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남한식 이름 짓지 말라”

앵커: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자녀 이름을 지을 때 주체성을 고수하면서 시대정신에 맞게 지을 것을 지시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5일 “요즘 당에서 이름을 혁명적으로 지을 것을 지시했다”면서 “이름을 짓는 문제는 한 가정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혁명과 건설에서 주체성을 지키는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시대정신이란 현재 북한이 주장하는 사회주의 시대, 투쟁하는 시대, 전진하는 시대라는 뜻으로 이름도 그에 걸맞게 혁명적이며 전투적으로 지으라는 의미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도안의 공장, 기업소, 주민들에게 자식의 이름을 주체성과 민족성을 살려 지으라는 당의 지시가 학습회를 통해 하달되었다”면서 “하지만 이는 자식의 이름을 ‘한국괴뢰것들을 동족으로 간주할 수 있게 절대로 짓지 말라’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학습 제강-‘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 현상을 철저히 짓뭉개버리자’의 일부
학습 제강-‘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 현상을 철저히 짓뭉개버리자’의 일부 2025년 3월 조선로동당출판사 발행 학습 제강-‘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 현상을 철저히 짓뭉개버리자’의 일부 (RFA-김지은)

“한국괴뢰것들을 동족으로 간주할 이름 불가”

또 “최근 자식의 이름을 뜻이 깊으면서 부르기 쉽게 짓는 것이 (북한 내부) 사회적 추세가 되고 있다”라면서 “여자 이름은 ‘수빈’ ‘다온’ ‘아리’ ‘시아’ ‘수빈’ 등으로, 남자 아이는 ‘도윤’ ‘하율’ ‘지우’ ‘민서’ 등으로 짓는 현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하지만 요즘 당에서 ‘한국식 이름을 연상시킬 수 있는 이름을 개명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면서 “당의 사랑과 은덕을 후손만대에 전하려는 의지를 담아 ‘은혜’ ‘은덕’ ‘행복’, 또 당을 끝까지 받들어 갈 의지를 담아 ‘충성’‘충실’‘충복’등 (바람직한) 이름의 사례까지 제시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이에 일부에서는 ‘자식의 이름은 부모가 알아서 짓는 것이지 당에서 짓는 것이냐’며 불만을 터뜨렸다”면서 “우리 민족의 고유한 뜻을 담았음에도 혁명적으로 개명하라며 이래라, 저래라 통제하는 당국의 처사를 비난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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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3일 “요즘 당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이름을 개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한국을 떠올리게 되는 이름들은 혁명성을 담아 개명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에 주민들은 부모가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며 지은 이름을 한국식이다, 비사회주의라며 개명하라는 당국의 행태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이름자에 무너질 사회주의라면 우리(북한)식의 불패성은 어디에 있냐”고 반문했습니다.

한편, 혁명적으로 지었지만 성(씨) 때문에 안전부의 호출을 받는 웃지 못할 비화도 있다”면서 “한 주민이 자식의 이름을 충성이라고 지었지만 성이 ‘안’가여서 ‘안충성’으로 불리는데 이를 두고 당에서 그 이름을 개명하라며 지시한 것”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이어 “이 소식을 들은 주민들은 ‘충성’이라는 이름도 문제가 되냐며 불만을 제기하고있다”면서 “당의 뜻을 따라 ‘충성’을 ‘변절’이라고 개명하여 ‘안충성’대신 ‘안변절’로 불러야 하냐며 당의 개명 지시를 비웃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신식 이름을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라는 당국의 행태에 주민들은 실소를 터뜨리고 있다”면서 “최근 짓는 이름들을 사회주의를 좀먹고 부식시키려는 적들의 반동적이 사상문화에 동조하는 위험한 행위로 매도하는 것에 반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김지은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