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 국회에서는 한국의 독자 핵무장, 핵잠재력 확보 등 ‘핵 자강’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전문가는 미국이 허용하지 않아 한국의 자체 핵무장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고, 한국의 여당 측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핵 잠재력’ 확보에 대해 협상이 가능할 것이란 견해를 제기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유용원 의원이 11일 국회에서 주최한 ‘북핵 앞에 선 우리의 선택, 핵 잠재력 확보를 위한 한미 안보협력 전략’ 토론회.
토론에 나선 전봉근 국립외교원 명예교수는 한국 정치권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핵 자강론’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전 명예교수는 “한국은 한미동맹에 안보를 의존하는 한계”를 갖고 있고, “강력한 핵 비확산 원칙을 갖고 있는 미국이 한국의 핵개발을 허용할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미국은 한국이 핵무장을 하게 될 경우 한국에 대한 통제권을 잃는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미국이 한국과의 동맹관계를 다시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한국은 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높고 국제사회의 모범국가”라며 “주변국가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체 핵개발을 지속하기에 매우 안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 명예교수는 한국이 자체 핵개발에 나설 경우 국제사회에서 핵 연료를 살 수 없게 되고 원전 수출이 중단될 것을 100%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핵확산금지조약(NPT) 발효 이후 핵개발에 나선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북한 등은 경제 대외의존도가 매우 낮고 독자외교정신이 투철한 국가들로, 한국과 다른 배경을 갖고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일각에서 정치적 결단만 내리면 단기간에 핵개발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내놓는 것과 관련해선, 농축 재처리 기술이 전무한 한국으로서는 최소 3~5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전 명예교수는 미국이 주한미군을 철수하거나 한국에 대한 안보 공약을 철회할 경우에는 한국이 핵무장을 추진할 수밖에 없지만, 미국이 그러한 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덧붙였습니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명예교수] 많은 분들이 우리가 핵개발할 때 미국이 대북용, 대중국용으로 용인해 줄거야, 처음에는 반대하지만 나중에는 이걸 묵인해 줄거야 라고 하는데, 저는 그 가능성이 제로라고 봅니다. 미국은 한국에 대한 통제력을 잃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나라와는 관계를 안 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고 그것이 제가 미국의 전문가로부터 많이 듣는 이야기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관련 기사
한국 여당 대표 “트럼프 재집권은 기회…‘핵 잠재력’ 확보 준비해야”
한국의 여당인 국민의힘 관련 인사들은 이 자리에서 ‘핵 자강’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국 핵 자강’ 협상 가능”
서울시장이자 한국 여권 내 차기 대통령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는 오세훈 시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거래적 리더십’을 보인다”며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으면서 ‘핵 자강론’을 협상카드로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즈니스맨 출신으로 기존 미국 대통령과 다른 리더십을 보이며, 향후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에서 한국의 세계 10위권 경제력과 조선, 반도체, 원자력 등 높은 기술력, 지정학적 가치는 ‘핵 자강’을 교환할 좋은 카드가 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오 시장은 한국이 자체적으로 핵무장한 이후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함께 포기한다는 이른바 ‘조건부 핵무장’이 가장 좋은 전략이라고 믿는다면서도, “현재로서 가장 현실성 있는 선택지는 ‘핵 잠재력’ 향상”이라고 밝혔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언감생심이고 미국이 절대 용인 안 할 카드야 라고 이야기하시는 전문가분이 이 자리에 계십니다. 그러나 저는 아까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이제는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자, 그런 주장을 한국 정부가 이제 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이 거래적 리더십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NPT는 상대방 나라가 핵무기를 가지고 있을 때 탈퇴하고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조항이 있어요. 무리한 주장도 아니에요.
토론회를 주최한 유용원 의원도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자리잡은 상황에서도 한국은 핵무기에 대한 논의조차 자유롭지 못한 현실”이라며 “핵무장을 추진하지 않더라도 언제든지 핵무장이 가능한 수준의 ‘핵 잠재력’ 역량을 갖추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향”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밖에 국민의힘 지도부를 구성하고 있는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는 서면 축사를 통해 핵 잠재력 확보는 북핵 위협의 대응 방안 중 하나로 첨예하게 논의되어야 하며, 현 시점에서 해당 논의는 시의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