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몬 보고관 “북 주민 46% 영양실조 추정”

앵커: 지속적인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 주민 가운데 반 가까운 수가 영양실조에 걸려 있다는 추정치가 유엔 인권보고서에서 공개됐습니다. 주한미국대사대리는 북한 비핵화가 미국 행정부의 목표라는 점을 재확인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최근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

이에 따르면 만성적인 식량 불안이 이어져 온 북한에서 인구 절반 가까이 영양실조에 걸린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보고서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등이 파악한 자료를 인용해 북한 내 영양실조 유병률이 지난 2020년부터 3년 동안 평균 45.5%를 기록했고, 같은 기간 1천1백80만 명이 영양실조에 걸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이 식량 증산에 힘을 쏟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은 낡은 생산 시설과 열악한 기술, 투자 부족, 자연재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장마당 등 민간 상업활동을 제한하고 쌀, 옥수수 등 필수품 유통을 국가가 다시 독점해 통제하기로 하면서 식량난이 심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보건·위생 여건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보고서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결핵 발생률이 높아 보건 체계에 큰 부담을 주는 국가를 의미하는 ‘내성 결핵 고부담국’ 30개국 가운데 하나로 북한을 지목한 사실을 들면서 “영양실조와 혹한기 노출로 결핵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코로나 대유행 이전에는 북한 내 국가 예방접종률이 96%를 넘었지만, 지난 2021년 중반엔 42% 이하로 떨어졌고 2022년 들어선 결핵을 비롯해 주요 질병에 대한 예방접종을 받은 어린이가 한 명도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8월 들어서야 유엔아동기금(UNICEF) 지원을 받아 80만 명 이상의 어린이와 임산부 12만 명에 대한 예방접종을 실시했다는 것입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코로나를 전후해 북한 내 보건환경이 악화되면서 그간 자랑으로 삼아 온 필수 예방접종 체계가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해온 바 있습니다. 지난 8일 이요한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의 말입니다.

[이요한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지난 8일 토론회)] 북한이 자랑해 왔던 것 중에 아동에 대한 필수 예방 접종률이 있는데, 또 우리로서도 박수를 보낼 만한 일이었는데, 북한이 어째서 이것마저 포기했을까 생각해 보면 국경을 폐쇄하고 모든 물자와 인력 반입을 다 막았단 말이죠. 북한이 엄청난 경제 손실과 그간 내세워 온 기초적인 보건 서비스마저 포기하면서 국경을 긴 기간 동안 막았구나 하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보고서는 배설물을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처리하는 북한 내 가정이 전체 52%에 이르며, 이는 설사를 유발하는 등 공중보건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비위생 시설’은 재래식 화장실을 쓰거나, 개선된 시설이더라도 제 기능을 못해 배설물 처리가 안전하지 않은 경우를 모두 포함합니다.

인권과 경제개발, 평화·안보는 서로 연관돼 있는 만큼 가용자원을 무기 개발이나 군대 운영 등에 투입하는 극단적 군사주의와 국제적 협력 부족이 북한 주민들의 삶을 열악하게 만든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쿠바와 인도, 폴란드, 스웨덴(스웨리예) 등 일부 북한 주재 대사관이 업무를 재개한 가운데, 유엔을 비롯한 인도주의 구호 기관 직원들은 아직도 북한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북한 군 대러시아 파병에 대해선 그 복무 조건이 경우에 따라 인권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며 북한이 전쟁에 관여했다는 사실이 한반도 평화에 파급효과를 불러와선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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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국대사대리 “미 행정부, 북 비핵화 전념할 것”

이런 가운데 조셉 윤 주한미국대사대리는 18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와 주한미국대사관이 공동 주최한 좌담회에서 미 행정부가 비핵화에 전념한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거듭 확인했습니다.

조셉 윤 주한미국대사대리가 1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초청 특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발언하는 조셉 윤 주한미대사대리 조셉 윤 주한미국대사대리가 1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초청 특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RFA)

윤 대사대리는 미 행정부가 “조만간 북한과 관여를 시작할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 협상하고 합의를 도출하기를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북한 비핵화 기조에 대한 미 행정부의 지향점과 관련해 여러 차례 밝혀온 입장과 같은 것입니다.

[조셉 윤 주한미국대사대리(지난 11일 세종연구소 토론회)]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비핵화가 모든 대북 접근방식의 목표라는 점을 재확인했습니다. 비핵화는 결코 배제할 수 없는 목표이자 미국의 대북정책에서 절대로 제거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하겠습니다.

윤 대사대리는 당시 일각에서 제기된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 즉 미북 대화에서 한국이 배제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