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해 말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생포된 북한군 포로 두 명의 소식 꾸준히 전해드리고 있는데요, 최근 한국 유용원 의원이 이들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눴습니다. 포로들은 특히 강력한 사상 교육과 세뇌의 영향을 받아, 동맹국인 러시아를 돕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고 전투에 임했다고 합니다. 자민 앤더슨 기자과 유 의원과의 대담을 통해 전해드립니다.
“러시아를 도와주기 위해 싸워”
지난해 12월 말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생포된 북한군 포로 두 명.
한국의 군사전문가이자 국회 국방위원 소속인 여당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이 2월 말 이들을 직접 만났습니다.
유 의원이 RFA에 단독 제공한 녹취 파일에서 20살 리 씨는 참전에 동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투에 임해야 했던 심경을 털어놨습니다.
[백 씨] 돈을 위해서 온 것도 아니고, 사명감이라고, 군인이라는 사명감으로써 싸우라면 싸우라는 거니까. (적이) 누군지 알 필요도 없고. 러시아하고 우리나라는 동맹관계 아닙니까? 그러니까 러시아가 이렇게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까 도와주러 왔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앞서 젤렌스키 볼로디미르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1월 공개한 인터뷰 영상에서 이들은 “참전하는 줄 모르고 왔다” 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동맹국인 러시아를 위해 싸웠다는 백 씨의 증언은 북한 당국의 강력한 사상교육과 세뇌가 작용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유 의원은 평가했습니다.
이들이 포로 수용 시설에서 우크라이나군과 생활한 지 벌써 2달이 지났습니다.
리 씨는 유 의원에게 한국에 귀순하고 싶다는 결심을 굳혔다고 밝혔습니다.
[리 씨] 나는 한국으로 꼭 가고 싶어요. 앞으로 우리 부모님들과 만나기 위해서 꼭 가고 싶어요.

“자폭한 전우 직접 목격”
전투 중 리 씨는 턱을 다쳤고, 백 씨는 다리에 부상을 입었습니다.
리 씨는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지만 아직도 발음이 어렵습니다.
[리 씨] 내가 이거 팔을 총에 맞고 뼈가 꺾어졌어. 움직이지 못하고 턱을 맞았는데 팔을 뚫고 턱을 맞았어요. 피를 많이 흘렸고 정신을 잃었댔어. 잃은 상태에서 깨어나보니까, 새벽에 공격했다는데 벌써 새카만 밤이더라고요. 그래서 일어서려고 하는데 머리가 어지럽고.. 수류탄이고 탄창이고 다 버리고 대기 구역으로 가려고 하다가 위치가 헷갈렸어. 그러다나니까 내가 포로가 됐어. 그래서 자폭을 할 물질적인 게 없었어요.
[유 의원] (다른 북한군이) 자폭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나요?
[백 씨] 내 눈으로 직접 봤어요.
유 의원이 만난 우크라이나군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인된 북한군 부상자는 약 3,000명인 반면, 포로로 잡힌 인원은 단 2명으로, 이는 많은 부상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 같은 증언은 북한군이 전투에서 포로로 잡히기보다 자폭을 선택하도록 강요받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북한군은 왜 두려워하지 않았나?
다음은 유용원 의원과의 일문일답입니다.
[기자] 포로들이 참전 사실을 모르고 파병됐다고 증언했는데, 당시 어떤 심정이었다고 했나요?
[유 의원] 뒤늦게 (참전 사실을) 알고 전투 의지가 약해진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백 모씨는 “돈을 위해서 온 것도 아니고, 군인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싸우라면 싸우라는 거니까 적이 누군지 알 필요도 없다”면서 “러시아와 우리 나라(북한)은 동맹 관계 아닙니까? 그러니까 러시아가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다”는 답변을 했습니다.
[기자] 사상 교육이 굉장히 잘 되어 있던 상태에서 파병이 된 거네요.
[유 의원] 네, 그렇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 고위 관계자가 저한테 너무나 진지하게 물어보더라고요. “북한 사상자가 많은데, 공포심을 느끼거나 위축되는 모습을 보여야 되는데 북한군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더라,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라고요. 결국은 얘기면 (북한 당국으로부터) 의식화, 세뇌, 그리고 한국에서 흔히 하는 말로 가스라이팅을 계속 당해서 결국은 체화가 됐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기자] 그 두 분이 북한에 대해서는 현재 어떤 마음일까요?
[유 의원] 당이나 북한 정권에 대해서 서운한 점은 없느냐고 물었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하더라고요. 부정적인 이야기는 두 분 다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면을 보면, 아직까지는 완전히 세뇌서 벗어났다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기자] 포로들이 생포된 지 2달이 된 시점이었는데, 인터뷰 중 관찰하신 모습에서 그들의 사상이나 태도에 어떤 변화가 보인 점이 있다면요?
