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 정부는 석탄을 밀수출하려던 것으로 보이는 북한 화물선이 서해에서 충돌 사고를 당한 정황에 대해 관련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는 13일 석탄을 밀수출하려던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화물선이 지난달 서해에서 중국 선박과 충돌해 침몰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관련 동향을 계속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북 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북한의 다양한 불법적 활동이 계속되고 있다는 언론 보도들을 주시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어 “특히 중국과 관련된 사안이 다수 있는데,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규범을 준수해야 할 더 큰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외교부와 국가정보원도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대북 소식통을 인용한 한국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달 말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끈 채 서해를 항해하던 북한 화물선은 중국 남동부 가까운 바다에서 중국 선박과 부딪혔습니다.
중국 당국이 주도하는 구조 작업에도 불구하고, 북한 선원들 가운데 일부만 구조된 채 15~20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중국 선박 쪽 피해는 경미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문가 “악천후 속 AIS 끄고 항해하다 사고 났을 것”
당시 사고 수역에는 짙은 안개가 껴 시야 확보가 어려웠고, 이런 상황에 북한 화물선이 AIS를 끈 채 항해하다가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AIS는 선박의 위치·속도 등 신호를 송출하는 장치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피하려는 북한 선박은 수시로 이를 끄고 항해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사고가 난 중국 남동부 서해 수역은 북한 화물선이 석탄 밀수출에 자주 이용하는 경로입니다.
북한산 석탄 수출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위반이며, 북한 화물선이 제재를 피해 석탄을 밀수출하려고 궂은 날씨에도 AIS를 끈 채 항해하다가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의 말입니다.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항상 그렇습니다. 서해라고 해도 바다가 얼마나 넓습니까? 항구에서 AIS를 끄고 출발하면 배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특히 밤에는 대부분 그렇게 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산 석탄은 품질이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중국 내 제철소에서 연료로 사용해온 고정 수요층이 있다”며, 신뢰 관계를 구축한 북중 간 거래선이 계속 유지되고 있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대방’이라고 불리는 중국 내 고정 거래처가 없다면 밀수 자체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임 책임연구위원은 석탄이 북한 밀수품 가운데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제재 요구를 받는 중국 중앙정부 보다는 지방 정부나 기업들과 주로 거래를 하고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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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큰 배 보다는 2~3천 톤급 소형 선박들이 주로 석탄 밀수출에 이용된다는 이야기가 최근 몇 년 동안 계속 들려왔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산 석탄은 경쟁 수출국들에 비해 가격이 낮아 중국 내 수요가 꾸준하고, 밀수출을 무릅쓰고 외화를 벌어야 하는 북한도 이에 응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대북제재는 북한 수출 가운데 95% 정도를 제약하고 있기 때문에 이걸 준수한다면 북한 경제는 버틸 수가 없습니다. 지금 1달러당 북한 원화 환율이 지난해 상반기 8천원 대에서 2만원 대로 폭등했거든요. 지금도 대북 제재는 큰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사고와 북한 선원 사망 여부를 묻는 질문에 “구체적인 문제는 중국의 주관 부문에서 파악하라”고 답변했습니다.
이어 “알려줄 수 있는 것은 중국이 일관되게 법규에 따라 대외·해양 사무를 처리했다는 점”이라며 “중국은 인도주의 원칙과 전문적 정신, 국제적 관례에 따라 사고와 수색·구조를 처리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017년 3월에도 위치 정보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북한 화물선 ‘금산호’가 중국 남동부 항구 인근에서 중국 유조선과 충돌해 침몰했지만, 선원 27명이 전원 구출된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