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인 3명 중 2명은 북한의 핵무기가 공격용이라고 생각하고 10명 중 7명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할 권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인식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비핵화 협상은 핵심 지지층의 지지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조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인 셋 중 둘 “북 핵무기는 공격용”
미국 웨스턴 켄터키대학교 티모시 리치 정치학 교수는 11일 ‘미국 대중은 북한의 핵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미국인의 북한 핵무기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것으로, 여론조사 기관 ‘센티멘트’(Centiment)가 2월 12일부터 26일까지 522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으로 진행한 것입니다.
보고서를 보면, ‘북한이 핵무기를 공격용과 방어용 중 어느 용도로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나요?’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3분의 2(65.5%)가 ‘공격용’이라고 답했습니다.
반면 ‘방어용’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34.5%에 그쳤습니다.
이러한 인식은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 모두에서 비슷하게 나타나 정치적 성향과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북한이 핵무기를 “방어 및 억지(deterrence) 수단”이라고 주장한 것과 크게 대조적인 결과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22년 열린 최고인민회에서 핵 무력 정책 관련 법령을 채택하며 “핵무기는 북한이 존엄과 안전을 수호하고 핵전쟁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마련한 억제 수단이자, 절대병기”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지난해 10월에는 “주권 침해 시도가 있을 경우 남측을 향해 언제든 핵무기 사용에 나설 수 있다”고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조선중앙TV] 무력사용을 기도하려 든다면 가차 없이 핵무기를 포함한 수중의 모든 공격력을 사용할 것이라고, 그러한 상황이 온다면 서울과 대한민국의 영존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씀하시었습니다.
응답자 75% “북한에 부정적”
보고서에는 ‘북한이 핵무기를 가질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나요?’라는 질문에는 미국인 응답자의 4분의 3(73.2%)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이 역시 민주당(73.9%)과 공화당(71.4%) 지지자 간의 차이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미국 국민 대다수는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할 권리를 거의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주로 공격적 성격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울러 두 질문의 응답에는 높은 상관관계가 나타났습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할 권리가 있다고 답한 응답자의 절반(50.7%)은 이를 방어적 성격으로 평가했으며, 반면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할 권리가 없다고 답한 응답자의 상당수(71.5%)는 ‘공격용’으로 평가했습니다.
북한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여론조사에는 북한을 부정적으로 평가(1~2점, 1=매우 부정적, 5=매우 긍정적)한 응답자는 전체의 약 75%로, 이들 중 79%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할 권리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북한에 대해 긍정적(3~4점)으로 답한 응답자의 67.9%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할 권리를 인정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북한을 부정적으로 답한 응답자의 70.1%가 북한의 핵무기를 ‘공격용’이라고 보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의 경우 이 비율은 39.6%에 불과했습니다.

북한에 대한 인식 수준도 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북한에 대해 잘 모른다’고 답한 응답자의 21.3%만이 북한이 핵무기를 가질 권리가 있다고 답한 반면, ‘잘 알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 중에서는 이 비율이 37.9%로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두 그룹 모두에서 북한 핵무기를 ‘방어용’이라고 답한 비율은 34.5%로 동일했습니다.
즉, 미 대중은 북한을 부정적으로 평가할수록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지 않으며, 핵무기를 공격적인 수단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또한 북한에 대해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하는 미국인들이 상대적으로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경향이 더 높았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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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한 리치 교수는 1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미국 대중은 북한의 핵무기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제한하는 협상을 시도하더라도 설득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 핵보유 미 대중 지지받기 어려워”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북한을 ‘핵 보유국’이라고 언급한 점을 들어 “트럼프 행정부가 여전히 북한에 대해 핵무기 생산을 제한하고 국제 감시단을 허용하는 방안을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여론 조사 결과는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어떤 방식도 미국 대중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강력한 증거”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는 전체적으로 설득하기 어려운 문제일 뿐만 아니라, 이전의 비핵화 노력이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지지층에도 받아들여지기 힘든 제안일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북한 핵무기 문제 해결방안에 대해 그는 “북한이 자발적으로 핵을 포기하는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보이지 않는다”며 “그렇다고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인정하는 것은 국제 협정과 규범을 위반하는 국가에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위험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북한 자체 뿐 아니라 러시아, 중국, 이란과의 협력 심화에 대해서도 더 많은 주목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아울러 그는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대중이 북한의 핵을 철저히 공격적 성격으로 인식하는 경향을 극복해야 한다”며 “북한이 실제로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이는 결국 스스로 파멸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에디터 박정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