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각 지역에 설치된 일부 ‘표준약국’들이 개인 상인의 약을 넘겨 받아 팔고 있습니다. 당국이 약품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해 5월 평양시 모란봉구역에 개설된 ‘표준약국’을 시작으로 전국에 ‘표준약국’이 건설되었거나 건설 중입니다. ‘표준약국’은 2022년 5월 김정은 총비서가 모든 약국의 표준화를 강조하면서 도입됐습니다.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6일 “전국의 모든 시, 군에 새로 생긴 ‘표준약국’이 개인 약장사꾼들의 돈벌이 창구로 전락됐다”며 “그런 것도 모르고 당국은 주민들에게 ‘표준약국’ 사용을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어제 오후 약을 사러 ‘표준약국’에 갔다가 우연히 약국 판매원과 개인 장사꾼이 나누는 대화를 들었다”며 “‘무슨 약이 거의 떨어져가니 가져다 달라’, ‘받는 약 가격이 높아져 이전에 주던 가격으로 못 준다’는 내용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반 약국은 그렇다 치더라도 당국이 표준화되고 믿을 수 있다고 선전하는 국영 ‘표준약국’이 개인 약장사꾼한테서 약을 받아 판매할 줄은 몰랐다”며 “앞으로는 ‘표준약국’은 가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약국은 두가지 형태로 존재합니다. 하나는 2010년대부터 생긴 약국이고 다른 하나는 최근 전국적으로 표준화된 ‘표준약국’”입니다. 모두 국가가 운영하는데 특히 ‘표준약국’은 지역 내 병원에 약품을 공급하는 국가기관인 의약품관리소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사람들이 ‘표준약국’을 신뢰하는 건 국가가 공급하는 믿을 수 있는 정품 약을 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인데 ‘표준 약국’이 건물만 번듯할 뿐 속이 이렇게 썩었을 줄은 물랐다”고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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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같은 날 “‘표준약국’에 가보면 사람들이 많이 찾는 약은 부족하다”며 “팔게 없으니 개인 장사꾼한테서 약을 넘겨 받아 파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개인 돈벌이 창구로 전락한 ‘표준 약국’
소식통은 “지난 3월 초 오랜만에 아는 약 장사꾼을 만나 이야기 하다가 ‘표준약국’이 생긴 후 돈벌이가 더 잘된다는 말을 들었다”며 “매일 장마당 약 매대를 돌며 무슨 약이 부족한지 알아보고 안전원과 노동자 규찰대를 피해 약을 몰래 넘겨주는 일을 하지 않아 너무 좋다는 말까지 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허세를 부린다고 생각했는데 며칠 후 길거리에서 ‘표준약국’에 약을 넘겨주러 간다는 그를 다시 만났다”며 실제로 약이 든 것으로 보이는 불룩한 부인용 가방을 들고 약국으로 들어갔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표준약국’을 의약품관리소가 직접 운영하지만 의약품관리소에 약이 충분하지 않다”며 “중앙에서 공급되는 약 자체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약국이 매달 정해진 액상 계획을 해야 한다(목표 판매금액 달성)”며 “그러니 약국 성원들이 잘 팔리는 해열진통제, 설사약, 항생제 등의 필수 약을 개인 장사꾼한테서 넘겨 받아 팔 수 밖에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표준약국’에서 산 약도 말을 잘 안 듣는다(약효가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며 “개인장사꾼을 통해 약 성분이 100%가 못되는 만든 가짜 약이 약국에 들어가니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계속해서 소식통은 “이런 실태를 전혀 모르는 당국은 주민들에게 ‘표준약국’을 적극 이용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사회주의 시책으로 포장된 ‘표준약국’이 본질에 있어 자본주의 방식으로 운영되는 셈”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안창규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