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식수절 계기로 ‘반미 의식’ 고취

앵커: 북한 당국이 식수절(3/14)을 맞아 주민들의 반미 의식을 고취시키며 나무심기 전투를 시작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손혜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의 식수절은 1947년 김일성 주석이 평양 문수봉에 나무를 심은 4월 6일을 기념해 그날로 처음 제정됐지만 1999년 김정일 집권 시기 3월 2일로 바뀌었습니다. 이날은 김일성, 김정일 부자가 1946년 3월 2일 평양 모란봉에서 산림조성을 구상했다며 식수절로 기념한 것입니다.

하지만 2022년 김정은 총비서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으로 식수절을 3월 14일로 정했습니다. 이날은 1952년 3월 14일 김일성 주석이 미제의 폭격으로 파괴된 산림 복구를 지시한 날이어서 지난해부터 북한의 식수절은 반미 계급적 성격을 띠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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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3월 14일 식수절을 맞으며 도내 자리한 공장기업소의 나무심기 전투가 시작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어제(11일)부터 시작된 나무심기 전투는 25일까지 보름 간 진행된다”며 “각 공장마다 할당된 산지에 묘목을 심고, 열흘 간 나무의 사름률(생육)까지 책임지라는 게 당 조직의 지시”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나무심기 전투에 동원된 공장노동자들은 아침마다 조선을 고립 압살하려는 미제에 맞서 이기는 정신으로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심어야 한다는 반미교양사업을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해마다 식수절에 나무심기는 진행됐지만, 올해처럼 반미의식을 고취시키며 공장노동자들을 동원하는 건 처음”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같은 날 함경북도의 또 다른 소식통도 “식수절을 맞으며 길주군 하판공장에 할당된 나무심기 과제는 지난 2월 착공된 지방공업공장 주변 산에 기름밤나무와 잣나무를 심어 원료림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 나무 심기 행사 참여
김정은 총비서, 나무심기 행사 참여 2022년 3월 김정은 총비서가 초급당 비서대회 참가자들과 함께 나무 심기 행사에 참여했다. (Reuters)

시장가격으로 묘목 판매하는 국영 양묘장

소식통은 “묘목은 몇 년 전 개건된 군 양묘장에서 공급하지만, 당국이 부과한 원료림 조성에 필요한 묘목 수량의 절반도 안 된다”며 “이에 공장에서는 노동자 1인당 월급에서 2천원씩 식수자금으로 제낀(떼어놓은) 것을 양묘장에 주고 묘목을 사 온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양묘장에서도 국가에서 자재와 자금을 받지 못하고 자체로 묘목을 키워 야매로 파는 것”이라며 “기름 밤나무 묘목 1단(500대)에 20만원(미화 9달러)”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당 조직에서는 나무심기 전투는 사회주의를 무너뜨리려는 미국을 비롯한 적대세력들의 책동에 맞서는 계급투쟁이라며 묘목이 죽지 않도록 거름과 물을 주며 정성을 다해야 한다고 교양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손혜민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