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코로나19 이후 5년 만에 외국인 관광을 재개했다 곧바로 취소한 가운데 당시 관광이 철저한 감시와 통제 속에서 진행됐다는 증언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북한 안내원들이 실시간으로 촬영하며 감시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조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폴란드 유튜버 ‘오이보이텍’(ojwojtek)이 최근(9일) 북한 관광 경험을 담아 공개한 동영상이 130만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영상은 지난달 27일부터 4일간 북한 나선시를 여행한 모습을 담고 있는데, 그는 관광 일정 동안 모든 움직임이 철저히 통제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북한 안내원들은 관광객의 모든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촬영하고 철저히 감시했다”며 “안내원들은 관광객들이 멀리 가지 않을까 불안해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이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입국 전, 관광객들은 소형 카메라나 드론, 카메라가 장착된 선글라스 등의 반입이 금지되고, 인스타그램 등 모든 사회연결망서비스(SNS) 사용을 중단 것을 요구받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실제 국경검문소에서는 장비의 수량만 확인할 뿐, 철저한 검사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휴대전화에 ‘부적절한 내용’이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북, 경제보다 이미지 개선 목적?”
그는 안내원들이 관광객들에게 시종일관 북한의 사회주의 위대함을 선전하며 북한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의도가 강하게 느껴졌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관광 정책이 단순한 외화벌이보다는 국가 이미지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유튜버 ‘오이보이텍’] 북한은 이미 해킹 등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기 때문에 관광은 선전 도구로 활용되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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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그는 북한 안내원들이 정보 봉쇄에도 외부 정보에 익숙하다는 점에 놀랐다고 밝혔습니다.
폴란드 유명 축구선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독일 바이에른 뮌헨에서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이적한 사실도 알고 있었고, 미국 만화영화 슈렉 등 많은 서구 영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고 말했습니다.
엄격한 사진 촬영 규정
북한의 엄격한 통제는 사진 촬영에서도 드러났습니다.
그는 안내원들로부터 낡은 건물이나 지나가는 사람들을 촬영하지 말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김정일, 김일성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을 때는 옷 지퍼를 끝까지 올리고 가방은 버스에 두고 와야 했으며, 동상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나오도록 촬영해야 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은 하나의 거대한 세트장?”
그는 북한 당국이 이번 관광을 통해 자신들이 준비하고 보여주고 싶은 것만을 강조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모든 것이 연출된 듯한 느낌이었는데, 한 중학교를 방문해 북한 학생들과 이야기를 할 때도 사전에 연습한 듯 똑같이 준비된 질문과 대답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전했습니다.
또 그는 어디를 가든 선전 영상이 재생되고 있어 더욱 인위적인 분위기가 느껴졌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폴란드 유튜버 ‘전사의 여행’(Podróże Wojownika)도 최근(8일) 북한 라선을 방문한 경험을 공개하며 감시가 심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북한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된 쇼처럼 보이는 나라”라며 “우리가 도착한 순간부터 계속해서 감시받았고, 지정된 구역에서만 촬영이 허용됐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은 최근 코로나19 이후 5년 만에 평양에 이어 라선 경제특구에도 외국인 관광객을 받기 시작했으나, 불과 3주 만에 갑작스럽게 이를 중단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외국인 관광객들이 개인 SNS를 통해 북한 내부 모습을 공유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합니다.
RFA의 주간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 출신 리정호 코리아번영개발센터 대표의 말입니다.
[리정호 대표] 북한은 체제 자체가 경제적 이익보다는 정치적 이익을 더 귀중히 여기는 나라입니다. 관광객들이 여행 후 그 체제를 비난하거나 지도자의 권위를 훼손시키는 발언 또는 북한이 아주 통제된 체제라는 식의 비방을 하면 (관광 상품을) 통제하거나 중단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관광을 재개하더라도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감시와 통제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에디터 박정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