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국적의 태권도 사범이 동유럽 국가 체코, 즉 체스코에서 강의 활동 등을 통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외화벌이와 더불어 정치적 선전의 목적이 있는 활동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자민 앤더슨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제태권도연맹 ITF의 공식 홈페이지.
오는 3월 말 열리는 ‘국제 사범 과정’ 온라인 강의 홍보물이 첫 화면에 게시돼 있습니다.
담당 강사는 북한 국적의 황호영 사범입니다.
3단에서 6단 소지자는 130유로, 7단 이상은 30유로의 강의료가 책정된 이번 강의에 3월 12일 현재까지 55명이 등록했습니다.
공개된 등록자 목록에 따르면, 3단에서 6단 소지자가 34명, 7단 이상 소지자는 21명으로, 황 사범의 강의를 통해 5천50유로(미화 약 5천5백달러)의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해 1월 황 사범의 활동을 처음 보도하며 그의 강습 활동이 북한 당국의 외화벌이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RFA 보도 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관계자는 ITF 소속 고위간부의 태권도 강습과 북한 외화벌이 간의 연관성을 조사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도 황 사범의 유료 강의가 진행되고 있는 겁니다.
“단순 외화벌이 아닌 정치 공작 중”
이에 대해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 출신 리정호 코리아 번영개발센터 대표는 1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내에서 해외 태권도 조직을 관장하는 곳은 노동당 작전부”라며, 단순한 외화벌이보다는 정치적 목적이 더 크다고 주장했습니다.
[리정호 대표] 이 조직은 체육성 산하가 아니고 노동당 작전부입니다. 통일전선부로 이관됐다는 말도 있고요. 이 사람들은 공작 사업도 합니다. 순수한 외화벌이 목적보다는 정치적인 목적이 더 강한거죠. 장웅 총재(ITF 2대 총재) 다음, 리용선 현 총재는 제가 알기로 노동당 작전부 소속이었습니다. 정치조직이니까 체육인이 책임자가 아니라는 겁니다.
RFA 주간프로그램 ‘39호실 리정호의 눈’에 출연하는 리 대표는 “ITF는 한국이 주도하는 세계태권도연맹(WT)과의 경쟁 속에서, 북한 태권도의 우위를 선전하고 국제 사회에서 그 입지를 확장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출범한 단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오는 3월 말 진행될 황 사범의 강의에는 영국, 캐나다, 아일랜드, 노르웨이, 폴란드,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등 세계 각국에서 참가자가 등록했습니다.
황 사범의 수익에 대해서 리 대표는 “해외 생활 유지비로 활용하면서, 동시에 북한 당국으로부터 1년에 1-2만 달러의 외화 송금 지시를 받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는 유엔 대북제재 위반 행위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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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F, 제재 위반 여부 침묵
체코 태권도 협회에 따르면, 황 사범은 올해 총 36회 강의를 계획하고 있고, 12차례에 걸쳐 기술 시험을 주관 및 감독할 예정입니다.
협회 달력에는 오는 4월, 황 사범의 3주간의 개인 휴가 일정도 표기돼 있습니다.
황 사범은 1987년부터 5년간 체코에서 태권도를 가르친 뒤, 1992년 북한으로 귀국했다가 1995년 다시 체코로 돌아와 현재까지 거주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16년 ITF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온 가족이 체코에 살고 있고, 정기적으로 북한을 방문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체코 외교부와 ITF 체코 지부는 12일 현재, 황 사범의 활동이 제재 위반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RFA의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체코 외교부 공보실은 지난해 1월 “황호영 씨의 체코 입국 및 체류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면서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규정으로 인해 요청된 정보를 조회하거나 세부 정보를 공유할 수 없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한 바 있습니다.
한편, 프랑스 AFP 통신은 11일 ITF의 리용선 총재가 연맹 본부가 위치한 오스트리아 당국으로부터 유엔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북한에 불법 외화를 송금한 의심을 받고 있으며, 당국이 2020년 3월부터 그의 취업 허가를 은밀히 취소하려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ITF 당국자는 AFP에 어떠한 범법행위도 없었다면서 ITF는 “북한 국가와 어떠한 접점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17년 채택한 결의 2375호와 2397호를 통해 유엔 회원국에 북한 노동자에 대한 고용 허가 부여를 금지하고, 2019년 말까지 소득을 얻는 모든 북한 노동자들을 송환하도록 규정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