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러시아의 입을 빌려 ‘북한 비핵화 불가론’을 국제사회에 확산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연구기관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의 성기영 수석연구위원이 18일 발표한 ‘러우 전쟁 휴전협상이 북한에 주는 함의 분석’ 보고서.
성 수석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이후에도 당분간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에 외교 전략의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습니다.
성 수석연구위원은 이어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이후 일정한 시점에 미북 대화 국면이 열리더라도 ‘비핵화’ 문제를 의제에서 배제하기 위해 러시아의 입을 빌려 ‘비핵화 불가론’을 국제사회에 기정사실화하고자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성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다극 국제질서 창출을 목표로 하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전략에 동참하면서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고 반서방진영 내 일정 지분을 확보하는 구상을 하고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성 수석연구위원은 앞서 지난해 12월 ‘트럼프 행정부 2기 미북 대화 가능성과 조건 분석’ 보고서에서도 “러우 전쟁이 종전 국면에 접어들어도 북러 동맹은 지속될 것이며 이는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서두를 필요가 없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일각에서 러우 전쟁 종전 이후 북러 관계가 약화될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과 관련해 성 수석연구위원은 19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종전 이후에도 (미국 중심의 단일체제 극복 등) 러시아의 대전략과 북한의 외교적 고립 탈피 등 양국의 이익이 일치하는 영역이 있다며 북러 밀착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성기영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 수석연구위원]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졌고 북한은 2차 파병까지 감행했죠. 파병은 물론이고 경제, 에너지, 문화 등 여러 가지 차원에서 전방위적인 협력 구도를 지금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양국 간 교류 증대와 밀착 분위기를 보면 저는 러북 신조약을 하나의 변곡점으로 해서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 구도가 전쟁 이후에도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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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성 수석연구위원은 핵보유국 지위 포기 이후 러시아의 침략으로 인해 영토를 상실한 우크라이나 사례는 핵무기에 대한 북한의 집착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성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러우전쟁 파병을 통해 습득한 실전경험을 바탕으로 군사교리를 현대화하기 위해 북러 합동훈련 등 다양한 군사훈련의 횟수와 강도를 증대시킬 것이라는 점도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북, 당분간 대미 비난수위 조절”
이밖에 성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향후 트럼프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필요 이상의 적대관계가 형성되지 않도록 대미 비난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지난 4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미국의 핵 항공모함 ‘칼빈슨함’의 한반도 전개에 대해 “우리도 위혁적 행동을 증대시키는 선택안을 심중하게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성 수석연구위원은 이같은 담화가 즉각적 대응보다는 점진적이며 단계적인 대응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습니다.
성 수석연구위원은 정치적 불안정이 지속되는 한국에 대해서도 북한이 필요 이상의 군사적 긴장을 야기할 필요성은 없다고 인식할 것으로 바라봤습니다.
한편 한국 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 통일연구원(KINU)의 정성윤 선임연구위원도 12일 ‘트럼프의 질주와 남북관계’ 보고서에서 북한이 올해 대외정책 중점을 우선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에 둘 것으로 예상한 바 있습니다.
정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북한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핵 능력 고도화 및 대북제재 무력화에 대한 일부 성과를 획득한 이후 대미관계 재구축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며 “최소한 올해 북한의 대외정책 기조는 ‘선 북러관계 강화-후 대미관계 모색’이 유력하다”고 밝혔습니다.

북한과 러시아는 최근 고위급 접촉을 이어가는 모습입니다.
지난 15일에는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이 평양에서 만났고, 지난달 27일에는 리히용 노동당 비서가 러시아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면담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18일 전날 윤정호 대외경제상을 단장으로 한 북한 정부경제대표단과 전설룡 보건성 부상을 단장으로 하는 보건성 실무대표단이 러시아 방문을 위해 평양을 떠났다고 보도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