단합니다.
예비역 해군 대령인 최일 잠수함연구소장도 1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러시아는 미국 눈치보기를 하며 북한에게 보상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러시아가 북한에게 전략핵 잠수함 기술을 지원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최 소장은 러시아로서는 북한에게 전략핵 잠수함 기술을 지원할 경우 아시아, 유럽 주변국에서 핵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는 현상도 우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최 소장은 또 러시아가 관련 기술을 지원하더라도 북한이 전략핵 잠수함을 완성하기에는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최일 잠수함연구소장] 북한은 이 잠수함을 왜 만들까요? 이 잠수함에 탄도미사일을 싣고 미국 본토를 때리기 위해서 만들어요. 러시아가 미국 눈치를 보면서 그걸 만들 수 있도록 직접적으로 도와준다는 것은 국제관계상으로 보면 좀 현실적이지는 않죠. 숨어서 미국 몰래 지원하는 가능성은 있지만 그래도 그것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한편 북한이 현재 시점에 전략핵 잠수함 건조 사실을 공개한 것과 관련해서, 두진호 연구위원은 “2021년 1월 제시한 ‘국방력 발전 핵심 5대 과업’이 잘 이행되고 있다는 식의 내부 결속 목적, 억제력을 갖춰가고 있다는 것을 미국에게 보이며 미북 대화에 앞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목적, 러시아에게 관련 기술 요청의 뜻을 전하려는 목적” 등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밖에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기자들에게 배포한 분석자료에서 북한의 전략핵 잠수함이 5,000~6,000톤급이며 함경남도 신포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