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당국이 자행하는 사이버 범죄에 동원된 IT, 즉 정보·기술 노동자들도 열악한 환경에서 심각한 정신적·신체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이 인권단체들로부터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주한캐나다대사관이 12일 서울에서 주최한 북한인권 토론회.
북한이 감행하는 사이버 범죄와 그에 종사하는 IT, 즉 정보·기술 노동자들이 처한 인권 침해 실태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북한 인권단체 ‘성통만사’, 즉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자스민 링겔(Jasmin Ringel) 연구원은 이 자리에서 북한 당국이 자행하는 사이버 범죄에 동원된 IT 노동자들이 외국에 고립돼 심각한 노동 착취를 당하고 있다고 고발했습니다.
주로 동남아시아나 중국 등 제3국에 파견돼 24시간 감시를 받는 환경에서 과도한 업무량과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스민 링겔 성통만사 연구위원] 업무 특성상 밤에 노동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할당량을 맞추기 위한 과도한 업무로 불안함과 초조함, 때로는 공황장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링겔 연구원은 충분히 자지 못해 피로가 쌓인 상황에 외부인과의 접촉은 물론 외출조차 금지된 환경에서 일했다는 한 전직 북한 IT 노동자의 대면조사 내용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제임스 히난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장도 같은 자리에서 “사이버 범죄에 동원되는 이들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히난 소장은 북한 IT 노동자들의 급여가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보다는 높은 것이 사실이지만, 이를 당국이 지시하는 대로 맡겨 놓아야 하기 때문에 사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습니다.
[제임스 히난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장] 외국에서 일터에 갇혀 지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강제 노동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급여가 비교적 높다고 해서 강제 노동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탈북민, 북 사이버 범죄 주요 범행 대상”
탈북민이 주로 북한 당국의 사이버 범죄 대상이 되는 현실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습니다.
히난 소장은 “신원정보 탈취나 금전적 손실 뿐 아니라 범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피해의 한 유형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이는 심각한 인권 문제라고 진단했습니다.
남바다 성통만사 사무국장은 “만약 북한 당국이 탈북민들의 정보를 탈취한다면, 북한에 남은 가족들은 정치범 수용소에 평생 갇히거나 처형에 이르는 심각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또 이 같은 사례가 다른 탈북민들에게 전해지면 큰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고, 공개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기도 어려운 상황인 만큼 이는 곧 심각한 인권 침해로 이어진다고 진단했습니다.
관련기사
이와 관련해 링겔 연구원은 “국제사회가 사이버 범죄 위협에 직면한 탈북민과 인권단체 구성원, 언론인 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며 “세계에 이를 알리기 위한 노력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또 국제사회가 북한 사이버 범죄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부과하고 범행 대상이 될 수 있는 이들에겐 그에 대응하는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올해도 북한 인권문제 해결과 취약계층 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김수경 한국 통일부 차관의 말입니다.
[김수경 한국 통일부 차관] 북한의 인도적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여건이 조성되면 취약계층을 우선 지원할 수 있도록 인도적 문제 해결 기반을 강화하고, 북한 주민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서도 노력할 것입니다.
김수경 한국 통일부 차관은 이날 행사에서 “올해도 통일부는 북한 인권단체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시민사회 내 공감대 확산과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통해 국내외 북한 인권 생태계를 꾸준히 확장해 나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