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북 핵보유국’ 발언은 핵협상 복귀 유도하는 것”

앵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금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지칭한 것과 관련 한국 내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 협상 복귀를 유도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13일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지칭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난 1월 취임식 직후 김정은은 핵 능력을 가졌고 자신과 잘 지냈다며 친분을 과시한 데 이어 다시금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칭한 겁니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을 토대로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공식 인정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일 정상회담, 한미일 외교장관회담 공동성명 등 공식 문서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한다는 입장을 명시해왔기 때문이라는 지적입니다.

이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유화적 메시지를 보내며 김정은과의 소통 경로를 복구하려고 하면서도 북한의 한미연합훈련, 전략자산 전개 비난에는 대응하지 않고 있다며 미북 간 주도권 싸움이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진단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북한이) 한미연합훈련, 전략자산 전개 관련 계속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하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트럼프는 그런 이야기는 없이 ‘내가 전화하면 너 받아’ 라는 식이니까 주도권 싸움이죠. 김정은은 이를 받을 것인지 안 받을 것인지 굉장히 고민이 될 겁니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원하는 것은 트럼프의 ‘핵보유국’ 발언보다 대북제재 해제를 통한 사실상의 핵보유국 인정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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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최용환 책임연구위원도 트럼프 대통령이 ‘핵보유국’ 용어의 외교적, 법적 의미를 고려하기 보다 북한과의 협상 의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다소 즉흥적으로 이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비핵화 추진’이라는 상반된 메시지를 발신하면서 북한을 협상의 장으로 이끌어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북한이 대미 협상에 복귀할 경우 핵보유 인정이라는 보상을 받지만 복귀하지 않을 경우 한국과 북한 비핵화를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정은 네가) 협상으로 나오면 내가 널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협상을 할 수 있지만 네가 협상으로 안 나오면 결국 미국은 남한 정부와 같이 북한 비핵화 쪽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냐는 의미인 것으로 보입니다.

“미, 북 비핵화 장기적 목표로 놓고 핵군축 추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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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와 무기급 핵 물질 생산시설을 현지 지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 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같은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장기적인 목표를 북한 비핵화로 설정해놓고 북한과의 협상이 성사될 경우 핵군축 협상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 센터장]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한다고 하더라도 트럼프의 4년 임기 동안에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할 수가 없죠. 그렇기 때문에 이것을 장기적인 목표로 추구할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은 일단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핵 군축 협상에 나서는 것도 정당화될 수가 있습니다.

핵확산금지조약(NPT) 상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다고 인정된 국가, 즉 핵보유국은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5개국입니다. NPT 체제를 거부하면서 핵무기를 가진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은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정은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