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당국이 농휴기를 맞은 농장의 청년들을 각종 건설에 동원시키고 있는데 농장들에서는 거름을 살포할 인력도 모자란다는 탄식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양시 화성지구 살림집 건설, 신의주 대규모 온실농장과 원산지구 수력발전소 건설, 지방공업공장과 농촌살림집 건설, 어느 하루 편한 날 없이 각종 건설을 다그치고 있는 북한이 농휴기를 맞은 농장들에서 젊은 인력들을 빼내고 있습니다.
밭갈이가 시작되기 전까지 노력(노동력)이 시급한 건설 현장들에 젊은 인력을 보충하는 것이라고 복수의 양강도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양강도 농업 부문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7일 “농휴기를 맞는 2월 중순부터 농장의 젊은 청년들을 모두 빼내 국가와 지방의 주요 건설에 동원하고 있다”며 “35세 미만의 남성들은 전부 건설에 동원하라는 것이 중앙의 요구”라고 전했습니다.
“이러한 지시는 김정일 생일(2/16)을 앞둔 2월 12일에 각 시, 군, 당위원회, 농촌 초급당위원회들에 하달되었다”며 “농장마다 식량을 비롯한 후방물자들을 준비한 뒤 김정일 생일이 지난 2월 18일부터 인력을 파견하기 시작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지시문에는 분명 35세 미만의 청년들이라고 했는데 그러면서도 농장 인력의 30%라고 못박아 실제 건설에 동원되는 사람들의 나이는 40세 미만”이라며 “농장의 총 인력 중 35세 미만의 젊은 청년은 15%도 안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우리나라(북한)는 사실상 의무 병역제여서 장애인을 제외한 모든 남성이 만 17세부터 군사복무를 해야 하는데 이들의 제대 나이는 만 28세”라며 “군사복무를 마친 청년들이 집으로 돌아와 농장에서 일을 하기 시작하면 만 29세”라고 소식통은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농휴기는 거름생산이 끝난 2월 16일부터 밭갈이가 시작되기 전인 4월 10일까지”라며 “하지만 농휴기에도 농장들엔 할 일이 산처럼 쌓여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관련 기사
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농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9일 “40세 미만의 젊은 남성들이 모두 주요 건설에 동원되면서 농장마다 일손이 모자라 아우성”이라며 “소석회 생산과 농기구 준비, 거름살포 작업을 위해선 젊은 인력이 필수라는 것이 농장 간부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겨울철에 생산한 거름은 얼어 있기 때문에 밭에 살포하지 못하고 여기저기에 모아 놓고 있다”며 “날씨가 따뜻해져 거름이 녹으면 흙에 섞어 밭에 살포해야 하는데 여기엔 상당한 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거름 생산은 끝났지만 산성토양을 개량하기 위한 소석회 생산과 구운 흙 생산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며 “농휴기 기간 농민 1인당 구운 흙을 생산 과제는 300kg, 농장들이 떠안은 소석회 생산 과제는 40톤”이라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여성들과 나이 많은 남성들이 맡을 수 있는 과제는 종자 선별과 벼, 강냉이 영양단지 정도”라며 “그 외 호미와 괭이, 낫을 비롯한 농기구 준비와 강냉이 뿌리와 벼 뿌리를 뽑아 내는 밭 정리 작업은 젊은 남성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호미, 괭이 고철로 팔아 농기구 부족 심각”
소식통은 “농장의 매 작업반마다 농기구들을 만들기 위해 운영하는 야장간만 봐도 전기가 오지 않아 풍로를 돌리는 작업부터 망치질, 땔감 마련까지 모두 젊은 남성이 있어야 한다”며 “호미, 괭이와 같은 농기구가 부족하면 농사를 못 짓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의 농장들은 1990년대부터 호미와 괭이를 비롯한 농기구 부족이 심각했는데 이는 농민들과 지원자들이 농기구를 훔쳐 밀수(출)품인 고철로 팔기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사정이 이렇다 보니 농장들은 일감 처리를 위해 농민들의 작업시간을 아침 8시부터 저녁 9시까지 늘리고 있다”며 “그럼에도 농사 준비를 제대로 못해 올해 알곡생산에 많은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농장 간부들의 우려”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