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나진항에서 러시아산 석탄이 대규모로 중국에 수출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러시아는 3년 만인 지난해 4월부터 나진항을 통해 석탄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는데요, 북한이 자국산 석탄을 러시아산과 섞어 밀수출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조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위성사진을 분석하는 한국의 위성사진 분석업체 ‘SI 애널리틱스’(SI Analytics)는 14일 러시아가 지난해 4월부터 북한 나진항을 통해 중국에 석탄을 대규모로 수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는 지난해 4월과 5월 약 13만 2천톤의 석탄을 나진항을 통해 중국에 보낸바 있는데 이후로도 석탄수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러시아산 석탄은 러시아 하산에서 북한 나진항까지 철도를 통해 운송된 후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습니다.
SI 애널리틱스는 지난해 5월 이후, 러시아산 석탄을 실은 화차가 대규모로 관찰되고 있다며 이는 지속적인 석탄 수출이 진행 중임을 강력히 시사한다고 분석했습니다.(아래 그래프 참조)
북 나진항, 일반 건설 장비로 석탄 하역
러시아가 자국 석탄을 북한 나진항을 통해 중국에 수출하는 것은 유엔 대북제재 결의 위반은 아닙니다.
2017년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371호 8항과 유엔 결의 2375호 18항은 북한과 러시아 간 합작사업을 통해 나진항에서 제3국으로 수출되는 러시아산 석탄을 예외로 명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위성 사진 분석에 따르면, 북한은 전문적인 석탄 처리 장비 대신 굴착기와 불도저, 로더 같은 일반 건설 장비를 사용해 석탄을 하역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SI애널리틱스는 이에 대해 “북한 남포의 석탄 수출 시설에서는 대형 전용 언로더와 컨베이어 벨트가 사용되지만, 나진항에서는 일반 건설 장비 20여 대가 상시 가동 중”이라며 “이런 유형의 장비가 지속적이고 대규모로 존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밝혔습니다. (아래 사진 참조)
북한 석탄 밀수출 가능성
이런 가운데, 북한이 러시아산 석탄에 자국산 석탄을 섞어 밀수출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의 석탄 가격이 급등한 점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해 12월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석탄 1톤의 가격이 35.6달러에서 44달러로 올랐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2017년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에 따르면 석탄을 포함한 북한산 광물의 해외 수출은 금지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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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애널리틱스는 “최근 북한 석탄 운반선이 침몰한 사건과 북한 내 연료 부족 상황을 고려할 때, 나진항에서 수출되는 석탄이 전부 러시아산일 가능성은 낮다”며 “북한산 석탄이 러시아산과 섞여 밀수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북 석탄 운반선 침몰 불법거래 뒷받침
지난달 서해에서 석탄을 밀수출하려던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화물선이 중국 선박과 충돌해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북한의 석탄 밀수출 정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 북한 선박은 자동식별장치(AIS)를 끄고 운항 중이었으며, 적재량을 초과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한범 한국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최근(1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산 석탄은 경쟁 수출국에 비해 가격이 낮아 중국 내 수요가 꾸준하고, 밀수출을 무릅쓰고 외화를 벌어야 하는 북한도 이에 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대북제재는 북한 수출 가운데 95% 정도를 제약하고 있기 때문에 이걸 준수한다면 북한 경제는 버틸 수가 없습니다. 지금 1달러당 북한 원화 환율이 지난해 상반기 8천 원 대에서 2만 원 대로 폭등했거든요. 지금도 대북제재는 큰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SI애널리틱스는 “북한의 러시아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이 중국의 이익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국제사회가 중국과 협력해 대북제재 이행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