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군 당국이 꽁초 줍기에 나선 병사들에게 엄벌을 경고했지만 이제는 여성 군인들까지 앞다퉈 담배 꽁초를 줍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군 당국이 군인들의 풍모와 기강을 연일 강조하면서 “담배 꽁초를 줍는 병사들에게 혁명화 처벌을 강력히 경고했다”고 복수의 양강도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양강도의 한 군 관련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4일 “동계훈련과 관련한 인민군 총정치국 화상회의가 지난 8일, 10군단 회의실에서 진행되었다”며 “양강도에 주둔하고 있는 대대급 이상 정치 지휘관들이 회의에 참석했다”고 밝혔습니다.
“회의에서는 동계훈련 과정에 드러난 지휘관과 병사들의 기강 해이 문제가 심각하게 논의되었다”며 “지휘관들에게 제기된 가장 큰 문제는 부대 이탈 행위였고, 병사들에게 제기된 가장 큰 문제는 도둑질과 강도질이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또 소식통은 “특히 이번 회의에서 병사들이 담배 꽁초를 줍는 현상을 강력히 경고했다”며 “길거리에서 담배 꽁초를 줍다가 걸린 병사는 3개월 이상의 혁명화 노동으로 처벌한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선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회의에서 얘기한 것처럼 병사들이 길거리에 나와 버젓이 담배 꽁초를 줍는 현상은 최근 우리 사회에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길거리 한복판에서 병사들이 버젓이 담배 꽁초를 줍고 있어 주민들과 근로자들의 눈총을 사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군인 1인당 한달에 15곽의 담배를 공급하는데 지휘관들이 다 떼어먹어 병사들이 (피울 담배가 모자라) 꽁초를 줍고 있는 것”이라며 “예전에는 견장에 줄이 없는 하전사들이 꽁초를 주었는데 이제는 견장에 줄이 있는 상급병사들까지 꽁초를 줍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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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와 관련 양강도의 또 다른 군 관련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6일 “지휘관들이 담배를 다 떼어먹어 병사들이 꽁초를 줍는 것이 아니”라며 “국가가 군인들에게 담배를 제대로 공급 못하기 때문에 병사들이 꽁초를 줍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국경경비대만 놓고 봐도 병사 1인당 한달에 ‘백승’ 담배 15곽을 공급했는데 지난해 가을부터 10곽씩밖에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마저도 지휘관들이 떼어먹고 나면 병사들에게 차려지는 몫은 한달에 7곽”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모자라는 담배를 보충하기 위해 국경경비대 분대장들은 오후 시간에 병사 2명씩 몰래 부대 밖으로 내보내 꽁초를 줍게 한다”며 “후방 공급이 좋다는 국경경비대까지도 이 지경이니 다른 보병부대 병사들은 더 말할 정도가 못 된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여성 군인들도 꽁초 줍기에 나서
소식통은 “더 골칫거리는 올해 들어 여성 병사들까지 길거리에 나와 너도 나도 버젓이 담배 꽁초를 줍고 있는 것”이라며 “국경경비대의 경우 한 개 대대에 보통 5개의 중대가 있는데 그중 한 개 중대는 여성 중대”라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남성 병사들은 꽁초를 가리지 않고 줍는 반면 여성 병사들은 여과 담배 꽁초만 줍고 있다”며 “여성 병사들은 주은 꽁초에서 담배 씨를 털어 남성 병사들에게 주고 대신 남성 병사들로부터 담배의 여과 솜을 받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소식통은 “담배의 여과 솜은 장마당에서 1kg당 3만원(미화 1.36달러)을 부르는 고급 나일론 솜으로 겨울 솜옷이나 신혼부부들의 이불을 만드는데 쓰인다”며 “여과 솜을 팔아 얻은 3만원이면 장마당에서 두부 15모를 살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먹을 것을 보태기 위해 여성 병사들까지 꽁초 줍기에 나설 만큼 군인들의 후방 공급이 열악하다”며 “이런 병사들에게 혁명화 노동과 같은 협박이 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북한군의 각 대대에는 혁명화 노동 처벌을 받는 병사들이 있는데 이들은 따로 숙식을 하며 이른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부대의 온갖 굳은 일을 도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