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식수절’ 부작용...“벌거숭이 산 만들어”

앵커: 지난 14일 ‘식수절’을 맞아 북한 전역에서 나무 심기가 진행됐습니다. 그런데 주민들속에서 ‘식수절’이 산을 더 황폐화시키는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식목일을 ‘식수절’이라고 합니다. 매년 이 날이 되면 전국의 모든 기관, 공장, 기업소, 심지어 학생들까지 동원돼 산과 시내 곳곳에 나무를 심습니다.

함경북도 부령군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5일 “어제 식수절에 온 군내 주민이 나무 심기에 동원되었다”며 “식수절에 심을 나무를 자체로 키워 보장해야 하는데 대부분 산에서 떠온 나무를 심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날 오전 식수절 기념 행사가 있은 후 곳곳에서 나무심기가 진행되었다”며 “산에 올라가 나무를 심는 부류도 있었지만 대부분 사적지, 사적관 등 시내에 나무를 심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산에는 주로 어린 나무를 심었는데 양묘사업소가 이에 필요한 나무 모를 보장해주었고 시내에 있는 사적지, 공원 등에는 각 공장, 기업소가 미리 떠온 나무를 심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우리 공장은 군 혁명사적관에 나무를 심었는데 당국의 지시에 따라 이틀 전에 인원을 산에 파견해 나무를 떠왔다”며 “이날 행사를 위해 군내 주민들이 산에 가서 떠온 나무를 다 합치면 200그루는 넘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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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함경남도의 다른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식수절 나무심기가 산에 있는 나무를 시내에 옮겨 심는 것에 불과하다”며 “주민들 속에서 식수절이 벌거숭이가 된 산을 더 벗기는 원인이라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리원군에서는 이번 식수절에 혁명사적지와 혁명전적지에 주로 나무를 심었다”며 “당국이 각 공장에 심을 나무 수와 종류, 크기, 굵기, 모양까지 정해주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식수절 맞아 각지서 기념식수
북한, 식수절 맞아 각지서 기념식수 북한 각지에서 식수절(3월 14일)을 맞아 기념식수가 진행됐다. (연합)

산을 더 벌거숭이 만드는 식수절

그는 “우리 공장의 경우 잣나무 혹은 분비나무 4그루를 할당 받았다”며 “시내에서 20km 떨어진 깊은 산에 가서 나무를 떠왔는데 20여명의 인원과 자동차가 동원되었고 가마니 10장, 새끼줄 150여m가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식수하면서 보니 나무를 제대로 뜨지 않아 뿌리 쪽에 댄 가마니와 새끼줄을 풀자 흙이 다 떨어져 뿌리만 앙상하게 남는 경우도 있었다”며 “간부들이 이런 나무는 살지 못한다며 심지 못하게 해 버려야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한 그루를 옮겨 심어도 살 수 있게 정성을 기울여야 하는데 한번에 나무를 많이 떠오게 하니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매년 식수절에 거의 같은 장소에 나무를 심는데 이는 나무 사름률(활착률)이 낮음을 말해준다”며 “사람들이 ‘산에서 좋은 나무를 아무리 많이 떠다 심은 들 뭐하냐’고 말하는 이유”라고 전했습니다.

계속해서 소식통은 “결국 산과 들을 푸르게 만들자는 목적인 식수절이 산림을 더 파괴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식수절에 심을 나무를 양묘사업소가 키워 보장하지 않는 한 이런 일이 매년 반복될 게 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안창규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