[유 의원] 네. 제가 만난 사람 중에 이 모씨의 경우는 전에 한국 일간지와 인터뷰했을 때는 80% 정도 한국에 가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고 했었는데, 제가 만났을 때는 꼭 가고 싶다고 얘기를 했습니다. 거의 100% 마음이 굳혀졌다고 볼 수 있겠고요. 백 모씨의 경우는 반반인 것 같습니다. “가는 쪽으로 결심을 할 것도 같습니다”라고 얘기를 해서 제가 “한국으로 가시는 것을 말하는 겁니까?”라고 물었더니 “좀 더 생각해 봐야 될 것 같습니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어요. 그래서 아직까지는 결심을 굳히지 못한 상태입니다. 리 모 씨의 경우에는 세뇌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긴 어렵지만 좀 전향적인 생각을 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한국 가면 치료를 받을 수 있겠습니까?”라는 질문도 했어요. 한국에 가면 의료 수준이 북한보다 높지 않을까 생각한 것 같습니다.
관련 기사

“북한으로 돌아가면 부모님은 이미 없을 것”
[유 의원] 또 부모에 대해 걱정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자기가 포로 신분인데, 이대로 북한에 가면 가족과 자신들이 처형될 것이라는 생각도 솔직하게 얘기 하더라고요. 리 모씨는 그런 불안을 토로했는데, “부모들이 나를 여태까지 이렇게 키웠는데 지금 포로가 돼서 서운하다. 내가 포로 교환이 돼 조선에 간다고 하면, 부모는 벌써 없을 거예요”, 그러니까 부모도 처형 당할 가능성이 많다고 보는 거죠. 그거 생각하면 하루 종일 기운이 없다며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고요. 리 모 씨는 한국에 꼭 가고 싶다고 얘기하면서, 부모를 만나기 위해서라도 한국에 가고 싶다고 했어요. 결국 자기가 포로 신분이기 때문에 ‘포로는 북한에서 조국에 대한 배반이다’라는 교육을 받으니, 북한으로 송환되면 처형될 것이라는 걸 알고, 부모도 처형 당하거나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아오지 탄광을 간다든지 하는 불이익을 받으실 걸 알기 때문에 그런 얘기를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 한국 가면 집도 구하고 가정을 이룰 수 있겠냐는 질문도 했는데, 결국 리 모 씨는 한국에 가서 가정을 일구고 자리를 잡아서 북한에 있는 부모님을 모시고 오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기자] 포로들의 향후 거취에 대해서, 한국행과 더불어, 최근에는 미국 정보기관이 미국으로의 수용을 위해 우크라이나를 접촉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유 의원] 우크라이나와 한국 정부 양측이 포로의 한국행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특히 리 씨의 경우 한국행 의사를 확실히 밝혔기 때문에 이분은 우선적으로 한국에 꼭 모셔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각에서 요즘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여러 협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양국이 이른바 직거래를 통해 결국 미국이나 아니면 최악의 경우 북한으로 갈 가능성도 우려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있다고 보기 때문에, 저는 일단 한국행 의사를 표현하신 분들을 빨리 모셔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유 의원 “북러 연합군, 한국에 실질 위협”
[기자] 북한군들이 현대전에 처음 투입이 됐는데요, 어떤 기술을 배우고 있을까요?
[유 의원] 이번에 처음 확인된 사실 중에 하나는 북한도 드론을 교란하는 드론 재밍기를 사용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리 씨가 ‘반전자총’을 쐈다고 했는데, 그게 드론 전파를 교란하는 장비로 러시아군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근데 이게 처음에는 잘 먹혔는데 좀 지나니까 통하지 않더라고 했는데, 우크라이나 군이 대응책을 마련해서 소용이 없어졌다는 얘기죠. 이런 과정을 통해서 북한군이 드론전에 대해 피부로 느끼며 배우고 있습니다.
[기자] 많은 북한군 사상자가 나고 있지만, 살아서 돌아가는 북한군들도 있을텐데요. 이 드론을 포함해 얻은 지식과 기술들이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유 의원] 작년 6월에 북한과 러시아가 포괄적 전략자 동반자 관계 조약을 맺었죠. 이번에 쿠르스크에서 양국이 연합군 체제로 편성이 돼서 전투를 벌이는 경우가 많은데요, 경험을 통해서 배울 거고요. 또 이번에 투입된 북한군 부대는 폭풍군단과 정찰총국 크게 두 종류 입니다. 이 두 부대는 유사시에 우리 후방 지역에 침투해 게릴라전을 벌이고, 주요 시설을 파괴하거나 요인, 납치, 암살, 이런 임무를 펴는 정예 부대입니다. 근데 이들이 드론전을 포함해서 첨단전에 대한 실전 경험을 갖고, 북한 KN-23, 24 미사일의 정확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남한을 겨냥한 무기인데요. 실전 투입을 통해 북한 무기들이 개량되고 있습니다. 북한군이 참전이 한국의 실질적인 위협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기자]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가 휴전 및 평화 협상에 대해 논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요, 휴전을 하게 되면 북한군의 거취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시나요?
[유 의원] 휴전은 상대방이 맞장구를 쳐야 가능한 것 아닙니까? 근데 푸틴은 최근에 전투복 입고 쿠르스크 가서 완전 수복하라고 지시를 했어요. 러시아 군이 전투 강도를 높일 가능성도 있고요, 북한군도 당연히 전투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설사 휴전이 된다해도 일단 잠정 휴전 아닙니까? 그래서 북한군이 단기간 내에 철수할 가능성은 매우 낮고, 휴전이 되더라도 쿠르스크 인근 지역에서 대기하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자]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유용원 한국 국민의힘 의원이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